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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능에 문제가 생겼어요...
  •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 승인 2019.05.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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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2대 욕망이다. 당연히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먹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 중요한 기능이다. 하루만 굶어도 인간은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하루 종일 먹는 생각만 하게 되고, 한 달 이상 먹지 않으면 죽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2대 욕망 중 하나인 성욕은? 현대사회에 섹스리스는 왜 그렇게 많고, 성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가? 그럼 섹스리스인 남녀 관계는 죽은 관계인가?

만약에 어느 날 성적인 문제로 내가 고민하게 된다면, 누구에게 상담을 받아야 할까? 그리고 성적인 문제가 오롯이 성적인 문제 하나만 해결한다고 해결될까?

성적인 문제 중에 가장 흔한 문제가 성욕의 문제이다. 즉 성적인 욕망이 없는 것이다. 식욕이 없는 것과 같다. 식욕이 없어서 곡기를 끊으면 사람들은 오래 살기 어렵다. 그런데 성욕을 끊으면 남녀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인간에게는 호르몬이라는 중요한 물질

호르몬은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분비되어서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준다. 즉 음식이 들어가서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서 혈당을 낮추고, 많이 먹어서 배가 터질 것 같으면 렙틴이 분비되어서 그만 먹으라고 명령을 내린다. 임신할 때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서 성욕을 증가시키고, 밤이 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어서 잠을 자라고 한다. 아이를 출산하면 프로락틴이 분비되어서 수유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 몸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부신이라고 하는 곳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다. 이 호르몬은 위기상황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위기 호르몬’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한다. 즉 위기상황이 되면 코티솔이 분비되어 혈당을 올리고 그 혈당이 에너지원으로 쓰여서 도망가거나 싸우기 위해 근육을 움직이게 하고, 맥박은 빨라지고 혈압은 올라가고 눈동자는 커지고 땀이 나면서 잘 싸우게 되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즉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기가 오면 ‘Pregnenolone steal’이라는 현상을 만들어서 콜레스테롤에서 코티솔로 가는 방향으로 주로 진행이 되고, 남성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의 분비는 적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성욕은 감소하게 되고 배란도 잘되지 않게 된다. 즉 생존이 먼저, 생식은 나중이 된다. 또한, 위기가 오면 대사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에 변화가 오게 되고, 대사기능이 빨라지고 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즉 대사와 에너지를 책임지는 갑상선 호르몬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위기가 오면 먼저 코티솔이 분비가 되고, 그다음에 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다음이 되어서야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즉 생존과 에너지가 먼저, 생식이나 배란은 나중이라는 것이다.

내가 성욕이 떨어졌다면, 혹은 나의 배우자가 성욕이 없다면 어쩌면 어떤 원인에 의한 스트레스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아니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서 스트레스 때문에 성욕까지 신경을 쓸 기운이 없는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항상 순서는 생존이 먼저, 생식이 다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욕에 문제가 생겼다면 ‘혹시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의 배우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은가? 그의 사랑이 변했나?’ 이런 생각을 먼저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나의 배우자가 지금 위기에 처해있나?’ 이런 것을 먼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즉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상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성욕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부터 해야 한다. ‘80/20 Pareto principle(파레토법칙)’이 있는데 20%의 변화로 80%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호르몬에 문제가 생겼을 때 20%만 교정해도 80%의 변화를 가져오고, 결국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만성 피로가 있거나, 비만이나 불임, 생리불순, 다낭성 난포증후군, 성욕 장애, 생리통, 생리전증후군, 우울증이나 두통 등이 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검사를 해 보고 20%의 호르몬을 교정하면 80%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중요한 것부터 한다. 즉 여러 가지 호르몬의 문제가 있다면 위기호르몬인 코티솔을 먼저 보충한다. 그다음이 갑상선 호르몬, 그리고 마지막에 여성호르몬,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적이 문제가 생겼다면 일단 성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부신기능을 먼저 보충을 하면, 저절로 갑상선 기능이 회복되고 그리고 나서야 성욕이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인간의 삶에서 중요성은 위기 -> 대사 -> 배란 순이다. 즉 생식이나 배란은 중요한 일이 발생하면 뒤로 밀리는 것이다.

만약에 당신에게 성적인 문제가 있다면 일단 호르몬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당신의 호르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3가지 중요한 호르몬(코티솔, 갑상선 호르몬, 성호르몬)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니 치료를 할 때는 통합적인 지식과 검사결과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코티솔의 발란스가 깨진 것(높거나, 낮거나 - 초기 스트레스, 만성 스트레스), 프로게스테론이 낮은 것, 에스트로겐이 낮거나 높은 것, 안드로겐이 높은 것, 갑상선 기능이 낮은 것 등이다. 이런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면 호르몬의 발란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와 기본 생활방식이다.

만약에 성욕에 문제가 생겼다면 일단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 보자. 그리고 햇빛을 쐬면서 낮에 걷고(세로토닌 분비), 그러고 나서 밤 10시 이전에 하루를 감사하는 기도를 하면서 잠을 청한다(멜라토닌, 성장호르몬 분비). 식사는 공장에서 나온 음식이 아닌 땅이나 바다에서 나온 것을 먹고, 숨은 폐의 바닥까지 갈 수 있도록 깊게 쉬어서 산소 공급이 잘 되게 하고, 땀이 날 정도로,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하고, 땅을 밟으면서 걷는다. 그리고 소통을 위한 대화를 시도해 본다.

이미 신은 우리에게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무료로 주었다. 다만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뭔가 치유가 안 된다면 그때 전문가를 찾아가 보자.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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