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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구멍부자, 혈벌(穴閥)Hole Plutocrat
  • 정정만(성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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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인체 개벽과 함께 축조된 자성혈(雌性穴). 그러 뚫려있는 공규(孔竅)가 아니다. 두려움, 요사, 신비가 공존한 작은세상이다. 점유와 장악(掌握)을 위해 안간 힘을 쏟아내는 막대기. 포위와 보쌈질로 응수하는 구멍의 대치적 우호관계, ‘잇속’과 ‘욱기’가 마주치며 타산적 공생을 도모한다. 분노같은 육욕을 다림질하기도 하고 탐욕의 깊은 골에 뇌우를 불러들이기도 하는 파란(波瀾)의 구멍. 여인의 운명과 팔자를 결정하는 뒤웅박 구멍이다. 106:100의 남녀 성비(性比)는 하느님의 섭리다. 구멍과 막대기가 활약하는 구, 막교역의 보편적인 거래원칙. 일경일문(一經一門)과 상통한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가진 자, 쥔 자, 승자에 대한 구멍의 쏠림 현상 때문이다. 갈수록 빈부 간극이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 그 일단엔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한 농촌 총각의 절망이 있고, 넘쳐나는 구멍에 빠져 허우적대는 왕후장상의 호강이 다른 한쪽 끝에 걸려있다. 노숙 생활을 청산하기 위한 동남아시아 대장정.

하지만 그것 또한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무리 허접한 구멍이라도 어차피 호구용(糊口用) 막대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세혈유착’(勢穴癒着)과 ‘금혈(金穴)유착’은 오랜 역사요 전통이요 그리고 엄연한 현실이다. 고간대작이나 부자 막대기에 실린 교조적 힘은 수많은 구멍을 일시에 제압하고 평정하는 위력이 있다. 막대기의 힘 자체가 아니라 금(金), 권(權) 비호를 받은 막대기의 발호가 불특정 다수 구멍의 환호와 절묘하게 야합한 결과다. 이렇듯 재벌(財閥), 세벌(世閥), 군벌(軍閥), 학벌(學閥), 문벌(門閥) 등 벌족의 집합된 힘은 쉽게 구멍 족벌 체계를 구축한다. 소위 ‘혈벌’(穴閥)체제다. “혈(穴)”은 ‘구멍’, “벌(閥)”은 ‘지체’나 ‘공로’를 뜻한다. 혈벌(穴閥)이란 한 마디로 구멍부자다.

영웅호색(英雄好色)은 결코 진리가 아니다. 차라리 혈호세봉(혈好勢棒)이 맞다. 구멍은 세속적 힘을 보유한 막대기에 열광한다. 밀거래, 사재기, 독과점, 강제 점유 등 본거지를 이탈한 부당거래가 구, 막교역 시장의 판세를 주도하는 이유도 재물과 권세에 대한 구멍의 편집증(偏執症) 때문이다. 중국 역사상 최대 혈벌, 수양제는 6만 명 이상의 궁녀를 거느리며 134개 구멍 막장을 마음껏 주무르던 구멍 탐사 전문가다. 밤마다 섭렵해도 166년이나 걸리는 재앙 같은 호사를 누렷다. 양귀비 구멍에 중독된 당 현종도 4만개가 넘는 구멍 관리권을 행사한 대명혈벌(大名穴閥) 중 한 사람이다. 중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 임금들도 별로 꿀리지 않는다. 왕건 선조는 30개, 태종과 성종은 12개, 세종 임금은 6개의 전속 구멍을 비치하고 300~600개에 이르는 대기혈(待期穴) 사용권을 마음대로 휘두른 지존성군(至尊性君)이다. 장록수의 남자, 연산군의 항상 열려있는 구멍을 외면하고 굳이 빗장 걸린 구멍만 집중하여 갈취했다. 부하 직원의 비우(妃偶)가 주 대상이었지만 이복누이 동생과 큰 어머니 구멍까지 넘나든 희대의 도굴범이었다.

구멍의 속성이나 무늬는 역사의 수레에 적재되지 않는다. 그래서 구멍의 혈심(穴心)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금세기 들어 IT기술을 접목시킨 자동 구멍문이 출현했다는 사실이 약간 특이할 뿐이다. 문설주에 붙어있는 센서가 돈과 힘을 감지하기만 하면 저절로 구멍문이 활짝 열리는 자동문 시스템 말이다.

“하느님, 여태까지 살 집 하나 없는 가난한 농사꾼입니다. 저는 빠질 구멍도 빠져나갈 구멍도 없습니다. 돈 줄과 힘 줄에 매달린 간사한 혈심때문이지요. 천신만고 끝에 거금 투자하여 캄보디아산을 들여왔지만, 포복(飽腹) 불충하여 깨지고 말았습니다. 하느님, 타산(打算)에만 익숙한 어둔 구멍을 인성의 햇살로 밝혀주세요. 달콤한 과육(果肉)만 먹어 치우는 구멍의 식성을 바로잡아야 원래의 제 몫이라도 챙길 수 있으니까요. 씨앗을 받아야 하는 구멍에 돈을 채우는 짓거리는 정녕코 당신의 뜻이 아닐 것입니다. 비록 행색이 초라하더라도 씨앗을 담아낼 수 있는 투박한 질그릇이라도 하나 보내 주세요.”

[엠디저널]생산 시설 가동이 최대로 제한된 구멍은 자진자영(自進自營)의 불놀이 터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종자를 받아 배달민족의 명맥을 이어야 하는 성스러운 문전옥답(沃畓)이 팔자 고치는 뒤웅박이나 꽂기만 하면 매상 열을 발산하는 전열 기구화 하는 물결을 탄 것이다.

