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PINION 전문가 칼럼 정정만
<들무새의 초상> 돗자리 성병Mat's VD
  • 정정만(성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4 10:40
  • 댓글 0

[엠디저널]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어느새 한반도 남쪽에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를 건립한 것이다. 평균 수명은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은 낮아지고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가 무더기로 노인 인구에 편입되면서 2018년에 고령사회(Aged Society;14,.3%), 2026에는 전 인구의 20.8%가 노인인 초고령 노인 공화국(Superaged People's Republic Of Korea)의 도래가 예측되고 있다.

현재 법률적 또는 의학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총칭한다. 15세~64세에 이르는 생산인구 3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미래의 부담(2030년)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법석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제 논리적 대비책엔 노인이 ‘국가 동력에 기여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의 노동력에만 의존해 연명하는 비루한 사람’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노인의 품위를 경시한 풍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대의 빛나는 젊은이를 능가하는 완숙한 재능과 인품을 지닌 신세대 노인들은 ‘65’라는 숫자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65’라는 상한 때문에 이제 막 절정에 오른 전문적 역량을 포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역동적 에너지를 보탤 수 있는 기회를 사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스스로 물러가지 않는다. 사회의 인위적 틀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밀려갈 뿐이다. 연륜만으로 노인을 정의하는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노인을 영어로 ‘Elderly’, ‘The Old(Man)’, ‘The Aged’, 연금으로 생활하는 미국 고령 시민을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 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령대에 따른 색다른 구분 방식도 대두됐다. 45~65세 연령층을 ‘중년(Middle Age)’, 65~75세는 ‘젊은 시니어(Young Senior)’, 75~85세를 ‘중년 시니어(Middle Age)’, 85세 이상을 ‘완숙한 시니어(Mature Senior)’로 분류한 것이다.

실제로 노인은 폐차시기에 근접한 허름한 차량이 아니다. 연식만 오래됐을 뿐 아직도 탄탄대로를 질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비좁은 골목길을 누빌 수 있는 잔여 성능과 원숙한 운전 기술을 가지고 있다. 젊은이보다 출중한 창조적 열정과 의욕을 인위적인 숫자로 잘라내는 사회제도의 모순 때문에 반칙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강제 퇴장 당한 노인들. 할 수 없이 자신의 역량을 접고 여생을 침식하는 무채색의 세월에 실려 보내야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독거노인 인구가 70만을 상회하고 그 가운데 72.1%는 한 달에 30만원 미만으로 힘겹게 생명 줄을 이어간다. 이들 기층 노인에게 남산과 파고다공원은 부담 없는 쉼터로 소문나 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노인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처지에서 이곳은 도회지 기층 노인들에게는 사교의 터전이요, 정보의 산실이자 ‘박카스 섹스’와 ‘돗자리 성병’의 사단(事端)이 빚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흔히 노인의 성을 무시하거나 희화화(戱畵化)한다. 성은 젊은이만의 전유물이며 노인을 무성적 존재라고 여긴다. 노인의 성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를 저질 코미디로 비하한다. 하지만 ‘지푸라기’의 여력만으로도 이성을 갈구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은 나이와 무관한 불변의 성질이라는 사실을 노인이 된 후에야 터득한다.

남산과 파고다공원에서 암약하는 ‘돗자리 아줌마’와 ‘박카스 할머니’는 노인의 성본능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다. 박카스로 접근해 소주(燒酒)의 흥취를 빌려 돗자리 깔고 이뤄지는 한 순간의 성적 조우(遭遇). 노인네의 얄팍한 호주머니를 공략하는 사특한 아줌마와 실로 오랜만에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 노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암거래라고 치부하기엔 어쩐지 안쓰럽고 서글프기만 하다.

노인의 성 문제는 노인복지의 일부로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인간은 성적 존재이며, 성은 건강이 유지되는 한 죽는 순가까지 외면할 수 없는 근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건강이 유지된다면 아무리 늙은 육신이라도 성적 비축 여자는 남아 있다. 고령이라고 비축 분이 고갈되지 않는다.

인체가 노후되면 성적 관심이나 성적 흥미(Libido)가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 발기의 순발력이나 지구력, 그리고 발기 강직도가 약간 줄어들고 질 윤활화가 지연되거나 감소하며 윤활 액의 양도 줄어든다. 질 벽이 위축돼 성교통(性交通)이 잦아지고 사정할 때 정액 분출력이 약화되며, 정액량이 감소하고 극치감의 강도도 약화된다. 한 번 사정한 후 다시 발기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즉 불감응기가 길어지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성적 교류가 차단될 정도는 결코 아니다.

당뇨병, 심혈관 질환, 기타 퇴행성 질환, 장복(長服) 약물이 노인의 성적 욕망과 성 실행 능력을 차단한다. 하지만 노인의 성을 정지시키는 커다란 장애물은 오히려 비 성적(非性的), 비 육체적 요인들이다. 독거 또는 여성 배우자의 비 협조 때문에 파트너 확보가 쉽지 않고 극심한 경제난도 한 몫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인의 성을 위축시키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다. 노인 스스로 그 편견에 갇혀 성적 욕구나 흥미를 억압하는 습성이 노인의 성을 은폐, 음성화시킨다. 박카스 성병이나 돗자리 섹스도 잠행하는 노령 섹스의 소산이다.

노인의 ‘노(老)’자는 원래 ‘존경’의 뜻을 담고 있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노사(老師), 존경하는 형님을 노대형(老大兄), 친한 벗을 노붕우(老朋友)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노인’이라고 하면 ‘가난’, ‘고독’, ‘질병’ 등 부정적인 상념들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비롯된 편견 때문에 존경의 뜻을 내포한 보통명사의 의미가 심하게 변질된 것이다.

방송작가 김광휘는 ‘노인이야말로 가장 진화된 인간’이라고 설파한다. 조물주의 프로그램에서 의해 서서히 진화하여 문명인다운 면모를 갖춘 존재가 노인이라는 논리다. “진화하기 전, 젊은 시절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무조건 배터지게 먹고 치마 두른 여자만 보면 오로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신나게 돌진 해 일을 저지르고 쾌락을 베고 태평하게 코를 골며 자는 원시인 생활에 익숙하지만 나이를 먹은 후에는 어느 새 문명인이 되어 앞뒤를 가리고 이치를 따지며 윤리성을 헤아리고 때로는 본능을 억제할 줄도 하는 문명인으로 진화한다”고…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md@mdjournal.ne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정만(성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