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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보다 마른 인류 강조하는 것이 더 큰 병,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

  • 입력 2019.04.04 10:30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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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몸매에 잠이 오냐?”

“예쁜 것들은 일단 날씬해!”

“보기 좋은 떡이 살찌기도 좋다!”

“먹는 즐거움은 잠시, 뱃살은 영원히”

[엠디저널]위의 내용은 인터넷이나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이어트에 관한 문구다.

대한민국은 이미 외모지상주의에 젖어 있고 TV나 각종 광고에서는 날씬한 것은 아름답고, 뚱뚱한 것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제 날씬이 아닌 깡마른 몸매를 추구하며 현대의 이브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물론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TV 프로에서도 날씬한 연예인들의 식단을 보며 그 초인적인 인내력에 존경심을 표하는 반면, 뚱뚱한 연예인들은 ‘누가 누가 더 많이 먹나’를 두고 스스로 희화시키며 웃음 경쟁을 벌인다.

“문명의 혜택이 없던 원시 부족에게 TV가 들어가면서 폭식증이 생겨난 것을 보며 획일화되고 강요된 아름다움의 기준은 결국 부작용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가 외모 중심으로 바뀌어가면서 그것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마른 여자를 강조하는 세태가 비만을 양산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
▲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비만보다도 자신이 뚱뚱하다거나 마르지 않아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병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발표에 의하면 아주 마른 사람들보다도 약간의 과체중인 사람들이 더 장수하고, 사회생활에서도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한다. 1996년 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정의를 내린지 23년이 지났다. 그 사이 비만의 다양한 원인들이 밝혀지고, 수많은 치료법이 나왔다. 하지만 오동재 원장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가짐과 외모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비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폭식과 구토 반복하는 행동, 반드시 정신과 치료 필요해

올해 1월 1일부터 비만대사수술의 급여화가 시작되면서 여러 병원에서 비만수술센터나 비만수술전문병원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꼭 고도비만이 아니더라도 이전에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비롯한 미용 전문의원에서 지방흡입이나 체형관리 등을 시행해 왔다.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비만치료를 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에 오동재 원장은 “비만은 일종의 충동조절장애로 섭식장애나 불안장애를 동반하며 특히 스트레스 및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폭식증입니다. 폭식증은 단 시간에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또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워 구토를 하는 등의 양상을 보입니다. 비만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의 심리적 표현입니다.”

폭식증은 ‘신경성 폭식증’과 ‘폭식장애’로 구분된다. 신경성 폭식증은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후 구토를 하는 행동을 보이며, 폭식장애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음식을 먹는 폭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잘못하면 폭식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심한 다이어트로 인해 너무 배가 고프면 식욕을 억제하기 힘듭니다. 그렇게 폭식을 하고 나서 토하거나 이뇨제나 하제 등을 사용합니다. 사실 폭식은 대부분 몰래 하며, 변기가 막힐 정도로 토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심각하다면 당연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신과적으로 보았을 때 폭식증과 우울증으로 인한 비만은 20~30대의 여성, 즉 외모에 가장 관심이 많을 때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오 원장은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적 비만 치료, 개인별 원인에 따라 다양해

비만의 정신건강의학과적 치료는 약물치료를 비롯해 인지행동치료 및 명상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먼저 약물로는 뇌의 특정 영역에 작용해 포만감을 주는 아드레날린성 약제, 뇌의 세로토닌 증가를 유발하는 세로토닌성 약물, 그리고 말초에서 작용하는 지방 흡수 억제제 등이 있다. 오동재 원장은 “비만 치료 약제는 직접적으로 살을 빼주는 것이 아니라 식욕을 억제하거나 에너지 연소를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오?남용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다이어트 보조제 역시 어느 정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지만 마치 비방처럼 음성적으로 떠도는 약제 등은 치명적인 결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삼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인지행동치료 역시 주요한 정신건강의학과적 치료다. 인지행동치료란 비정상적인 행동과 감정을 감소시키고, 일상습관이나 행동의 변화를 통해 체중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오 원장은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음식에 대한 생각과 섭식 행동을 교정하고, 폭식이나 불규칙한 식사를 교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살이 쪘다는 생각에 굶다가 다시 폭식하는 등의 잘못된 신체상을 바로잡고, 잘못이 아닌 평범함의 일부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오 원장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마음 챙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마음 챙김’은 명상기법 중 하나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식사 시간 동안에는 음식에 집중해 잘못된 식습관을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기 전 ‘정말 배가 고픈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해 정말 배가 고프다면 음식을 먹습니다.”

이처럼 비만을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오 원장은 이보다 앞서 ‘나는 비만인가’를 생각하고,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떨쳐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비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미용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만을 진단할 때 일반적으로 BMI(Body Mass Index) 지수를 많이 사용합니다. 보통 25 정도를 넘으면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수치는 너무 지나치게 반영되어 건강과 아름다움의 기준이 TV나 매스컴을 통해 지나치게 ‘마른 인류 지향적’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우려가 됩니다.”

얼마 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BMI가 25~27 사이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진단 받은 사람들이 정상 범위의 사람들보다 더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국내 비만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더 중요한 점은 자신에 대한 신체상을 단순히 BMI 지수에 놓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만은 자신의 노력과 사회적인 지원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마른 인류’만 동경하는 외모지상주의부터 바뀌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 번째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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