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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 정원 깊어 여름 돗자리 시원하고”
  • 황종택(녹명문화연구원 대표)
  • 승인 2019.07.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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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여름 휴가철… 자연에서 몸·마음의 여유와 휴식 찾는다는 의미

“별채 정원 깊어 여름 돗자리 시원하고(別院深深夏?淸)/ 활짝 핀 석류꽃 빛이 발을 뚫고 들어온다(石榴開遍透簾明)/ 나무 그늘 마당 가득한 한낮(樹陰滿地日當午)/ 꿈에서 깨어나니 때마침 꾀꼬리 소리 들린다(夢覺流鶯時一聲).”

중국 송나라 때 소순흠(蘇舜欽·1008~1048)의 시 ‘여름(夏意)’이다. 여름날 오후의 나른함, 낮잠을 자고 난 뒤의 한가함, 꽃과 풀과 나무와 꾀꼬리 소리가 더위를 몰아내는 정경이 살포시 떠오른다. 그런데 요즘처럼 아파트나 회색 빌딩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이런 시를 보면 낯설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다. 휴가의 ‘휴(休)’자는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가 합쳐져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자연에서 몸·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찾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산과 계곡, 강과 바다가 주된 휴가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시끌벅적한 계곡, 사람들이 몰려 있는 바다 등지에서 땀을 흘려가며 놀이에 열중하다 집에 도착하면 피곤에 지쳐 쓰러진다. 그것이 진정한 휴가이고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레저생활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여름철의 행복한 휴가는 사색을 즐기며 수필집 한 권이라도 읽으면서 평강한 심령이 될 때 진정한 행복을 찾는 휴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조선 전기의 대문장가이자 학자, 사림파의 태두인 점필재(?畢齋)·김종직(金宗直·1431~1492)이 쓴 ‘낙동요(洛東謠)’를 보자. “쌀독은 비고 도토리마저 떨어졌는데(??已?橡栗空)/ 강가에선 풍악 울리며 살찐 소를 잡네(江干歌吹椎肥牛)/ 조정의 사자는 유성같이 지나치니(皇華使者如流星)/ 길가 해골에게야 누가 이름이나 묻겠는가(道傍觸?誰問名).”

강은 이처럼 백성의 고통을 직시하고 경세관을 가다듬는 곳인 동시에 심신 수양의 단련장이기도 했다. 점필재는 이에 관한 시도 썼다. “흰 새는 배를 맞이하고(白鳥如迎棹)/ 푸른 산은 너그러이 객을 보내네(靑山慣送賓)/ 맑은 강에는 한 점 꿰맨 자국도 없으니(澄江無點綴)/ 내 몸의 거울로 삼으려네(持以律吾身).”(‘낙동나루’의 일부)

휴가 후유증 줄이기 위해 평상시처럼 아침 기상 시간 유지 중요

여하튼 열섬의 도시에 염증을 더해가는 여름, 선인들의 시심이 흐르는 산천과 마을로 휴가를 떠나 보자. 찌든 일상에 파묻혀 시들어 버린 우리의 빛나는 감성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심신을 맑고 건강하게 재충전하자. 휴식은 ‘재생의 기회’이다.

우리 한시 한 편을 더 감상하자. 남인으로서 조선후기 정계와 사상계를 이끌어간 인물인 미수 허목(許穆)의 시 ‘옳음도 없고 옳지 않음도 없음(無可無不可吟)’이다. “한 번 가고 한 번 옴 늘 운수 따라/ 모든 다름 처음엔 너나없으니/ 이 일에 이 마음에 모두 이 이치/ 누굴 옳지 않다 하고 누굴 옳다 할 수 있겠는가(一往一來有常數 萬殊初無分物我 此事此心皆此理 孰爲無可孰爲可).”

서인의 거두 우암 송시열과 예악 논쟁을 치열하게 벌였지만, 시비 논쟁에서 벗어나 결국 서로 옳다는 걸림 없는 삶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내려놓음이다. 휴가철엔 이처럼 마음 비우기를 익히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적이고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쉬고 싶어 한다. 휴가를 맞아 삶의 여유로움을 찾고, 잊고 지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회복의 시간을 갖는 등 연꽃 향기 같은 마음을 지니고 다시 일상에 복귀해야 하겠다.

물론 휴가 후유증도 작지 않다. 지혜로운 극복 방안이 요청된다. 모처럼의 휴가는 즐겁게 보냈지만, 직장에 복귀한 다음 업무를 보면서 나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능률이 급격히 저하되고 피로와 식욕부진, 소화 장애, 두통,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는 이른바 휴가 후유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이런 후유증은 휴가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너무 빡빡한 일정으로 무리한 여행을 다녀온 뒤 더 많이 나타난다. 이는 불규칙한 수면시간, 낯선 환경과 음식, 육체적 활동량 증가 등에 의한 생체리듬 파괴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2~3일이 지나면 생체리듬이 휴가 전 상태로 돌아오고 1~2주면 완전히 회복되지만, 증세가 심한 경우 몇 주 동안 고통을 받기도 한다. 수면부족과 생체리듬 변화는 신체기능을 떨어뜨리고 질병에 대한 면역기능을 약화시키는데, 특히 휴가 기간에 과음, 과로가 많았다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생체리듬의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휴가 중에도 가급적이면 아침 기상 시간을 평상시와 같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여행 기간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으며, 미리 도착해 업무 시작 전에 시차 적응 기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힐링과 건강을 다 챙기는 여름휴가가 돼야겠다. 

황종택(녹명문화연구원 대표)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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