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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미세먼지 때문에 더 아프다! Ⅰ

  • 입력 2019.05.17 11:00
  • 기자명 김준영(마음편한유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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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미세먼지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초유의 관심사이다. 구글에 ‘미세먼지’를 검색하면 0.3~0.4초 만에 6천만 개 정도가 찾아지는 상황이니 소식도 많고 의견도 많다. 미세먼지는 황사와는 전혀 다르다. 둘 다 그냥 뿌옇게 보인다고 비슷하지 않다. 황사는 단순한 모래 흙먼지일 뿐이지만, 미세먼지는 중금속 가득한 먼지 바람이고 크기가 날아다니는 모래흙보다 훨씬 작아서 폐 끝 폐포까지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황사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의 공기, 런던형 스모그와 LA형 스모그의 집합체

어둑어둑 해 질 무렵 뿌옇게 흐릿해진 도심을 지나다 보면 중절모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영국 신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인 ‘SMOG’라는 단어는 영국을 바로 떠 올려질 정도로 영국의 공기가 나빴던 적이 있었다. 1952년 당시 영국 런던의 대기오염은 주로 공장의 배기가스, 빌딩이나 가정의 난방으로 인한 매연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여기에 안개가 짙게 깔림으로써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대낮에도 햇빛이 차단되어 어둑해진 도로에 가로등까지 가세하면 운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런던 주변 30km 범위까지 퍼져서 5일간 이어진 이 살인적 스모그 사건은 ‘Great London Smog’라고 하여 노인, 어린이, 환자 등 허약체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엄습하여 총 사망자 12,000여 명을 기록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런 공기 오염은 런던이 최초가 아니라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먼저 일어났었는데, 인구 14,000명의 소규모 공업 도시의 공장(제철공장, 황산공장, 아연공장 등)에서 배출된 해로운 가스가 6,000여 명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켰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1955년의 스모그가 더욱 알려져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는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주원인이며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의 1차 오염물이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다가 태양광선 에너지에 의하여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인체에 해로운 2차 오염물질을 생성하는 점에 그 특색이 있다. 이후로 공기 중에 인체에 해로운 2차 오염물질을 생성하는 1차 물질의 종류에 따라 석탄 연료와 같은 매연 등이면 ‘런던형 스모그’라고 하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원인인 광화학 스모그를 ‘로스앤젤레스형 스모그’라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런던형 스모그와 로스앤젤레스형 스모그가 겹쳐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기술을 수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포기하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였다.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정부는 방사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지지를 해야 할까?

‘삼천리 금수강산’, 이제는 옛말

요즘은 서울에서도 공기 오염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 될 만한 사건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 최고층의 거대한 롯데월드타워(555m, 123층) 빌딩이 사라져버린 지난 3월 5일 역사적 기록 중의 하나가 될 만하다. 국내 환경부에서 미세먼지 PM10을 1995년부터 측정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미세먼지가 관리되고 있다고 하는 중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사실은 대한민국의 ‘삼천리 금수강산’이란 말이 사라진 지는 최근 일이 아니다. 1985년에 이미 대기오염이 심각해져서 버스의 배기가스 단속을 하기도 했고,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에는 외국에서 참가한 선수들이 공기가 너무 나빠 한국에서 연습할 수가 없으니 가까운 일본에 가서 체력관리를 한 후에 경기 당일에만 한국에 머무르겠다고 했던 웃픈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2010~2016년 도시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측정하였는데, 유럽과 미주 지역은 70~74% 정도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반면, 남?동아시아에서는 47%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게 나빠져 가고 있는 공기가 매년 최악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현실에서 우리가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고, 본인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정부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낮에는 햇빛이 보이지 않는 뿌연 하늘을 보면서 미세먼지의 정도를 추측할 수도 있겠지만, 밤에는 서울 남산타워의 조명 색깔을 이용해서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심지역의 대기오염을 측정하여 저감 정책을 시행하거나 국민에게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서울 도심에만 56개소의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7가지 대응요령’을 발표하여 국민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M10과 PM2.5 미세먼지는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고, 미세먼지와 관련된 질병을 앓는 환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건강을 지켜주리라는 믿음을 버려라!

국내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5년에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자가 11,924명에 달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상식처럼 알고 있다. 폐점막의 손상은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 질환으로, 코점막의 문제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호흡기의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 뇌, 눈, 피부, 심장의 문제도 발생시킨다.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조기 사망은 초미세먼지에 의한 뇌졸중이 5,600명(47%)으로 가장 높다. 더욱 염려스러운 부분은 여성의 자궁 손상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임신 중의 태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쳐 허벅지나 머리통의 성장 저하와 뇌 발달 저하를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급속도로 노화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임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훈장감인데, 임신을 어렵게 했어도 미세먼지로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세먼지가 햇빛만 어둡게 만드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민국 정부도 국민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미세먼지의 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집안에만 있을 수도 없고, 미세먼지 마스크, 공기정화기 등을 배치하지만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어렵기만 하다. 집에서 고등어를 구워 먹기도 어렵고, 마스크를 써도 빈틈으로 먼지가 들어오고, 공기정화기는 상술 가득한 광고를 믿어야 할지 불안하다. 더욱 불안한 점은 국가에서 알려주는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국제기준보다 높은 상한치는 이미 알려져 있는 바이지만, 더 황당한 사실은 대기오염측정망의 설치 기준이다. 환경부가 발행한 ‘대기오염측정망 설치 운영지침’을 보면 ‘시료채취구는 사람이 생활하고 호흡하는 높이인 지상 1.5m~10m 사이에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의 PM2.5 측정소 중 대다수가 10m가 넘는 곳에서 대기 측정을 하고 있다. 환경부 지침에 부득이한 경우에는 30m 이내의 높이에 시료채취구를 설치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10m 높이에 설치해도 불법은 아니지만 미세먼지 주의보?경보의 기준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탁상공정이 씁쓸하다. 가난을 국가가 책임져 주지 않듯이 건강도 국가에게 바라기 전에 스스로 지켜야만 한다.

미세먼지의 천적은 물!

먼지의 천적은 물이다. 미세먼지도 다를 바는 없다. 환경부 지침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라는 조치 외에는 외출했다가 귀가 시 샤워를 하고 손을 깨끗이 씻어라, 노폐물 배출 효과가 있는 물을 많이 마셔라, 실내 물걸레질 등 물청소를 실시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공기청정기도 건식 필터형에서 습식 집진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천적은 물이다.

인체는 70%가 물로 구성이 되어있다. 미세먼지에 의해 가장 손상을 많이 받는 점막은 항상 촉촉이 젖어있어야만 먼지도 막아낼 수 있고 왕성한 면역 활동을 보장할 수 있다. 각각의 세포도 백혈구나 면역항체가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고, 세포 하나하나가 물을 보유함으로써 면역 활동을 하며 스스로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세포는 어떻게 물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 

본 칼럼은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헬시에징학회 춘계 심포지엄 가운데 마음편한유외과 김준영 원장의 강의를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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