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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미세먼지 때문에 더 아프다! Ⅱ

  • 입력 2019.06.18 11:49
  • 기자명 김준영(마음편한유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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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미세먼지는 외부 이물질이며, 중금속과 독성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독극물이다.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거나 외출 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집에 들어와서는 샤워를 해서 먼지를 털어 내는 방식은 미세먼지에 대해 아주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런 소극적 방식으로 미세먼지는 철저히 막아낼 수 있을까? 정답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바처럼 ‘절대 불가능’이다. 이는, 어떤 방법을 취하더라도 미세먼지를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럼, 우리는 독극물을 흡입하고 병들어 죽어야만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 방법이 있다’이다. 그렇다면 체내로 들어온 미세먼지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대답은 당연히 ‘면역’이다.

Glycocalyx = Sugar Coat

▲ Glycocalyx is seen by specific stain ruthenium red, or with fluorescent lectins(a carbohydrate-binding protein)
▲ Glycocalyx is seen by specific stain ruthenium red, or with fluorescent lectins(a carbohydrate-binding protein)

일반적으로 면역이라고 하면 ‘백혈구(White blood cells)’을 가장 먼저 떠 올리게 된다. 백혈구 중에서 60%정도를 차지하는 과립구(neutrophil)를 중심으로 한 면역세포와 35%정도를 차지하는 림프구(lymphocyte)에 속한 B 림프구와 B 림프구가 분화한 형질세포(plasma cell)가 생산한 항체에 의해 면역계의 면역 역할담당은 나뉘어진다.

그런데, 이런 면역계의 세포와 항체는 평화와 안전을 지켜주는 군인이고 경찰이다. 전쟁이나 위험에서 군인과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잘 지켜주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과연 아무리 충실히 임무를 다 한다고 하더라도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까? 만약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이 그런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하면 가만히 앉아서 어쩌지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아니다. 각자 위험에 대처해야 한다. 구식전쟁이라면 갑옷을 입어야 하고, 총알이 날아다니면 방탄복을 입어야 하고, 살을 에는 추위와 맞닥뜨린다면 가볍지만 체온을 지켜줄 수 있는 방한복을 입어야 한다. 이렇게 몸을 보호하듯이 세포도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

세포가 입고 있는 옷은 당사슬(glycan)이라는 특이한 직물로 짠 당의(glycocalyx, 糖衣)이다. 인체의 맨 살에 해당하는 이중 인지질 세포막(bilayer phospholipid cell membrane)을 둘러싸고 있는 탄수화물층(carbohydrate layer)이다. 세포가 입고 있는 옷의 기능 또한 매우 특이하다. 세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구별하여 내부로 공급하며, 세포를 복구하고, 수명이 다한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며 세포를 보호하고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세포간 통신(cell-to-cell communication)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능이다. 누더기 ‘당의’를 입고 있는 세포는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세포로 변성된다.

인체에 당의가 없는 세포는 없다.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당의는 세포 입장에서 본다면 최후의 보호막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기에 보호막이 될 수 있을까? 미세먼지의 천적은 물이라고 했었다. 당사슬 당의는 세포 바깥에 물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서 미세먼지의 침투를 원천봉쇄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설명이 피상적으로 들릴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세먼지는 호흡을 하는 과정 중에 폐를 통해서 가장 많은 양이 체내로 유입이 된다. 기관지를 통해 폐로 이물질이 들어오면 gel성분의 mucous에 이물질이 붙게 되는데, 이를 기관지 섬모세포(ciliated cell)의 섬모(cilium & microvillus)의 움직임에 의해 이물질이 뭉쳐지게 되고 공기흐름의 반대방향으로 밀려가게 된다. 뭉쳐진 이물질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되면 가래가 만들어지고 기침을 통해서 기관지 밖으로 배출한다. 이는 주로 conducting airways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기관지(trachea)에서 폐포(alveolar sacs)까지 23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conducting airways는 14~15단계 정도까지이고, 15~23단계까지를 respiratory airways라고 한다. 15단계에 해당하는 부분이 transitional bronchioles인데, 이렇게 분류되는 이유가 연골(cartilage)성분이 없어지는 부위이기도 하며 섬모세포가 있다가 없어지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섬모세포가 점액과 함께 폐로 들어온 이물질이나 병균 등을 막기 위한 필수 방어막이라고 했는데, 그러나 섬모세포만으로는 방어막의 역할을 완벽히 할 수 없다. 폐 기관지의 secretory cell에서 만들어내는 mucus를 periciliary layer로 완벽히 만들려면 섬모세포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결합된 당단백(proteoglycan)이 반드시 결손 없이 있어야 한다. 그 당단백을 구성하는 성분이 glycan이며, 또 다른 형태의 당단백이 있어야만 mucin층(mobile gel)을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glycocalyx(당의)는 폐포의 type I & II 상피세포(alveolar type I &II epithelial cells)의 표면에 존재하며 이물질에 대한 방어막을 형성하는 수분층인 mucin이 존재하도록 기반을 마련한다.

