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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그림 속에서 보는 유전자

  • 입력 2013.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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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로프 작:'3대'(1947~950)로텔담, 보이만스 판 프닌헨 미술관

예로부터 ‘피는 못 속인다.’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 데 이것은 자식은 부모의 피를 물려받게 되며 모든 유전형질은 자식으로 유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식은 어느 모로라도 부모를 닮게 마련이다. 즉 용모, 음성, 성격, 걸음 거리 등에서 부모의 특징이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특징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고민이어서 친생자감정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독일의 격언에 ‘어머니가 “이 애는 당신의 애요”라고 할 때 현명한 아버지는 그 말을 믿고 바보는 이를 의심한다’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즉 이 격언은 어머니는 그 어린이가 누구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며, 모르는 것은 아버지뿐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이 행복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그 어머니의 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바보 같은 아버지가 더러 있어 부인의 말을 믿지 않고 그 자식이 정말로 자기 자식 인가를 확인하려는 아버지가 있어 법의학 분야에는 친생자 감정이라는 검사법이 생겨나게 되었다.

친자식임을 증명하는 검사방법에는 유전자 검사, 혈형, 혈청형, 백혈구 형, 효소 형 등 혈액으로 하는 검사 방법과 인류유전학적 검사법 등이 있는데 혈액을 통한 유전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발전되어 정확성을 기하게 되었다. 그러나 때로는 혈액학적 검사를 할 수 없거나 또는 그 혈액학적검사로도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경우에는 인류유전학적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과거에 있어서 혈액의 유전인자 검사가 발달 되지 못했을 때는 인류유전학적 검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류유전학적 검사의 이점이라 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는 하나 두 사람의 아버지 중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가를 가려내야 하는데, 혈액학적 검사로는 두
사람 모두가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류유전학적 검사에 치중하게 된다.

인류유전학적 검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너무 어린 경우에는 유전형질의 발현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검사의 대상은 적어도 3세 이상이 되어야 하며, 부자관계의 문제가 되는 어린이의 대조로서 같은 어머니에서 출생되었고 또 부자관계가 확실한 어린이를 같이 검사하면 그 결과는 더욱 정확을 기할 수 있다.
아버지의 의심이 있는 남성이 사망한 경우에는 남성의 부친, 또는 형제들을 검사 하고나 생존 시의 사진을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런 경우에는 그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인류유전학적 검사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하나는 신체가 성장하여도 그리 변하지 않는 부위를 택해 계측하고 그 계측치를 신장으로 나누어 나온 값에다 100을 곱한 것을 신체 각 부위의 지수로 하는 데 10개 부위를 선정해서 비교하게 되는데 이것을 생체계측검사(生體計測檢査)라 한다.
다른 하나는 생체비교검사(生體比較檢査)인데 이것은 우리 몸에서 유전형질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위 100곳을 선정하여 그 부위의 상태를 비교하는 검사방법이다.

우선 머리(頭部)의 비교검사를 살펴보면 머리의 형상은 유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경향이 짙은 부위이기는 하나 발육에 의하여 변화되거나 외부 인자에 의해서 변화되기 쉽다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분만 시의 머리의 변형은 뒤에까지 남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하며 또 질환의 영향은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구루병으로는 전두(前頭) 및 두정결절(頭頂結節)의 돌출의 도가 커지며, 후두부는 편평하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소견이 있어서 부모 자식 간에 유사점이 있을 것 같지만 이러한 외부인자가 영향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두결절의 위치와 그 형상은 발육이나 외부 인자에 의해서 영향 받지 않으며 측두부의 형상과 측두근 부착부의 주행 상태도 그러하기 때문에 전두부과 측두부의 형상검사는 생체비교검사의 머리 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검사라 하겠다.

