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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그 은빛 찬란한 인생을 위하여! 의사시니어클럽 김인호 운영위원장

[엠디저널]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법철학(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1820년)’의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날개를 편다’는 경구를 남겼다. 이 말은 ‘철학을 시사하는 은유’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부엉이가 지혜와 전쟁의 신 미네르바의 신조라는 점에서 보자면 인간이 철학적으로 가장 완성되는 시기는 바로 황혼이 질 무렵, 즉 노년기(이후 시니어라 표기한다)를 뜻하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과학과 문학을 포함한 모든 지식은 시니어들의 지혜를 통해 전달이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의사시니어들은 우리 사회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자산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 편집자 주 -

“대부분의 은퇴 의사들은 개원을 하거나 요양병원 등에서 제각기 제2의 의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직업적인 연속성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다른 직역의 시니어들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의 시니어 의사들은 은퇴 후 여가를 즐길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항상 전문직으로 살아오다보니 결국 그 습성이 몸에 배어 일하는 법만 알고 노는 법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사시니어클럽은 우리 시니어 의사들의 노년기가 그 어떤 때보다도 은빛 찬란한 인생이 되기 위해 창립되었습니다.”

의사시니어클럽 김인호 운영위원장(송파 김인호소아청소년과의원)은 시니어 의사들에게 ‘당신은 충분히 인생을 즐길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불과 50~6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지금의 세대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이 부족했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중 하나였다. 수술은커녕 제대로 된 약 하나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없었던 시절 오로지 사명감만으로 온갖 굴욕을 참아가며 대한민국을 의료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들이 바로 지금의 시니어 의사들이다.

그래서 평생을 의술에 몸 바쳐 온 시니어 의사들이 편안함은 사치요, 게으름은 죄악으로 여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야말로 시니어 의사들의 제2의 인생을 위한 권리라고 말하는 김인호 운영위원장을 MD 저널이 만났다.

의사시니어클럽, ‘나의 은퇴 생활은 어떨 것인가’라는 공감대 제시

지금의 의사시니어클럽은 ‘은퇴의사 활용화 방안’을 기반으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협의를 통해 2011년 11월 24일 정식으로 창립되었다.

의사시니어클럽은 창립 당시 ▲봉사 및 사회참여의 의지가 있는 은퇴 의사에게 일자리 및 일할 기회 제공, ▲일자리 개발 및 보급을 통한 경제?사회활동 기회 확대, ▲고령화 시대를 맞는 젊은 의사에게 노후 대비책 마련과 노후설계 기회 마련, ▲국가 차원 시니어 일자리 창출 등 시니어 사회참여방안 지원 일환 선도적 역할을 통해 의사 위상 재고와 환자친화적 의사상 구현을 주요 사업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김인호 운영위원장은 정부와 의협, 그리고 실제 시니어 의사간에는 약간의 온도 차가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외국에도 다양한 시니어클럽이 있습니다. 미국의 AMA-Senior Physicians Group이나 영국의 BMA-Retired Members Forum, 그리고 캐나다의 CMA e-panel와 같이 시니어클럽이 있는데, 이들의 주요 목적은 은퇴 회원 간의 연락과 소통, 그리고 자원봉사 및 여행 서비스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시된 의사시니어클럽은 주로 일자리나 경제 및 사회 활동에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의사시니어클럽이 논의될 당시에는 의협에서도 정부에 충분한 협조를 구했고, 복지부 역시 은퇴 의사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으니, 바로 ‘의사들은 정부나 특별한 단체의 도움이 없어도 각자 직업적 연장이 가능한데 왜 의사시니어클럽이 있어야 하냐’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었다.

당시 노인요양병원의 확대로 인해 은퇴 의사들의 일자리가 확보되면서 정부의 개입이 불필요해졌고, 복지부에서도 나름대로 은퇴 의사를 활용해 이익을 얻고자 했던 것도 유명무실해지면서 사실상 의사시니어클럽이 활성화될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김인호 운영위원장은 지난 해 6월 취임과 함께 그동안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모색하던 활성화 방안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게 된다. “시니어 의사들은 다른 시니어들과 달리 은퇴 후 문화 및 인문학적 요구의 향상과 취미 및 봉사 활동의 전문가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나는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나의 은퇴 생활은 어떨 것인가’라는 것으로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로써 의사시니어클럽은 시니어 의사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사업 내용에서도 전면적인 수정과 보완을 시작한다.

