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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제도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대한민국 대학 병원의 표준 제시할 것

  • 입력 2019.06.14 10:34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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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국민 건강의 마지노선인 일차의료 붕괴를 막고,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주치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와 한국소비자연맹, 그리고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지난 23일 프레스센터에서 ‘2019 주치의 심포지엄 및 선포식’을 갖고, ‘주치의 제도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내가 바라는 한국에서의 주치의 제도’를 주제로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의 ‘국내 이차 의료와 주치의’,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의 ‘의료소비자와 함께 하는 주치의 제도가 되어야’, 그리고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박인례 공동대표의 ‘예방과 위험요소 관리 차원의 의료복지’ 순으로 발제가 진행됐다.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우리나라 일차의료가 강화돼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주치의 개념의 확립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국내 의료시스템은 급성기 질환의 치료를 위한 첨단 의료 지식이 급속히 발전했지만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영역의 성과는 매우 뒤쳐져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환자 교육과 상담, 그리고 생활습관 개선과 건강위험요인 관리를 통해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일차의료를 고화하기보다는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에 첨단 장비와 기술에 의한 치료 중심의 의학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인구의 증가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하는 의료 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노인 의료비는 급속히 증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60년에는 약 390조 7천억 원으로 2017년 한국 국가총예산과 비슷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따라서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일차의료강화 및 보험수가지불정책을 새롭게 마련해 대응하고 있는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으로 다뤄져야 하는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지난 15년간 병상 수가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유일한 나라로 일차의료 강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자격으로 국민과 가족 앞에 주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선포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유연하고 좋은 주치의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의료서비스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건강 상태가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이고, 의료소비자가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지 스스로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많은 경우 소비자들은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에야 의사를 만나고, 중대한 질병이 생기면 대형병원이나 이름난 의사를 수소문하고, 치료과정에는 수동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지는 건강과 의료문제에서 소비자들은 각종 매체에서 전해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기 쉽지 않은데, 평소 전문가에게 지속적으로 건강에 대한 상담과 관리를 받는다면 이런 상황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 회장은 지역사회 기반의 일차의료 체계가 부족하고 병·의원 간의 경쟁으로 환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의료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강 회장은 “주치의가 시간을 들여 잘 봐주고 상세한 설명을 하는 의사가 아니라고 하기는 하지만 의사와 환자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는 상호 신뢰 없이는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지리적 접근성 못지않게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결국 주치의가 단지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의 의사가 아닌 의료소비자들의 건강관리 능력, 자가 치료 능력을 키워주고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양질의 건강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박인례 공동대표는 “주치의 제도가 개인과 가족의 범위를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을 증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시스템은 성공적인 건강보험의 운영, 우수한 의료진과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 서비스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러나 취약한 지역사회 일차의료체계와 이로 인한 의료소비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 간 의료자원의 양극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로 인한 과잉 또는 과소 진료,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 등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비판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문제들의 원인은 극단적인 전문의 중심의 의료인력 배출구조와 함께 예방 및 관리보다는 치료와 질병 중심, 의료소비자보다는 병원과 의사 중심의 의료시스템, 그리고 일차의료기관을 의미와 역할보다 규모로 이해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인제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이준형 교수의 ‘주치의 맺기 홈페이지 &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홈페이지가 일방적이라고 한다면 본 학회가 준비한 어플리케이션은 환자와 의사 또는 병원과 양방향의 소통이 가능하며, 한번 설정을 한 단골 주치의는 표지 알림으로 지속적인 정보를 받을 수 있다”며, “질병을 비롯해 지역이나 계절에 맞게, 그리고 백신 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아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회에서 제작한 공식 어플리케이션 ‘우리가족 주치의’는 구글 플레이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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