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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고 마음도 꼭 아파야하는 것은 아니다 Ⅰ
  •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19.06.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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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사람들은 보통 몸이 안 좋아질 때 마음도 같이 안 좋아집니다. 몸이 힘들고 괴로우면 마음도 같이 힘들고 괴로워집니다. 어떤 사람은 배만 고파도 짜증을 냅니다. 날씨가 춥거나 더워도 기분이 안 좋아집니다. 정신과 환자인 경우 이것이 더 심합니다. 몸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공황장애의 경우 한 번 몸의 안 좋은 상태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겪었다면 다음에 다른 원인으로 비슷한 상태가 되면 전과 똑같이 극심한 불안으로 반응합니다.

물론 마음에 내재한 불안이 원인이 되어 그렇게 반응합니다. 남자 환자 A씨는 과로한 상태에서 술을 과도하게 마신 후 심장이 떨리고, 어지럽고 몸에서 이상한 현상을 느끼면서 죽을 것 같은 심한 불안을 느꼈습니다. 그 후 비슷한 상태에 놓이면 심한 불안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진료실을 찾게 되었습니다. A씨의 불안은 스스로 감당하지 못 할 정도로 컸기 때문에 불안을 다스리는 약도 쓰면서 “몸은 무리하면 당연하게 그에 상응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당연한 이 현상을 불안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해 주었고, A씨는 나의 말을 듣고 노력한 후 아주 빠른 회복을 보였습니다. A씨는 하는 일이 잘 안 풀렸습니다. 스스로 그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없었고 그렇다고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괴로워하던 차에 술을 과도하게 마셨고 그 후 심한 불안을 느끼는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이미 마음이 안정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신 후에 올 수 있는 신체적 현상에 불안이 추가되어 심장이 떨리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등 몸에서 이상한 현상을 느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때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과음했다면, 과음했을 때 올 수 있는 신체적 현상에 불안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신체적 현상도 다르게 나타나고 불안한 반응도 안 보였을 것입니다. A씨에게 이제 치료를 받고 있고 마음도 많이 안정되었으니 앞으로 어떠한 신체적인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노력하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A씨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때도 안정된 상태에서 보니 그 신체적 증상만 느껴졌고, 그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 이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되니 더 이상 불안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몸이 아플 때 화를 내는 것은 아픈 몸에 화살을 한 대 더 맞는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몸이 안 아플 수 없습니다. 몸이 안 아파서도 안 됩니다. 아픈 것을 통해 면역시스템이 가동됩니다. 그래서 다음에 안 아프도록 방비를 합니다. 뭐가 무리였는지 우리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몸이 아픈 것에 이런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사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몸이 아플 때 몸이 아픈 것도 힘든데 마음까지 아프면 너무 힘듭니다.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안 아플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훨씬 덜 힘들 수 있습니다. 정신장애도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플 때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면 가족이나 주위 사람도 덜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붓다는 경전에서 몸이 아픈 것은 화살을 한 대 맞은 것이고, 몸이 아플 때 화를 내거나 우울해 하거나 불안해하면 화살을 한 대 더 맞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가능하면 화살을 한 대만 맞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몸이 아플 때 마음이 같이 안 아플 수 있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은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픈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몸이 아픈 것이 좀 덜해진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파지면 몸이 아픈 것이 더 악화됩니다. 초기불교경전에는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프지 않는 법’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초기불교경전 전체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이 경전 중에서 직접적으로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프지 않는 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경전을 소개하겠습니다.

『나꿀라삐따의 경』(쌍윳따 니까야 제3권 58~65쪽)을 보면 장자 나꿀라삐따가 붓다를 찾아와 “세존이시여, 저는 늙고 노쇠하고 몸에 병이 들어 종종 병고에 시달립니다. 저는 이제 세존과 존경스러운 스님들을 친견하러 오는 것도 힘듭니다. 제가 오랫동안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제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십시오. 제게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붓다에게 자신의 상태와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붓다는 “장자여, 참으로 그렇습니다. 그대의 몸은 허약하고 낡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런 몸을 가지고 건강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나의 몸은 아프더라도 나의 마음은 아프지 않을 것이다’라고 배워야 합니다.”라고 말하자 그 장자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오로지 기뻐하면서 세존이 있는 곳에서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붓다의 제일가는 제자인 사리불을 찾아갔습니다. 그 장자를 본 사리불이 “장자여, 그대의 감각기관들은 고요하며 안색이 깨끗하고 밝습니다. 오늘 세존을 친견하고 설법을 듣지 않았습니까?”하고 말했습니다.

그 장자는 그렇다고 하면서 붓다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사리불에게 하자 사리불이 그 장자에게 ‘어떻게 하면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안 아플 수 있는지’에 대해 붓다에게 왜 더 이상 여쭈어보지 않았는지 물어봤습니다. 이에 그 장자는 사리불에게 그것을 물어보러 왔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이 장자는 바쁘고 높고 귀하신 붓다를 번거롭게 하기보다는 사리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리불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자 사리불이 어떻게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파지고, 어떻게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안 아파지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장자여, 세상에 수행을 하지 못한 일반사람은 성자를 보지 못하고, 성자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성자의 가르침을 수행하지 않아 존재를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인 오온(五蘊:물질·느낌·인식·형성·의식),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을 자아로 생각하거나, 오온을 가진 것을 자아로 생각하거나, 자아 가운데 오온이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오온이고 오온은 나의 것이다’라는 잘못된 생각 속에 있습니다. 그는 ‘나는 오온이고 오온은 나의 것이다’라는 잘못된 생각 속에 있지만 그 오온은 변화하고 달라집니다. 오온이 변화하고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게 슬픔·비탄·고통·근심·절망이 생깁니다. 이렇게 해서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파집니다. 장자여, 세상에 수행을 잘한 성스러운 제자는 성자를 보고, 성자의 가르침을 알고, 성자의 가르침을 수행해서 존재를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인 오온,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을 자아로 생각하지 않고, 오온을 가진 것을 자아로 생각하지 않고, 자아 가운데 오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나는 오온이고 오온은 나의 것이다’라는 잘못된 생각 속에 있지 않습니다. 그는 ‘나는 오온이고 오온은 나의 것이다’라는 잘못된 생각 속에 있지 않을 때, 그 오온이 변화하고 달라집니다. 오온이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슬픔·비탄·고통·근심·절망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안 아파집니다.”

사리불이 이렇게 말했을 때 장자 나꿀라삐따는 사리불이 말한 것에 아주 기뻐했습니다. 이 경전에서 보듯이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우리 존재를 구성하는 몸과 마음의 본질을 알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몸과 마음에서 어떤 변화가 있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몸이 아플 때 마음의 동요 없이 몸이 아픈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럴 때 몸만 아플 뿐 마음까지 아프지 않게 됩니다.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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