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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뒷물Douche
  • 정정만(성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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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뒷물은 오랜 전통이었다. 목욕탕이 없던 시절 물 한 바가지만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남녀 모두의 관례적 습관이었다. 뒷물이란 사람의 국부나 똥구멍을 씻어 내는 일이다. 옛 사찰 경내에 설치된 뒷물 전용의 방이나 별채를 북수간(北水間), 뒷물을 담아 들고 다닌 병이나 똥구멍을 씻을 때 사용되는 홈이 파진 나무토막을 북수병(北水甁)이라고 불렀다.

햇빛이 잘 들어 환하게 밝은 양명(陽明)한 것을 지향한다는 기본 개념에 의해 몸 앞쪽은 환한 남쪽, 몸 뒤쪽을 그늘진 북쪽으로 설정했다. 몸의 뒤쪽을 씻는 뒷물이 북수가 된 까닭이다. 북수(北水)가 바로 뒷물이다. 북수간에는 물을 이용하는 시설과 측간의 기능까지 병행되었다.

뒷물이란 

어휘는 남녀 불문하고 신체 뒤쪽인 북쪽을 닦아 청결하게 하는 물을 의미했지만 어느새 여성의 은신(隱身) 부위를 물로 씻어내어 위생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행위로 국한된 것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또 하나의 구멍이 추가된다. 질구(膣口)다. 하지만 질구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곳에 위치한다. 절대 무균 지역인 요도와 각종 세균, 곰팡이가 득실거리는 항문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의 자연 환경은 세균 이 증식하기 위한 최적 상태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세균 침입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질 세척과 항문 세척 방식은 구분되어야 한다. 뒷물 방향을 깨끗한 앞쪽에서 지저분한 뒤쪽으로 권장하는 이유이다. 질 좋은 질의 자연 생태계는 약산성의 습지다. 그래야만 질 내 자연 환경을 보호하여 질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질 습지(膣濕地)는 질 내에 상주하는 유산균의 최적 서식지다. 유산균은 글리코겐을 원료로 하여 유산(乳酸)을 만들어낸다. 유산은 질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며 유해 미생물의 무단 침입을 차단하는 질 자정(自淨) 기능의 핵심 물질이다. 습지 환경이 훼손되면 칸디다(candida), 트리코모나스(trichomonads) 등 야생 곰팡이나 기생충이 질 내로 침입하여 질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이때 배출되는 악취 나는 오폐수(汚廢水)가 냉(冷) 또는 대하(帶下)이다.

질구와 그 언저리는 여성 최대의 현란한 감열지대이다. 이 지역을 유린하는 최고의 성 놀이 기구, 혓바닥. 육감에 몰두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위대한 혓바닥의 위력을 터득하고 있을 게다. 특히 커니링구스(cunnilingus)가 결혼 첫날밤부터 성행하는 신세대 여성들. 그들에게 질은 특별 관리 지역으로 부상했다. 질을 폭 넓게 활용하여 가급적 양질의 쾌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질의 위생 상태, 심지어는 음모(陰毛)나 성기 모양새까지 신경을 모으는 추세다.

질 건강과 위생 상태, 생김새는 여성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품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하고 깨끗한 질이라도 질 특유의 냄새가 있고 그것이 위치하는 하수구 밀집 지역의 악취를 피할 수 없다는 고충이 있다. 그래서 여인의 내적 갈망과 거부의 몸짓이 서로 충돌하여 ‘빨아 주었으면’ 하는 육체의 요구를 억누른 채 혓바닥의 접근을 차단해야 하는 여성, 여성들.

정화조 기술의 비약으로 뒷간이나 뒷물 환경은 엄청나게 진화, 변천했다. 휴식 공간인 침실과 화장실이라는 혐오시설이 나란히 붙어있고 청결 기술의 산물, 비데 사용이 일상화했다. 단추만 누르면 냉, 온수 물줄기가 하수구를 깔끔하게 씻어주고 말려 주는 시대. 그러나 이기(利己)의 편의성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한다.

‘두쉬’(douche)라는 단어는 흔히 뒷물의 뜻으로 쓰이는 프랑스제 영어 단어다. 너무 빈번한 두쉬나 센 물줄기를 음경 적재함의 내부 깊은 곳까지 끌어들이는 강박 두쉬는 금물이다. 두쉬가 모든 질 트러블을 해결해주는 절대적 수단은 결코 아니다. 오남용은 오히려 질 생태계를 파손, 세균성 질증(Bacterial vaginosis)이나 골반염을 합병하여 오물과 악취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질의 자연 생태계를 파괴시키지 않은 비데 사용 수칙이 중요한 것이다.

뒷물은 현관 입구의 가벼운 물청소가 원칙

생리 혈액, 정액, 질 분비액을 제거하기 위해 내실(內室)까지 무리하게 세척할 이유가 없다. 질은 점액을 만들어내면서 이런 것들을 스스로 제거하는 자동 자정 기능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뒷물로 해결되지 않은 질 내 환경의 문제점은 치료의 대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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