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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술집의 단골메뉴, 중국의 ‘죽엽청(竹叶青)’

[엠디저널]한국에 사는 남자 중, 무협지를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본토인 중국에서 읽히는 것 정도야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그것들이 또 장르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런 무협지에서 검과 무공만큼이나 흔하게 나오는 것이 바로 술, 그 중에서도 바로 ‘죽엽청(竹叶青)’이다. 수많은 소설을 섭렵해 본 필자가 단언컨대, 소설의 배경이 어느 시대던지, 어느 장소던지, 밥은 안 나와도 죽엽청은 나올 정도로 무협지의 단골메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죽엽청이, 사실은 대나무 향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약재술이라면 어떨까?

실제로 죽엽청은 수많은 무협지 독자들이 상상하는 청량한 대나무 향이 나는 술이 아니다. 오히려 한방약품의 냄새와 국화꽃 향, 그리고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이다(단맛을 위해서 설탕도 듬뿍듬뿍 추가한다는 것 역시도 굉장히 의외의 사실이다).

산시성 특산품인 죽엽청은 기본적으로 약주이며, 술에 자단(紫檀), 당귀(當歸), 귤껍질(陳皮), 치자(梔子), 축사씨(縮沙, 砂仁), 정향(公丁香), 백국화(白菊花), 운목향(云木香) 등의 한약재와 백설탕이나 자당(얼음사탕), 달걀 흰자위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나무잎(竹葉)을 재워 만든다. 도수 역시 43도로 센 편이다.

무협지의 배경은 주로 근대 산업혁명 이전의 시대

그런 시대에서 저렇게 수많은 약재와 설탕, 그리고 높은 도수의 술은 높은 생산단가를 의미한다. 즉, 무협지에서처럼 누구나 아무 가게에서 덥석덥석 시키는 것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사실이 어떻든, 뭐 어떤가. 그 소설을 읽던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오늘, 죽엽청은 더 이상 그렇게 비싼 술이 아닌데. 기회가 된다면 한 병쯤 구해, 비 오는 날 주인공처럼 한잔 기울여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강지명 기자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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