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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호모에로티쿠스

Homo Eroticus

  • 입력 2019.08.09 11:59
  • 기자명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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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왜 할까? 왜 그리 집착하는 것일까? 종족과 개체를 지키기 위한 모질고 질긴 본능 때문일까?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원색의 육감, 그 양보할 수 없는 거대한 질감 때문일까? ‘만났다’하면 그저 달라붙어 작은 몸뚱이로부터 숨넘어가는 쾌감을 짜내는 ‘딩굼’의 정체. 코믹하고 저열하기 조차한 몸짓, 가쁜 숨 몰아쉬며 구석구석까지 열광(烈光)으로 채색하는 정형화된 춤사위.

인간이 지상에 출현한 이래 지금 이 순간까지 거의 완벽한 원형을 유지하며 자자손손 전승되고 있는 불가사의한 2인무(二人舞). 그런대도 타인의 시선을 가로막고 내밀적으로 몰두해야만 하는 기이한 형태.

인체는 거대한 화학 기계(Chemical Machine)다. 인체를 구성하는 100조개의 세포가 저 마다 간단없는 화학 반응으로 생의 이치를 실현하고 있다. 화학 반응은 전자의 이동이다. 전자를 주는 쪽은 산화되고 받는 쪽은 환원된다. 화학 반응은 산화 환원 반응(Redox Reaction)이며, ‘전자 주고 받기 놀음’이다. 인체세포는 초당 40억 개의 전자를 주고받으며 인체의 모든 생리현상을 조절한다. 에너지를 만들 때도, 섭취 음식을 소화시킬 때도 전자가 필요하다. 대사 과정에서 생긴 인체 쓰레기를 폐기할 때도 전자를 요구한다. 전자야말로 인체의 화학 경제를 움직이는 현찰인 셈이다. 돈이 있어야 경제가 돌아가고 돈이 필요할 때 특히 현찰 흐름(Cash Flow)이 원활해야 사업체가 융성해진다. 전체적으로 전자가 부족하거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건강에 이상 신호를 발령하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질병이 생기지만 전자가 풍부하면 건강하다.

하루에 2억 5000만의 호모사피엔스가 작약(雀躍)하여 어두운 밤을 열기로 밝히는 나들목 놀이. 한 평생 5000번 이상을 반복하지만 지푸라기들 힘만 남아 있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독한 집념. 그 원천의 인력(引力)도 따지고 보면 전자 이동에 의한 화학 반응의 발로다. 구멍 속 불기둥의 엄청난 화염도 화학 반응에서 비롯된다. 세포는 결코 쉬는 순간이 없다. 소리 없는 외침과 분주함으로 전신이 소란스럽다. 성적 쾌감이나 극치감도 세포에서 이루어지는 화학 반응이다.

오르가즘 때 암 세로를 죽이는 T-임파구가 순식간에 늘어나면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T-임파구는 신체 치안 병력의 핵심이며 유방암 치료 효과를 증가시키고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저항력도 강화된다. ‘섹스의 치유능력’이라는 책에서 주디스 삭스는 ‘한 번의 극치감은 만성 요통, 관절염, 목 통증을 6시간 동안 없애 준다’고 했다. 성적 쾌감이 천연 진통제 엔돌핀(Endorphin)을 다량 분비하여 통증을 잊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어 주는 에스트로젠과 남성의 기상과 사내 구실의 원천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 준다. 골밀도가 증가하고 피부와 머리카락에 탄력이 붙고 윤기가 난다. 또한 심장과 폐기능이 보완되고, 복근과 척추 배근이 단련되며 치매를 방지하여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장수 효과를 부여해 주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옹골진 행위. 그것을 섹스의 질병 치유 효과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매주 섹스를 하는 여성은 독신자이거나 신체적 접촉이 드문 여성보다 에스트로젠의 혈중 농도가 두 배 높고 월경주기가 일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호모에로티쿠스(Homo Eroticus)!

평생 동안 건강한 섹스를 통해 행복과 건강을 구가혐 살아가는 호모사피엔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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