다양한 사업 전개를 통해 의사시니어클럽 활성화 방안 마련

김인호 운영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운영위원회는 의사시니어클럽의 활성화를 위해 5개 사업 계획을 정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실천에 들어갔다.

첫 번째는 ‘스마트 시니어 닥터스 교육’으로 시니어 의사들에게 스마트기기의 이해와 환경설정, 어플 검색 및 다운로드, 그리고 다양한 SNS 사용 등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2017년 이벤트 형식으로 실시한 바 있었으나 회원들의 반응이 좋아 정식 사업으로 적극 반영했다.

두 번째는 ‘의사시니어클럽 예술 산책’으로 이는 회원들의 여가활동 및 친목도모를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산책은 지난해 7월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화랑에서 열린 ‘조선시대 꽃그림 민화, 현대를 만나다 展’, 그리고 두 번째 산책은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 사옥 미술관에서 열린 ‘병풍(屛風)전’, 그리고 세 번째 산책은 올해 2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렉숀’이었다.

세 번째는 ‘자서전 집필’로 자서전의 의미, 역사, 집필 방법 등 자서전 집필의 동기 부여를 주제로 올해 중순 경 강좌를 개최할 예정이다.

네 번째는 ‘역사문화기행’으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 유물들을 회원들과 함께 찾는 것과 함께 각 지역의 의사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자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친목 및 여가생활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그림, 영화, 여행 등 취미가 비슷한 회원들이 함께 만날 수 있도록 시?공간적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시작으로 서울에서 ‘당구대회’를 개최하고, 호응도가 좋을 경우 점차 확대 및 지속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5개 사업 가운데 김 운영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는 부분은 ‘자서전 집필’ 사업이다. “시니어 의사들은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굴곡이 심한 시대를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치적으로는 물론 의료계의 다양한 제도의 변화에 맞서 싸워왔던 역사의 산 증인들입니다. ‘나’라는 사람의 일기가 아닌 ‘의사’로서의 기록을 남겨 후손들은 물론 사회와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자서전 집필’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의사시니어클럽은 위 5개 외에도 ▲의료계 저명인사 및 원로의사를 통한 문화교육 강좌, ▲취미 및 봉사 활동의 지속적 연계 및 회원 리스트업, ▲지방 회원 참여 확대 방안 마련, ▲시도의사회 감사단 활동취지 및 운영방안 전달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니어 의사, 겸손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지혜를 배웁니다

“의사시니어클럽 운영위원회에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의사시니어클럽은 시니어 의사들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회원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의사시니어클럽은 회원 자격의 확대를 위해 의협 규정에 있는 ‘협회의 의무를 다한 회원의 자동 가입’과 함께 ‘65세 이하라도 가입 신청서 제출하면 회원으로 인정’, 그리고 ‘의대 교수 정년퇴임 시 자동 가입’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지난해 의협은 의사시니어클럽 사업의 활성화 및 시니어 의사회원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한 결과 ‘1953년 이전 출생한 만 64세 이상의 시니어 의사회원의 수는 16,913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총 389명이 의사시니어 클럽으로 가입되어 있는데, 이 방안이 통과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운영위원장은 회원 확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열성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제29회 대한노인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의사시니어클럽 런천심포지엄 강연과 함께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은퇴의사의 관심분야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당일 72명의 시니어 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사실 어디를 가도 어색합니다. 젊은 시절 취미를 즐길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봉사 역시 직업을 활용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만날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의사시니어클럽은 멍석을 깔아주고자 합니다. 횡적인 연계를 통해 취미가 같은 회원들이 조우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습니다.”

지금의 시니어는 더 이상 예전의 시니어가 아니다. 고령화의 그늘이라고 하지만 시니어 의사들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지혜가 있다. 시니어 의사들의 지혜가 필요한 사람은 시니어들이 아니라 바로 젊은 세대다.

그래서 김인호 운영위원장은 “시니어 의사들은 잘 알고 있다, 은빛 찬란한 인생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그리고 시니어 의사들을 보며 젊은 세대들이 해야 할 것은 하나, 바로 ‘존경’과 ‘감사’를 담은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강지명 기자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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