명분에 상응하여 실질을 바르게 하는 것. 명칭에 상응하는 실질의 존재를 정명(正名)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부자간, 형제간, 친구간도 그에 어울리는 윤리와 질서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워야 한다.’는 것이 정명의 핵심이다. 부모가 부모다울 때 부모가 되고 자식이 자식다울 때 자식이라는 것이다. 개차반처럼 행동하는 자식이나 어린 자식을 유기하는 부모가 어찌 자식이고 부모이겠는가? 물건이나 구멍도 마찬가지다. 물건답고 구멍다워야 물건이요 구멍이다.

물건과 구멍도 지켜야 할 틀이 있는 것이다. 효(孝)와 열(烈)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분이요 미덕이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고 여자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 것이다. 여불사이부(女不事二夫)가 바로 구멍다운 것이다. 하지만 이놈들은 정명(正命)을 외면하고 정명(正明)치 못한 행동을 일삼는 것이 정명(定命)인지도 모른다.

정명(正名)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다. 하고 한날난행으로 인간사를 뒤틀고 꼬이게 하는 신체 최고의 말썽꾸러기들 아닌가?. ‘물건’을 미국말로 페니스(penis)라고 한다. 하지만 ‘오렌지’를 알아듣지 못하는 미국 사람들은 페니스가 무슨 소린지 모를 게다. 영어 몰입식 발음으론 ‘아린지’ ‘피너스’다. 원어민의 물건은 피너스요 국산을 위사한비 영어권 국가의 물건은 페니스다. 앞서가는 피너스의 못 된 버릇을 페니스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국 전쟁 후 폐허가 된 이 땅에 진주(進駐)한 미군. 그 혈맹의 피너스는 오두막 구멍가지 주둔하는 성실성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당시 점령당한 구멍은 정명을 벗어났다. 하지만 풀칠을 위한 생계형 구멍은 당(唐), 청(淸), 왜구(倭寇)의 흉괴한 물건에게 약탈당한 민초의 구멍과 함께 우리나라 구멍의 부끄럽고 서글픈 역사의 단면이다. 승자나 강자의 전리품, 노략품 리스트에 들어있기 마련인 구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달린 사람들의 무능과 무책임 탓이었다. 이제 2만불 벌이 시대. 구멍의 세상(世相)도 엄청나게 변했다.

감산(減産)이라는 대세를 타고 세계 랭킹 1위의 저 출산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생산 시설 가동이 최대로 제한된 구멍은 자진자영(自進自營)의 불놀이 터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종자를 받아 배달민족의 명맥을 이어야 하는 성스러운 문전옥답(沃畓)이 팔자 고치는 뒤웅박이나 꽂기만 하면 매상 열을 발산하는 전열 기구화 하는 물결을 탄 것이다. 옥토는 천하지 대본이거늘…세태의 벽면엔 온통 싹수없는 구멍투성이다. 권세에 달라붙는 폴리티홀(politihole), 황금에 빌붙는 머니홀(monihole), 포뮬리즘에 사족이 마비되는 엔터테인홀(entertainhole) 등 간교한 구멍이 온천지에 널려있다. 권세, 돈, 인기 있는 얼굴은 마음만 먹으면 아무 구멍이나 압수, 수색할 수 있는 힘의 막대기와 어우러져 불장난에 익숙해져 있다.

뿐만 아니다. 오르가즘에 중독된 레크리홀(recrehole), 리조홀(resohole)등 철부지 구멍도 부지기수다. 구멍만으로 한 순간 수직 점프하고자 하는 홀신데렐라, 즉 홀렐라(holerella)세상이다. 그런가 하면 벽촌의 물건은 썰렁한 공황 상태다. 힘도, 돈도, 얼굴도 없어 거들 떠 보는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정착되었다. 구멍은 대한민국 정치인의 속성을 빼 닮았다. 뇌물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먹었다는 정치꾼은 하나도 없다. 시치미 떼는 것에 이력이 나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진상의 일부만 노출되는 판결만으로 곧 유야무야 소멸된다. 잠깐 웅크리고 잠복해 있다가 기회가 포착되면 다시 전면에 나선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게 커다란 문제다. 그 기막힌 능청이 사특한 구멍의 행태와 영락없는 판박이다. 구멍이란 원래 ‘신비’ ‘함정’의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막대기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저 쑤시기에 바쁘다. 구멍의 암수(暗數)를 판단하는 여유와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구멍이라면 매양 담그고 본다.

발작이 끝나고 철수한 다음에야 구멍의 참모습이 드러난다. 그것이 덫이요 시궁창이었다는 사실이… 구멍의 부패! 그것이 문제다. 정액 무단 투기와 불법 물건 경질 버릇을 사정(司正)하지 않고서는 옥답의 토질(土質)과 자연 환경을 보존할 길이 없다. 금력, 권력, 얼굴 편향을 방지하여 선진일류 구멍을 지향하는 대대적 캠페인을 전개해야 하지 않을까? 구멍 복무규율을 강제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수입에만 의존하는 벽지의 가난한 물건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금은보화나 권세를 채우려는 저급한 탐욕과 타산을 제거하고 사랑과 신뢰, 물씬한 인성과 지성을 가득 채운 구멍일 수 없을까? 칠흑 같은 어둠에 한 줄기 희망의 햇살을 비춰 보이는 기쁨의 구멍일 순 없는 것일까? 벼락치기로 팔자 고치는 구멍이 아니라 건강한 종자를 부화하고 양육하는 신비한 구멍으로 거듭나는 ‘sexual being'일 수 없을까? 언젠가는 뒤웅박도 깨지기 마련이고 전열기구의 열선도 끊어지는 법이다. 맷돌질로 초토화(焦土化)된 황무지를 자연 생산 녹지로 재생시키는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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