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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사랑의 비밀, 호르몬
  • 박혜성(해성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 승인 2019.04.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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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인간에게 있어 호르몬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다. 그 이유는 성격, 기분, 친구의 수, 연애, 식욕, 수면, 노화의 속도, 암의 발생, 수명 등 모든 삶의 부분에 호르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 간에 사랑을 하거나 결혼을 잘 유지하는 데도 호르몬은 아주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호르몬이 그런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연애감정에 빠질 때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녀에게 접근하고 상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고, 그게 달성되었을 때 보상으로 도파민적 쾌감이 온다. ‘라라랜드’ 라는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 도파민에 중독이 되었을 때 결혼을 했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 시기에 남자는 지방순회공연을 떠나 버렸다. 아마 두 사람은 금단현상 때문에 아주 괴로운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이 시기에는 파트너에게 어떤 요구를 해도 들어줄 수 있다. 즉 하늘의 별을 따다 주라고 해도 따다 줄 것이고, 적진에 들어가서 정보를 빼내오라고 해도 할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이 시기에 ‘미인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도파민 시기의 사랑에 빠진 남자는 불구덩이든 물속이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요구하면 거의 대부분 해 줄 수 있다.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물방울 다이아반지도 사 줄 수 있고, 외제차도 사 줄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의 러브스토리는 이 시기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시기에 장애물이 생기면 사랑은 더 용감해지고, 더 슬퍼지고 더 아름다워진다. 하지만 ‘카사노바’나 ‘팜므파탈’과 같은 여자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하기도 한다.

‘사랑을 하면 장님이 된다’고 하는데, 도파민에 의해서 쾌락의 회로가 활성화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뇌가 정지됨으로써 이성적 판단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반대를 하는데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랑할 때 페닐에틸아민이 분비가 되면 밥을 안 먹어도 배도 고프지 않고, 잠을 안자도 안 피곤하고, 파트너를 만나러 2~3시간 걸려서 다녀도 피곤하지 않고, 집에 바래다주고도 또 보고 싶은 상태이다. 또 사랑을 하면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저하 등이 합동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라이벌이 있을 때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암컷을 위한 수컷의 공격성은 생사를 걸고 죽음을 불사른다. 공격성 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바소프레신,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적인 모든 호르몬이 총동원된다. 그래서 모든 드라마에서는 남녀관계에 삼각관계가 많고, 특히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피 튀기게 경쟁을 하고, 그 경쟁이 치열할수록 자기가 원하는 여자를 얻은 남자는 도파민적 보상을 받게 된다. 세로토닌 결핍으로 절제가 안 돼서 짝사랑의 병적인 형태인 스토킹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생화학적으로 보면 ‘사랑은 호르몬 중독 상태’이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불같은 사랑의 시기가 오래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보통 유효기간이 6개월에서 3년 정도이다. 만약 평생 불처럼 살아야 한다면 남녀는 burn-out이 될 것이고 사랑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 도파민은 한 사람에게 2번 분비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한 후에 사랑이 식었느니, 바람을 피우느니 하는 것이다. 열정적인 남녀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줄 파트너를 찾으러 헤매기도 하고, 바람둥이들은 2~3년에 한 번씩 결혼을 하거나 파트너를 바꾸기도 한다. 불같은 사랑이 익어가고 장기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호르몬이 필요하다.

깊은 사랑의 원동력, 옥시토신

옥시토신은 분만할 때, 수유 시 분비가 되는 호르몬으로 자신이 낳은 아이나 자신이 수유한 아이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도 있는 애착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성적 행동에서도 분비가 되고 남성에게도 분비가 된다는 것이 최근에 알려졌다. 친근감, 스킨십, 키스, 성적인 행동이 모두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옥시토신은 남녀가 섹스를 갈망하게 한다. 특히 남성이 사정할 때, 여성이 오르가슴 후에 최고조이다. 옥시토신은 남녀의 사랑을 깊게 하는 원동력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은 서서히 익어 가는데 옥시토신이 주 역할을 한다.

좋은 인간관계의 토양이 되는 신뢰감은 어릴 때 애정 넘치는 모자간의 끈끈함, 유대에서 비롯된다. ‘내가 태어나길 잘 했어, 나는 보호받고 있어,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돌봐줄 거야’ 라고 믿을 때 분비된 옥시토신이 만들어내는 애착이 인간에게 신뢰감의 기본이 된다. 어릴 적 애착관계는 모자간에서 형성되어 아빠, 형제, 친구들로 확대되고 좋은 인간관계의 근간이 된다. 옥시토신은 단란하게 보내는 시간, 토닥거리고 손을 잡고, 마사지, 포옹, 스킨십, 키스, 섹스, 애완동물과 보내는 것, 친절을 베푸는 것, 봉사, 칭찬에도 분비가 된다. 옥시토신은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상처가 치유되고 혈관이 만들어지는데, 심근 세포 재생, 항스트레스성 효과, 유연함 등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 필요하다. 그래서 옥시토신이 분비가 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사랑과 애정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심신의 평화를 가져오고 인간관계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 필요하다. 

박혜성(해성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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