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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찻잔에 담긴 시인들의 노래, 한국의사시인회 일곱 번째 사화집

‘달이란 말이 찻잔 위에 올라왔다’ 출간

  • 입력 2019.07.09 11:19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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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러워 둥그러워진 달이야,란 말을 들었다

                                                       한 현 수

10월의 밤

당신이 당신의 이름을 얻은 후 육십 번째의 해와 달,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 밤의 풍경을 따라가다
풍경이 닿아 있는 찻집의 테라스에 모여 앉는다 당신을 위해
푼돈처럼 숨겨놓은 말을 호주머니에서 꺼내기 시작한다
당신의 나이를 혀에 올린 횟수 만큼

그런데 저건 에드벌룬이야? 달이야?

너무 낮게 떠 있어
너무 붉어

당신은 달뜬 찻잔을 오랫동안 들고 있다
구름이 소멸한 바다에 동그라미 하나 띄우는 것처럼
당신은 당신의 달을 걱정하는 말을 하고
둥그러워 둥그러워진 달이야,란 말을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둥근 것을 묘사할수록 기분은 좋아져

달은 낮게 있어서 붉어지는 거고
높이 떠 있을수록 밝아지는 거고

자꾸만 달이란 말이 찻잔 위에 올라왔다

모두 자신의 달을 호호 불어내며
가을에 구부러진 말을 펴고 있다

달 하나씩 들이마시고 있다

[엠디저널]삶과 죽음, 그리고 자연과 철학을 노래하는 하얀 가운의 시인들이 또 한 편의 시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대한민국 문인 의사를 대표하는 한국의사시인회는 일곱 번째 사화집 ‘달이란 말이 찻잔 위에 올라왔다’를 출간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2일 인사동 옥정에서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이번 사화집에는 권주원, 김경수, 김기준, 김승기, 김세영, 김연종, 김완, 김응수, 김호준, 박권수, 박언휘, 서화, 송세헌, 유담, 정의홍, 조광현, 주영만, 최예환, 한현수, 홍지헌 시인(가나다순)까지 스무 명의 시인이 특유의 감성을 각자의 개성에 담은 시 세 편씩을 모아 제작했다.

한국의사시인회 김완 회장(광주 혈심내과 원장)은 “‘시와 의학’은 영혼과 육체의 치유가 결코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의술의 목적인 치유와 예술의 목적인 구원 역시 궁극적으로 하나입니다. 따라서 위대한 문학가는 메스를 들지 않는 훌륭한 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는 상징과 은유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에 나타나는 의사와 질병과 병원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의사들이 시를 쓰고 읽는 것은 인간의 질병과 의료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라고 이번 사화집 출간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제7집 사화집의 제목은 한현수 시인(성남 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의 작품 ‘둥그러워 둥그러워진 달이야,란 말을 들었다’의 구절을 인용했다.

이번 출판 기념회에는 현대시학 전기화 발행인과 현대시학회 김금용 회장, 그리고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홍용희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홍용희 교수는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가는 과정이며, 그래서 시는 자기 구원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그 시의 순도가 얼마나 정제되어 있느냐는 결국, 나의 이야기를 얼마나 절실하게 표현하느냐는 것입니다. 시인이면서 의사인 여러분들의 시에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야기가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에 이처럼 아름다운 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한편, 한국의사시인회는 제7집 ‘둥그러워 둥그러워진 달이야,란 말을 들었다’에 앞서 지금까지 ‘닥터 K’, ‘환자가 경전이다’, ‘카우치에게 길을 묻다’, ‘가라앉지 못한 말들’, ‘그리운 처방전’, ‘왜 우리는 눈물이 나는 걸까?’까지 6권의 사화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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