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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송이 모양을 한 세균의 유래
  • 문국진(의학한림원 박사)
  • 승인 2019.04.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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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카라바조 작: ‘바쿠스’(디오니소스의 로마적 표현)(1596~97),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엠디저널]사람 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또 그 염증이 화농(化膿), 즉 고름을 곪게 하거나 식중독으로 장염을 일으키게 하는 세균을 ‘포도상구균(葡萄狀球菌)’이라 하는데, 그것은 0.5~1 마이크로미터의 포도알처럼 생긴 둥근 균이 마치 포도송이같이 집결 배열되어 있다 해서, ‘포도상구균’ 즉 ‘스타피로콕크스(Staphylococcus)’라고 한다. 말하자면 포도송이 구균인 셈으로 그 학명이 스타피로콕크스의 스타피로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그리스에서는 포도의 재배법을 개발하고 포도주 담그는 법도 가르쳐 준 신이기 때문에 술의 신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항상 술에 취하여 돌아다녔고 그의 뒤에는 술에 취하여 날뛰는 수많은 박케라는 여인군(女人群)이 따라다녔으며, 술의 신으로 주당들의 존경을 받는 신이다.

디오니소스가 이렇게 술에 취해서 다니게끔 된 데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데 그것은 그의 출생을 알아야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그의 애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우스의 정실인 헤라는 남편의 아이를 낳을 씨앗 세멜레를 파멸시킬 한 가지 묘안을 짜내, 마침내는 눈 깜박할 사이에 타 죽게 하였다.

제우스는 세멜레의 몸에서 아기 디오니소스를 꺼내어 자기의 허벅지에 넣었다가 달수가 차자 이를 꺼내어 인도의 뉘시산의 요정들에게 맡겼다. 이 뉘시산의 요정들은 디오니소스의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을 맡아 길렀다. 디오니소스는 장성하자 포도 재배법과 그 귀중한 즙으로 술을 담구는 법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헤라는 이 디오니소스가 미워서 술을 많이 마시는 미치광이로 만들고는 살던 곳에서 쫓아내어 세계 각처를 떠돌아다니게 했다. 이렇게 디오니소스와 포도, 포도주의 관계를 실감 있게 표현한 그림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가 그린 ‘바쿠스(디오니소스의 로마적 표현. 1596~97)’는 포도나무 가지를 엮어 머리에 쓰고 한쪽 어깨를 드러낸 채 비스듬히 기대어 로마 풍의 휴식 자세를 취하게 하고 탁자 위에는 포도주가 담긴 술병이 놓여 있고, 풍성해 보이는 과일 바구니에는 상한 과일과 시든 나뭇가지가 섞여 있다. 그가 든 잔에 가득 담긴 포도주는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원을 그리는 것으로 포도, 포도주 그리고 술의 신의 관계를 잘 표현하였다.

▲ 그림 2. 카라바조 작: ‘병든 바쿠스’(디오니소스의 로마적 표현)(1593~94),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

그의 또 하나의 그림 ‘병든 바쿠스(1593~94)’는 화가 자신의 자화상이다. 이 그림에서 자기의 방황으로 세상을 떠돌아다닌 고달픔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지만 우울하고 황달기가 있는 초췌한 얼굴과 포도 한 송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의학적으로 해석하면 손에 들고 있는 포도송이는 포도상구균을 의미하며 초췌하고 황달 끼 있는 얼굴은 포도상구균의 전신감염으로 패혈증(敗血症)을 일으킨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도 조금도 모순이 없는 해석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포도를 발견하고 포도를 스타피레(Staphyle)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오이네우스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의 양을 치는 목자 가운데 스타퓌로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산에 방목하였던 산양들이 모두 돌아왔는데 한 마리의 산양만이 늦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산양은 매일 늦게 돌아오는 것 같았고 다른 산양에 비해서 항상 유쾌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스타퓌로스는 그 산양의 뒤를 밟기로 하고 따라가 보니 그 산양은 처음 보는 낯선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이었다. 스타퓌로스도 그 열매를 따서 먹어 보니 신기하게도 맛이 좋고 향기로운 열매임을 알았고 먹고 나서도 무엇인지 모르게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녁에 돌아온 목자는 자기 주인 오이네우스 왕에게 그 사실을 알렸더니 왕은 그 열매를 따오게 하여 맛을 보고는 즙을 짜서 아케로오스 강물을 섞어 두었다. 아케로오스 강은 핀토스 산맥에서 흐른 물이 코린토스만으로 흘어 들어가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강이다.

