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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을 위한 황실요리, 북경오리

  • 입력 2019.03.21 10:00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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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중국에 가본 유명인이라면 한번씩은 섭렵하고 온다는 요리, 1000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황실요리’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도 만인에게 친근하게 다가 온 이 요리, 바로 ‘베이징덕-북경오리’이다.

북경오리는 은은하게 단맛이 도는 바삭한 껍질 아래에 숨어있는 진한 살코기가 일품인 오리요리다. 중국인들은 껍질과 살코기, 파채, 그리고 소스를 밀전병에 싸서 먹는 것을 정석으로 치는데, 눅진한 껍질의 맛과 담백한 살코기가 소스와 어우러지고 파채가 마무리 식감을 책임지며 밀전병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감도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북경오리의 기원은 중국 원나라의 황궁요리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황제가 사냥을 나가서 오리를 잡은 것을 보양식으로 만든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다만 이 기원은 확실치 않고, 북경오리라는 요리가 제대로 된 역사기록으로 등장한 것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에는 이 요리가 ‘남경오리’라는 이름으로 황제와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며, 특히 태조 주원장은 ‘日食烤鸭一只(하루에 남경오리 한마리씩은 먹는다)’라는 말까지 남기며 이 요리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

또한 태조 주원장의 넷째 아들이자 명나라의 세번째 황제인 성조는 남경에서 북경으로 천도하며 수많은 남경오리 요리 전문가들을 북경으로 데려갔다고 전해진다. 바로 이때부터 이 요리가 원래의 ‘남경오리’가 아닌 ‘북경오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며 민간으로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1971년 냉전 당시 중국을 처음 방문한 헨리 키신저에게 당시 중국의 총리 저우언라이가 대접한 요리도 바로 북경오리였다고 기록되었다. 처음에 의견 차이로 딱딱했던 분위기가 이 특별한 요리의 맛으로 인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그 결과는 다들 익히 알다시피 중국과 미국의 수교로 이어졌고, 이는 냉전 종식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황가의 음식이자 대중을 위한 특별한 요리, 거기에 태평양을 건너온 평화의 사자를 위한 식탁까지 차지한 이 북경오리라는 요리는, 그야말로 ‘만인을 위한 황실요리’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덕분에 필자가 즐겨 찾던 북경의 단골집이 다시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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