이러한 머리의 형상 비교검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듯이 마치 그림속의 유전자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두부의 형상을 그림으로 한 화가가 있다. 즉 네덜란드의 화가 투로프(Chery Toorop 1894~1955)가 그린 ‘3대’(1947~50)라는 그림을 통해 자기의 자화상을 그렸는데 그림의 앞부분에 팔레트와 붓을 들고 있는 사람이 화가이며 화가의 우측 위에 있는 두상 조각을 화폭에 담았는데 그 얼굴에 주름이 많고 수염이 나있는 것으로 보아 화가의 아버지로 생각된다. 또 화가의 좌측에 서있는 젊은 사람은 화가의 아들로 생각된다. 이렇게 해서 3대가 되기 때문에 그림제목을 ‘3대’로 한 것 같다. 화폭에 담은 세 사람의 얼굴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통점은 이마 복판가운데에 홈이 파져 있다는 점이다.

왜 이마에 이러한 홈이 파져있는가 하면 원래 이마의 뼈(즉 전두골,前頭骨)는 하나의 통뼈로 되는 것이 정상인데 개중에는 두 개의 뼈로 구성되면서 두 개의 뼈가 봉합(縫合)을 형성하면서 결합하게 되기 때문에 이마 복판 가운데에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은 골짝이 형성되면서 홈이 파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개의 전두골은 그야말로 매우 두문 기형이며 이러한 전두골의 기형이 조상으로부터 대물림해서 유전된 것이다. 이러한 기형 때문에 몸에는 아무런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전혀 없으며 그 형상도 그리 흉해 보이지도 않다. 그래서 화가는 이것이 전두골의 기형이며 유전되어 내러오는 것을 알고 그렸을 리는 없으며 단지 얼굴을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화가 가족에서 보는 것과 같은 머리뼈의 기형이 있는 사람들이 생체비교검사의 대상이 된다면 친생자관계를 감정 하는데 유전자의 검사 소견 보다 더 귀중한 소견이 될 것이다.

얼굴의 비교검사에서 얼굴을 상, 중, 하로 세 등분한 안면부의 비율은 유전형질을 검사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며, 특히 얼굴을 상방을 향하게 하고 서의 광대뼈(觀骨)의 형상의 소견은 중요시 된다.

눈의 비교검사에서 위 눈꺼풀(上眼瞼)의 형상과 그 주행각도는 유전의 영향을 짙게 받는 부위이며, 위 눈꺼풀 연(緣)에서 눈썹 하연(下緣)까지의 높이도 중요시 되는데 어릴 때는 높았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낮아지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수는 없고 어린이의 것이 성인의 것에 가깝게 낮다면 이것은 유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코의 비교검사에서 중요시 되는 소견으로는 코가 높고 코등이 좁은 형질은 우성유전의 경향을 보이며, 코 등의 형상은 연령에 따라 변화 될 수 있으나 코끝의 형상은 거의 연령에 따르는 변화가 없으며 특히 외비공(外鼻孔)의 장축에 대한 경사도의 분석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입의 비교검사에서 입술의 두께가 이상하게 엷다든가 두터운 경우와 구순부(口脣部)가 이상하게 돌출된 것은 유전 형질의 영향을 받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생체 비교검사 항목은 많이 있으나 지금까지 기술한 얼굴의 유전 형질이 잘 나타난 그림이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샤세리오 작:'자매(1843)파리,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의 화가 샤세리오(Theodore Chasseriou 1819~1856)가 그린 ‘자매’(1843)라는 그림을 보면 자매관계에 있는 두 여인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데 얼굴의 전체적인 인상이 상당히 닮아서 누가 보아도 자매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얼굴의 윤곽에 있어서 우측의 언니로 보이는 여인의 하악선(下顎線)이 좌측의 동생으로 보이는 여인보다 다소 예리한 것같이 보이는데 그것은 정면과 비스듬한 면의 차가 있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이미 생체비교검사에 기술한 눈, 코 그리고 입의 검사항목을 충족시키는 소견이다. 이렇듯 그림 속에 그 유전자가 현출되는 경우에는 구태여 유전자 검사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문국진(고려대 명예교수.법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