폐포 주변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가스교환을 직접적으로 하게 되는 혈관 내피세포(endothelial cells)에도 glycocalyx는 존재한다. 혈액의 흐름을 조절하고 이물질의 부착을 막으며 염증반응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혈관 속에 많이 존재하며 생체 세포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적혈구의 표면에도 glycocalyx는 존재한다. 초미세먼지 이물질이 이 모든 방어벽을 뚫었다 해도 내피세포가 워낙 촘촘히 구성된 혈관-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지만, 여기에도 glycocalyx는 뇌혈관 내피세포에서 완벽한 방어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일조를 한다.

만약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glycocalyx가 부족하거나 없는 세포들이 존재하는 구역이 있다면 초미세먼지는 신체 내부로 들어올 수 있고 세포를 망가뜨릴 수 있게 된다. 2015년 국내에서 조사된 초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한 통계를 보면, 뇌졸중이 47%(5,600명)로 1위를 차지하였는데, 과연 어떤 원인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을까? 초미세먼지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뇌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혈관까지 들어갔다면 흘러서 전신 어디라도 도달할 수 있겠지만, 끈적끈적한 물성분인 mucin층까지도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면 결국은 각각의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glycocalyx층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어째서 세포의 glycocalyx가 망가지고 부족하게 되었을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glycan이 포함된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못하는데 있다. 자연의 모진 환경에서 자라는 식재료로 식단을 구성하지 않고, 한정된 영양성분만 공급되는 비료를 수 십년 사용한 땅에서 길러지고 품종개량된 식재료로 식생활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식재료 자체를 요리한 자연식보다는 인스턴트, 가공식품, 냉동식품 등과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더 자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 산업화와 음식을 판매하는 상술이 고객의 입맛을 끌기 위해 추가하는 화학적 식품 첨가물이나 더 달고, 더 짜고, 더 매운 음식을 찾는 고객의 만족감을 충족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들 때문이기도 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당질지수(GI, Glucose Index)가 높은 식단 후 혈관 상피세포의 glycocalyx는 8시간만에 거의 전무해지다시피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Glycocalyx의 손상과 회복은 신체 세포 내에서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손상의 속도만큼 회복력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문제 중의 하나가 장누수(leaky gut) 현상이다. 장누수가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손꼽히는데, 이런 문제의 핵심이 장상피 세포에서의 glycocalyx 손상과 관련이 있다.

만약, 오랜 기간의 나쁜 식습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미세먼지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신체의 각 부분에서 glycocalyx가 부족한 세포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면 미세먼지의 위협은 아주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대한민국은 속임수가 난무하여 믿을 수 없는 식재료와 급속도로 바뀌어버린 식습관으로 이미 아프고 있다. 이미 아픈 몸에 미세먼지가 더해지면 엎친 데 덮쳐진 격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WHO(세계보건기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살인자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률을 보면 폐질환 사망의 43%, 폐암 사망의 29%, 심장병 사망의 25%, 뇌졸중 사망의 24%를 차지한다고 한다. Glycocalyx 없이 당신은 이 살해의 공포를 피할 수 있겠는지를 이제는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Glycocalyx가 없다면 신체는 물을 함유하고 있을 수 없고, 미세먼지의 천적인 물이 부족해진다면 당신은 예상보다 일찍 사망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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