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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신화와 의학

  • 입력 2019.08.30 10:52
  • 수정 2019.08.30 11:29
  • 기자명 문국진(의학한림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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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정신분석학에서는 남자아이는 어릴 때 무의식중에 자기 아버지를 미워하고,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독차지하여 사랑하려는 시기를 겪는 경향이 있다. 이때 느꼈던 정신적인 갈등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라고 하며, 한편 여자아이도 어릴 때 자기 어머니를 미워하고 아버지를 좋아하는 시기를 겪게 되는데, 이것을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라고 한다.

▲ 발굴된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
▲ 발굴된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

그러나 여자아이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남자아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처럼 뚜렷하지 않을뿐더러 본질적으로 볼 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다를 게 없는 것은 이성의 부모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엘렉트라에게 유래되기에 우선 그 신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트로이전쟁 때 그리스군의 총지휘관이었던 아가멤논(Agamemnon) 장군은 클루타임네스트라는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딸을 낳았는데, 그 이름들은 이피게니아, 오레스테스, 엘렉트라였다. 아가멤논은 결혼할 때부터 말썽이 많았다. 그 부인은 처음엔 자기의 사촌 오빠와 결혼했었는데, 아가멤논이 반해서 이 여자의 남편과 그 아버지를 죽이고 여자를 빼앗아 자기 아내로 삼았던 것이다. 즉 클루타임네스트라는 자기의 아버지와 남편을 죽인 원수의 아내가 되었던 것이다.

유명한 트로이전쟁이 터지자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의 총대장으로 싸움터로 나갔다. 그런데 돌림병이 돌면서 군사들은 나날이 죽어가 그 수가 줄어들자 용한 점쟁이에게 점을 치게 하였더니, 얼마 전에 아가멤논이 사냥에 나가 잡은 사슴이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아끼는 사슴이어서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으로 재앙을 내린 것이니, 처녀를 산채로 공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아가멤논은 자기의 장녀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쳤더니 아르테미스 여신은 이피게니아를 귀엽게 여겨 도움을 줘 살아났으며, 크리미아반도에 있는 타우로스에 가서 그곳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의 신관(神官)이 되었다.

트로이전쟁에 남편이 가 있는 동안에 아가멤논의 아내, 즉 엘렉트라의 어머니는 간부(姦夫) 아이기스토스와 눈이 맞아 지내는 것을 엘렉트라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해 애정이 기울기 시작했고, 날이 갈수록 간절해 갔으며, 어머니의 부정에 대해서 치를 떨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온다 해도 두 사람 사이는 결코 헤어지지 않고, 어머니는 간부와 짜고 아버지를 살해할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 해는 남자 동생에게도 미치리라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 게란 작 : ‘아가멤논의 살해(1817)’ 파리, 루브르 박물관
▲ 게란 작 : ‘아가멤논의 살해(1817)’ 파리, 루브르 박물관

그래서 엘렉트라는 동생의 생명도 위험에 빠져 있음을 눈치채고 숙부인 포크스왕 스트로피우스에게 동생을 맡기고 자기는 혼자 왕궁에 남아서 갖은 고생을 참아가며 아버지가 하루 속히 개선하여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에 거친 트로이전쟁은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을 맺어 아가멤논은 개선장군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엘렉트라가 예상한 대로 어머니는 정부와 짜고 아버지를 살해하였다. 이 장면을 잘 표현한 것이 게란(Chacles Guerin)이 그린 ‘아가멤논의 살해(1817)’이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살해되고 난 뒤에 엘렉트라는 어머니를 더욱 증오하게 되어 어머니와 그녀의 애인에 대해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어머니와 그 애인의 감시가 심해 엘렉트라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엘렉트라는 포키스 땅으로 사람을 보내어 일찍이 자기 손으로 피신시켰던 오레스테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동생이 어서 커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러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하였다.

오레스테스는 숙부 밑에서 사촌 필라데스와 함께 지내면서 그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어른이 된 뒤에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러 알고스로 향했다. 그러나 살해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당시로써는 지상의 의무였지만, 아들이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를 죽인다는 것은 신과 사람이 모두 용서할 수 없는 큰 죄임을 알고 허탈에 빠졌다. 바로 이점이 오레스테스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라 고심하다가 델포이로 가서 아폴론의 신탁을 청했다. 그러자 그 신탁에는 『죽인 두 사람을 죽이라. 죽음은 죽음으로써 갚아, 흘렸던 오래된 피를 위해, 새로운 피를 흘려야 한다.』라고 하였다.

▲ 대리석 조각 :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
▲ 대리석 조각 :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

그래서 그는 결심하기를 자기 자신은 희생이 된다 해도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두 사람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필라데스와 함께 알고스 궁전으로 찾아가 누이 엘렉트라를 만났다. 이 장면을 대리석 조각한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가 나폴리의 고고학 박물관에 남아있다.

드디어 누나와 더불어 아버지의 원수인 아이기스토스를 죽이고, 뒤이어 그의 어머니를 죽이려고 하자 『오오! 내 아들이여, 이 가슴을 보라. 너는 아직 이도 나지 않은 귀여운 입으로 이 가슴의 젖을 빨지 않았던가…』하며 살기를 애걸하는 어머니를 필라데스의 격려에 힘입어 칼로 찔러 죽이고 말았다. 그러나 친어머니를 죽인 그는 그만 미치고 말았다.

그 후 그는 복수의 여신 엘리뉴스들에게 쫓기어 여러 나라를 도망 다니며 헤매게 되었다. 그는 생각다 못해 델포이로 가서 다시 신탁을 빌었더니, 『타울리스 나라에 있는 아르테미스의 신상을 빼앗아 앗치카로 가지고 오면 죄를 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타울리스로 떠났으나 불행히도 그곳 사람들에게 붙잡혀 하마터면 인신 공양이 될 뻔한 것을, 신관으로 있는 누이 이피게니아가 알고, 아테나 여신의 도움을 얻어 무사했을 뿐만 아니라 신상도 손에 넣어서 같이 탈출해서 앗치카로 돌아왔다.

복수의 여신 엘리뉴스에 의해 오레스테스는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아테나의 집회소에서 그의 재판이 벌어졌을 때, 피고는 오레스테스이고 원고는 엘리뉴스, 변호인은 아폴론, 재판장은 아테나 여신, 배심원은 아테네 시민에서 선출된 12명의 배심원이 재판에 참석하였다. 배심원의 투표결과 무죄가 6표, 유죄가 6표로 즉 배심원의 절반은 무죄를 주장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런 큰 죄는 용서할 수 없다고 사형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결정권은 재판장에게 있게 되므로 아테나 여신은 무죄를 선고해 다행히 오레스테스는 석방이 되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딸이 아버지를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의 적인 어머니를 미워하고 없어지기를 원한다는 마음의 기전에 대해서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지만, 엘렉트라의 복수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그 밑바닥에 깔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적절한 용어라고는 볼 수 없겠다.

그러나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와 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런 무의식적인 욕구는 여성을 불안하게 하여 결국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와의 경쟁을 포기하면서 어머니를 동일시(同一視)의 대상으로 삼아 닮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이 성공적으로 해결된다면 성장한 후에 원만한 성격을 유지하고 성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지만, 이런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갈등 해결에 실패하여 갈등에 집착하게 되면 어머니에 대한 지나친 도전이나 반항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무의식적인 죄의식에서 해방되지 못해 성적으로도 아주 불안정해질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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