이집트의 나일 강, 인도의 간디스강, 중국의 황하와 마찬가지로 아케로오스강은 그리스 국민들의 풍요의 「심벌」로 여기는 강이다. 강물에 섞어둔 포도즙은 비할 수 없는 향기를 풍기는 맛좋은 술로 변했다.

오이네우스 왕은 이 술의 이름에 오이노스(포도주)라는 자기 이름을 붙이기로 하고 열매인 포도의 이름은 목자의 이름을 따서 ‘스타퓌레’ 라고 불렀으며, 그리하여 포도의 이름이 스타퓌로스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스타퓌로스라는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동명이인들이 많다. 시레노스(Seilenos)의 아들 중에 스타퓌로스가 있었다. 시레노스는 한 사람이 아니라, 사튀로스처럼 여러 명의 통칭으로 산과 뜰에 사는 정(精)이다.

시레노스 패들은 사튀로스보다는 일반적으로 늙었고, 몸은 털투성이고, 말 같은 귀와 다리 그리고 꼬리를 가졌고, 수염투성이에 납작코의 추한 노인들이다.

시레노스는 나이를 먹은 만큼 굉장한 꾀를 가졌는데, 지기를 싫어한 강한 사람에게만 할 수 없이 지혜를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후세로 내려옴에 따라, 시레노스도 사튀로스와 마찬가지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따라다니는 종으로 여겨왔고, 단수 또는 복수로 제멋대로 생각하는 존재로 되어 버렸다.

이 「시레노스」에게는 스타퓌로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전해 오는 이것에 관한 유일한 얘기로는, 포도에다 물을 타 포도주를 만드는 법을 맨 먼저 시작한 게 바로 스타퓌로스라는 것이다.

또 다른 스타퓌로스도 있다. 전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 관련된 신화에만 등장한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이 스타퓌로스이다.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의 미노스왕의 딸인데, 테세우스가 라비린트스(迷路) 속에 있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하려고 할 때에,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나오는 미로 속을 실뭉치를 달고서, 실을 풀면서 들어가서, 괴물을 죽인 다음, 그 실을 따라 무사히 출구까지 나올 수 있도록 가르쳐 준 게 바로 스타퓌로스의 어머니 아리아드네이다.

무사히 괴물을 죽인 다음에는 아내로 맞이해 주겠다고 약속한 테세우스가, 막상 괴물퇴치에 성공하자 그냥 달아나 버렸다. 슬픔에 잠겨 있는 아리아드네에게 마침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나타나서 힘 안 들이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이름도 스타퓌로스다. 이 청년은 알고나우테스들의 원정에 참가하는 용사로 자라났다.

그리스 신화에는 이렇듯 스타퓌로스라는 이름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어느 경우이거나 디오니소스와 관련이 되기 때문에 그 어원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약간의 혼동이 야기된다. 그러나 전술한 신화 중 맨 먼저의 이야기인 오이네우스 왕의 목자인 스타퓌로스의 이름을 따서 스타피로코쿠스로 이름 하였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것 같다.

과일로써의 포도는 향기롭고 맛도 다양해서 높이 평가되는 과일로 과학이 발달된 오늘 날에는 여러 가지 가공식품이 개발되어 매우 중요한 식품으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세균으로의 포도상구균은 그 종류도 여러 가지가 발견되었으며 최근에는 항생제에 의해서도 죽지 않고 그 독성도 강한 것이 생겨나 임상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골칫거리가 되는 세균이다.

문국진(의학한림원 박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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