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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당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 핵심감정

  • 입력 2007.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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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정신과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것 중에 ‘핵심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핵심감정이란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핵심적이고 주된 감정이다. 이것은 어렸을 때 특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 6~7세 이전에 그 기본적인 틀이 형성된다. 누구나 이러한 핵심감정을 가지는데 일생을 통하여 그것의 지배를 받게 된다. 특히 역경에 처할 때 잘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인 병이 났을 경우 이것은 병을 일으키는 주된 병적 역동 또는 중심 감정이 된다. 유심히 관찰해보면 핵심감정은 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들어 있다. 이것은 마치 쌀가마니의 어디를 찔러도 쌀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핵심감정은 사람이 어떠한 일에 부딪칠 때 각기 다른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근본요인이 되는데 이를 자기 스스로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의 임상경험에도 다른 사람이 보면 뻔히 보이는 데도 자기는 자신의 핵심감정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런 까닭에 자기의 핵심감정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에 보았던 환자의 예를 한번 보겠다.>case 1. - 성공에 집착한 강박관념이 환자는 30대 후반의 남자로서 찾아온 원인이 소화가 안 되고 의욕이 없으며 가슴이 답답하여 무엇인가 꽉 막힌 것 같고 사는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증세는 작년 여름에 7년 가까이 다니던 건설회사가 부도위험에 처하게 되자 시작 되었으며, 부도가 날 때까지 몇 개월간 불안감과 짜증이 이러한 증세와 함께 극심하였다. 환자는 원래 성격이 우울하고 침울하였으나 회사에서 일할 때는 미친 듯이 일을 하였고 일에 열중했을 때는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였다. 오히려 일이 없거나 할 때는 우울해지곤 하였다. 부도위험에 처하자 사장보다도 더 회사를 걱정하였고 부도를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였으며 회사가 망하면 자기 인생도 끝장난다고 생각하였다.현재 환자는 동업자와 같이 건축에 관계되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럭저럭 잘 되고 있으나 의욕이 없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는 계속되었다. 이 환자가 자라온 환경은 꽤 불우하였는데 환자의 아버지가 무능하여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꽤 많은 재산을 다 날렸으며 집이 망해가도 속수무책일 뿐이었다.환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쯤에는 늘 빚쟁이들에게 시달릴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다. 가난에 시달리며 사는 게 어린 마음에 지옥과 같이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자신이 동생들과 부모를 부양해야 할 지경이어서 석유나 연탄 등을 리어카로 배달하여 생활을 간신히 꾸려나갔다. 그러나 학교 성적은 우수하였고 학교에서 간부도 했을 정도였다. 이 당시 환자는 일본 역사소설을 읽던 중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라는 주인공의 말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이때 주먹을 불끈 쥐며 자기도 성공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기억에 생생하였다. 동시에 아무도 자기를 도와줄 사람이 없으며 자기는 혼자이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거운 짐으로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 이후에도 열심히는 살았으나 늘 우울하고 인생에 대해 비관하고 회의를 많이 가졌으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2년제 대학 졸업 후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도 우울하여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점차 적응하면서 모든 것을 잊고 남들이 미친 듯이 일한다고 말할 정도로 생활이 바뀌어졌다. 환자는 그토록 열심히 일했던 자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했다.이 같은 면담을 통해 볼 때 이 환자는 “나는 성공해야만 한다”와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내가 책임져야만 한다”라고 하는 두 가지 핵심감정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핵심감정이 형성된 것은 어렸을 때 집안이 몰락해 갈 때 부모, 조부모가 있었지만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느낀 데서부터 그 싹이 생겼고 고등학교 때 자기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확고히 굳어졌다. 그리고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던 환자라 “내가 꼭 성공해야 이 고생을 보상 하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그것은 “나는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으로 까지 발전되었다. 그런 점은 환자로 하여금 평소에는 의욕을 불러 일으켜 남보다 열심히 일하게 하였지만 실패의 기미가 보이면 유달리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여 성공에 집착하게 하였다.작년 여름에 병이 난 것도 자기는 실패해서는 안 되는데 회사는 부도가 눈앞에 다가오자 벼랑 끝에 선 절박한 감정에 사로잡혔고 거기서 주저앉는다면 영원히 자기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생각되어 졌다. 마치 고등학교 때 고학으로 집안을 유지시켰을 때 느꼈던,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과 같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에 회사사장도 “내가 있는데 왜 당신이 그러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했고 또 집안형편도 부인이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저축한 돈도 있었으며 그 회사가 문을 닫으면 오라는 직장도 있어서 끝장이라고 판단할 현실적인 근거는 없었다. 다시 말해 그러한 감정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감정이었다.숨어있는 핵심감정을 조절하라이렇게 각 개인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핵심감정의 치료는 면담을 통해 이러한 핵심감정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어렸을 때 생긴 감정으로 이제는 그렇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핵심감정은 해결되지 않으면 자꾸 반복 된다. 사주팔자같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정신적인 운명이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공부를 잘하는 형제 사이에는 머리가 나쁘다고 무시를 받았던 사람은 혹 커서 훌륭한 학자가 되어도 자기가 늘 모자란다는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가 많다. 철학자 조오지 산타야나(Jeorge Santayana :1863~1952)는 “역사의 교훈을 이해하지 않는 자는 그것을 되풀이 할 운명에 놓인다”고 하였다. 한 개인이나 사회는 누구든지 자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근본원인이 되는 바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해결하지 않으며 계속 같은 우를 되풀이 하게 된다.한번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반복되어지는 자신의 감정패턴이라든가 행동양식을 잘 살펴보도록 해보라. 거기에는 틀림없이 자신의 핵심감정이 숨어 있다. 그 핵심감정을 자신이 자각하기만 하면 인생의 진정한 승리를 절반 정도는 이미 성취한 것이다. 나머지 반은 그것을 극복하려는 자신의 의지나 노력여하에 따라 성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