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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음악으로 듣는 수면 이야기
  •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 승인 2019.07.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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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흐가 프러시아 황제 프레데릭 2세 앞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는 모습 / 이미지출처_baroqueflute

[엠디저널]한여름과 관련된 속담 중 ‘오뉴월 소나기는 쇠 등을 두고 다툰다’라는 말이 있다. ‘오뉴월’은 음력 5월과 6월, 즉 양력으로 7월과 8월의 한여름을 뜻한다. ‘무엇을 두고 다툰다’는 말은 결국 그 무언가를 서로 가지기 위해 싸운다는 뜻인데 여름철 소나기는 전국적으로 내리기보다는 일부 지역에 부분적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비유하여 앞마당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뒤뜰에는 해가 쨍쨍한 것을 나타낸다. 이는 소나기가 소의 등을 경계로 한쪽에는 내리고 다른 한쪽에는 내리지 아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한여름에 불규칙하게 내리는 소나기의 특성을 비유한 말이다.

열대야는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를 넘는 것으로 낮에 달구어진 지표면의 열기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일어난다. 인체의 중추신경계가 흥분해 완전한 수면을 못 하게 되거나 자주 깨며 이 때문에 다음날에 졸리고 피로한 ‘수면 지연 증후군’이 나타난다. 이러한 불면의 밤은 18세기에도 이어졌다. 비단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브리미널 효과’와 ‘바흐 효과’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은 바흐(1685~1750)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대중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곡이다. 대중들에게 지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 편안한 숙면을 위한 음악, 집중력을 높이는 음악, 스트레스 해소 음악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 ‘서브리미널 효과(Subliminal Effect)’의 메시지로 잠재의식을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브리미널 효과’란, 인간의 감각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자극을 주어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서브(sub:아래)와 리멘(limen:식역)의 합성어로 ‘식역’이란 의식과 잠재의식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국내외 음악계에서는 90년대 중반 이후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448’이 공간지각력을 높여준다고 주장하는 ‘모차르트 효과’를 이용한 음반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바로크 효과’, ‘바흐 효과’와 같은 음악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바로크 음악의 특징인 동일음 반복과 베이스 음역을 통해 심장 박동수와 비슷한 템포를 유지함으로써 뇌 활동에 안정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바흐효과(Bach Effect)’는 수리능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바흐음악은 심장 박동과 가장 비슷한 음악이라 태교와 정서 교육에 좋으며 특히 수학적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바흐는 음악을 수학적으로 가장 안정시키고 아름답게 표현하였으며 실제로 바흐 음악 애호가들 중에는 유독 수학자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자연과학자가 많다고 한다.

불면증에 시달린 카이저링크 백작을 위한 바흐의 작곡

18세기 중반 독일 드레스덴 주재 러시아 대사로 일하고 있던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은 극심한 불면증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음악 애호가인 백작은 자신의 불면증 해소를 위해 수면제를 대신할 수 있는 클라비어(Clavier, 피아노의 전신 악기) 곡 하나를 바흐에게 의뢰했고, 바흐는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백작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작곡하여 보냈다. 바흐는 30개나 되는 변주로 구성된 클라비어 곡을 정성스레 만들어 백작에게 주었고 백작은 이 변주곡을 항상 ‘나의 변주곡’이라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 이에 바흐의 제자이자 백작의 고용 악사인 클라비어 연주자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Johann Gottlieb Goldberg)에게 자신이 잠들 때까지 클라비어 연주를 시킨다.

▲ Bach의 자필 악보 중 아리아(Aria) 페이지

원곡의 제목은 ‘여러 가지 변주를 가진 아리아’ 였으나 백작의 이야기가 유명해지며 대중들에게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Aria)’ 라는 이름의 주제를 수미상관 형식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주제인 ‘아리아’가 30개의 변주곡으로 연주된 뒤 다시 아리아로 연주를 끝맺는 구조이다. 바흐의 노년에 작곡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가 평생 쌓아온 음악적 역량이 모두 녹아 있다. 연주가에게 심오한 구도(求道)의 자세를 요구한다.

다가온 여름, 갑자기 찾아온 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친다. 마음이 지친 상태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우울증과 같은 심리, 정신적인 어려움에 빠지기 쉽다. 열대야 속에서 쾌적한 수면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책을 읽거나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그 옛날 백작이 그러했듯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깊은 수면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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