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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여자 죽이기

Killing Women

  • 입력 2019.08.07 10:48
  • 기자명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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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달린 사람의 성 생활은 삼고(三苦)의 연속이다. 인생살이 자체가 고난일진대 새삼 삼고라니? 뚫린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입성교지(入城敎旨)를 받아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건만, 반드시 세워서 지켜야 하고…

게다가 물고 늘어지는 끈기의 맷돌질로 뚫린 사람을 죽여줘야 하니 삼고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닐 성 싶다. 뚫린 사람의 갈채와 찬사를 끌어내야만 신명 나는 음률(淫律)이 생겨 재수요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운영체계가 완전 자동화되어 의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특유의 어설픈 작동 기전에서 삼고가 비롯된다.

마음대로 일으켜 세우고 강직도와 러닝타임을 제멋대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여자 죽이기’가 별 대수겠는가? 항시 지근한 곳에 천국이 펼쳐질 터이다. 하지만 실상은 영 딴판이다. 고집불통에다 다혈질이며 이단아, 반항아, 풍운아 기질로 걸핏하면 몽니를 부리는 까다로운 물성 탓에 달린 사람은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외롭게 살아간다. 어설프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하찮은 육질 덩어리 하나만으로 뚫린 사람을 실신시켜야 하는 범상치 않은 부담 때문이다.

그래도 킬러의 꿈을 버릴 수 없는 가련한 사람들…모두 것이 달고 있다는 죄다. 침상에 오를 때마다 뚫린 사람을 미쳐 날뛰게 하고 품위 없는 파열음과 비명 같은 신음소리를 기대한다. 그러다가 실성한 채 비경을 헤매는 모습을 확인하기라도 하면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자족의 기쁨을 느끼는 달린 사람들. 그래야만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고 더욱 더 적극적인 삶을 꾸려가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뚫린 사람을 ‘수컷의 포로’로 만들고 싶은 원망(願望)은 달린 사람 모두의 잠재 본능이다. 하지만 젊음을 떠나보내고 나면 달린 사람의 삼고는 더욱 더 커진다. 연륜이 더할수록 뒷걸음치는 물건을 상대로 뒤늦게 ‘참 맛’을 알게 된 뚫린 사람의 공세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회피하며 방어에만 급급하던 공급자가 느닷없이 적극적 수요자로 돌변하여 일판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넘어뜨려 시도 때도 없이 판세를 휘어잡던 젊은 시절. 하지만 이제 속살 비치는 잠옷을 걸치고 어슬렁거리는 아내의 모습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영장류의 핵심 부품이라는 것이 어찌 이토록 하찮은 것일까?

사실 호모사피엔스라는 종(種)의 신체적 특성은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별된다. 유별나게 커다란 두뇌,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 손발, 직립 보행할 수 있는 척추 등이 그것이다. 또한 기막히게(?) 제조된 남자의 걸물(傑物)도 빠질 수 없다. 뼈도 아닌 것이 뼈로 변신하는 마술은 천지의 어느 생물체도 모방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능이다. 수납공간으로는 옹색하기 짝이 없는 두 다리 사이에 구차한 몰골로 누워 있는 물건. 하지만 유사시에는 배꼽을 찌를세라 투혼 넘치는 늠름한 전사로 탈바꿈한다. 어찌 신기라 아니할 수 있을까. 그러나 첨단 기기라는 것은 작동 메커니즘이 복잡한 만큼 일단 탈이 나면 진단이나 수리가 어렵다는 맹점도 있다.

봉령(棒齡)이 많아지면 파워가 떨어진다.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파워 감쇄를 보완하는 수단은 자상한 기술뿐이며 기술의 핵심은 예열(豫熱)의 여유다. 신체에 부착된 모든 부품을 동원하여 불을 지핀다. 뚫린 사람의 입에서 애절한 ‘삽입’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풀무지에 몰두한다. 이것만이 불안하고 어설픈 물건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힘의 쇠퇴를 만회하는 방책은 기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물질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열역학 법칙은 물건에도 적용된다. 물건의 수명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킬러에겐 명예퇴직이 없다. 죽는 날까지 현역을 지키며 여자 죽이기에 매몰할 수 있는 건강 유지가 중요하다. 무너진 킬러의 마지막 선택은 심어 세우기, 음경 임플란트다. 물건을 부축하여 세워주는 버팀 구조물을 심어주는 수술방식을 말한다. 뚫린 구멍에서 유래한 550g의 저항을 견디는 물리적 힘을 확보, 삼고에 허덕이는 늙은 킬러의 짐을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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