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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치유는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19.05.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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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우리가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미얀마 찬몌센터에서 수행할 때 모기가 물었을 때 오는 가려움의 관찰과 극복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체의 고통 관찰하기

앞의 방법에 덧붙여 명상을 이용한 바디 스캔을 하면 잠내가 수행했던 미얀마 찬몌센터에는 모기가 많았습니다. 걸어 다녀도 물고 밥 먹을 때도 물고 또 물었습니다. 명상센터에는 지켜야 할 계(戒)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것은 어떤 것도 죽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기도 그것을 아는지 여유 있게 물고는 자기가 날아가고 싶을 때 날아갑니다. 난생 처음으로 모기가 앉아서부터 날아갈 때까지를 계속 관찰했습니다. 모기가 물어서 가려울 때 그 가려운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이미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기가 앉아서 피를 빨고 나면 조금 후 가렵기 시작해서 이내 가려움이 최고조에 이른 후 가렵지 않아질 때까지의 전(全) 과정을 반복해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적 요소의 개입 없이 가려움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니 가려움의 정도가 훨씬 적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기에 물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싫어하는 마음, 혹은 과거에 물렸을 때 가려웠던 기억 등이 가려움을 증폭시키지 않고, 현재 몸에서 일어나는 가려움만 느끼니 그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가려움을 느끼는 것도 자세히 보면 가려움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있다가 없다가 또 있는 것이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려움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면 가려운 가운데 가려움이 없는 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려움이 없는 순간을 경험할 때 가려움이 훨씬 덜 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되니 가려움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견디기 쉬웠습니다. 여기에 추가하여 모기가 앉아서부터 가려움이 끝날 때까지를 반복해서 지켜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았습니다. 즉 모기가 물어 지금은 가렵지만 가려움이 금세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난 뒤는 좀 담담해졌습니다. 이런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가려움을 있는 그대로 관찰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가려움의 정도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이 통증을 다스리는 데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 찬몌센터에서 만난 한 외국인 수행자가 나에게 “당신이 의사라고 들었어요. 위빠사나 수행이 통증에 아주 효과가 있다는 것 아시죠? 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통증 치료하는 의사에게 내 경험을 이야기할 생각이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미얀마에서 수행을 하고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이제 모기 물리는 데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난 뒤는 아픈 것에 대해서는 별로 염려를 하지 않습니다. 미얀마에서 집중수행을 끝내고 돌아와 일상생활을 하면서 순간순간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는 가운데 다른 신체적 고통에 대해서 경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치과나 안과, 피부과 치료를 받으면서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신체적 고통을 겪을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모기에 물려 가려울 때와 똑같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신체적 통증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신적 고통 관찰하기

우연한 기회에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적인 고통이란 어떤 형태로든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를 말하는데, 화가 나거나 초조하거나 질투를 느끼거나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불안하고 우울한 상태를 말합니다. 정신적인 고통을 관찰했을 때 신체적 고통을 있는 그대로 관찰했을 때와는 다른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신체와 달리 정신의 경우 한 순간에 어느 한쪽으로만 작용합니다. 때문에 지켜보는 쪽으로 정신이 작용하면 고통을 느끼는 쪽의 작용도 중단됩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지켜보는 쪽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게 할 생각이나 느낌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는 정도는 많이 줄어듭니다.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던 과거나 미래가 마음의 관찰대상이 되어 우리의 통제 아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신적인 고통을 느낄 때는 과거나 미래가 검은 구름처럼 우리를 덮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 과거나 미래가 걷히면서 현재에 마음이 있게 됩니다. 정신적인 고통이 있는 순간에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과거나 미래의 영향은 떨어지고 현재에 마음이 있게 되고 현재 고통이 있다면 그 고통만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의 고통은 과거와 미래가 더해질 때 더 커지게 됩니다. 현재의 고통 그 자체는 고통의 정도가 적고 때로는 지켜보는 순간 싹없어지기도 합니다. 현재의 고통은 순간순간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계속한다는 의미는 계속 길게 그 생각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짧은 순간순간 반복하여 그 생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것처럼 느낄 뿐입니다.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반복적으로 그 느낌 속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때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면 일어난 화나 불안이 그 순간 싹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원리로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볼 때, 신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빨리 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정신적 고통도 일어났다가는 사라집니다. 그것을 반복해서 지켜보면 모든 것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괴롭고 힘든 일이 닥쳐도 조금 있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좋은 일이 생겨도 조금 있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 괴로운 일이나 즐거운 일에 담담해집니다.

‘지켜보는 것’으로 치료가 된 환자

나를 찾아온 30대 여자 환자는 자신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는 활발했었는데 20대 후반부터 벌레를 심하게 무서워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는 벌레를 가지고 놀았는데 이유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정신치료를 받으러 올 당시에는 방에 벌레가 있다고 생각하면 방에 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만 들려도 기겁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면서 100퍼센트 집중해서 보거나 들으면 좋고 싫고가 없어지니 한번 그렇게 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 후 치료 시간에 와서 “벌레소리 같은 것이 났을 때 뭐가 있나 하고 조용히 들어봤어요. 그랬더니 담담해졌어요.”하면서, 내 경험을 들은 후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한 후에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심지어 환자는 ‘텔레비전을 부수고 싶다’는 친구에게 ‘그대로 쳐다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환자와의 치료가 끝날 때쯤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환자는 “안 무서워요. 일단 안경을 벗고 신발로 잡아버려요. 곤충이 내는 부웅부웅 하는 소리가 싫어요. 이번 여름에 두고 봐야겠어요. 도망은 안 가려고 해요. 그냥 보고 들으려고 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른 40대 여자 환자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있을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고통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해 본 후에 자신이 경험한 것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간호사가 대기실에 있는 다른 환자와 가깝게 이야기 하는 걸 보면서 소외됐다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났어요. 그때 그것을 지켜보니 없어졌어요. 화가 난다든지 상태가 안 좋을 때 그런 상태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을 지켜보면 없어져요.” 내가 이끈 ‘명상과 자기 치유 8주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70대 남자는 명상 수련을 통해 인생의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명상수련을 한 후에 치과치료에 대한 마음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요새는 치과에서 의자에 앉는 순간 눈을 감고 정좌명상과 몸 부위 인식하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치과 의자에서 겪는 괴로운 소리가 안락한 정적으로 전환되는 것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몸과 마음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힘든 것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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