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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양은 냄비와 가마솥Saucepen And Iron Pot
  • 정정만(성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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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결혼은 육체적 교감을 통해 숙성된다. 초야(初夜)는 면허증을 따고 난 후 처음 핸들을 붙잡은 초보 운전. 신명나게 차를 몰고 싶지만 미숙한 운전 탓에 긴장과 불안이 끼어들어 좀체 마음 같지 않다. 조심스레 차량을 움직여보지만 어쩐지 어색하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하기야 요즘 세태라면 혼전의 ‘불법 무면허 운전’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연마한 후 첫날 밤을 맞이하는 커플도 적지 않을 터다. 하지만 ‘공인’된 첫날밤의 몸뚱이 대첩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세월이 가도 좀체 지워지지 않을 만큼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사랑은 관념만이 아니다. 사랑은 육체의 표현을 요구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남녀는 육교(肉交)를 통해 사랑의 절정과 완성을 추구하며, 육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신적 유대감을 다진다. 결혼 생활이 애정을 근간으로 한 육체적 교류로 지속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애정과 육체적 교류는 상호 보완적 관계다. 애정은 성교의 질감을 보강시키고 성교는 애정을 배가시킨다.

이성 간 연애 감정의 유효기간이 4년 정도라는 성의학자의 주장은 다분히 인간의 속성에서 유래된 가설이다. 유통기간이 종료된 남녀 사이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은 단연코 성교라는 수단이다. 그것이 권태를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체적 교류가 단절된 남녀(Sexless Couple)관계는 껍데기 수준이다. 육체적 불황이 심리적 공황으로 비화한다. ‘칼로 물베기’가 ‘칼로 살 베기’로 변화하여 서로 등 돌리는 남녀가 적지 않다. 종족보존이라는 섹스의 목적은 쾌감이라는 개체 보존 수단에 의해 충실해진다. 성적 즐거움이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다.

성적 나눔에는 이론(理論)이 없다. 더구나 전략과 전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양질의 성 행위는 강류(江流)과 같다. 물줄기에 육감을 실어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다. 이타적 성 행동에서 이기(利己)를 추구하는 ‘Selflessness’ 자세가 ‘Good Sex’의 핵심이다. 하지만 남녀의 성 생리적 특성을 터득하는 일은 실전에서 실용화 할 수 있는 기본기의 바탕이다. 성기(性技)란 기본기의 변형일 뿐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야말로 동반 동행하는 성교 원리다.

남자물건이 빌미를 제공하는 성적 불협화음이 많다. 원래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성향에다 우직한 성미와 단순한 행동거지가 문제다. 정제된 의지 밖에서 천방지축 날뛰다가도 한 순간 풀이 죽어 드러눕는 변덕이 예사롭다. 저(低)IQ, 고(高)EQ의 막대기 하나가 남녀 교환(交驩)에 애환을 뿌린다. 이 놈의 예측할 수 없는 돌출행동은 자율 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해부 생리적 특성에서 유래된다.

자율 신경계란 인체가 의외의 상황에 부닥치면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가 자율적으로 서로 견제하면서 생리 기능을 최적화시키는 생존의 도구다.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해 차량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막대기 하나로 도무지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음흉한 내숭덩어리를 어찌 사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알짬은 막대기와 구멍의 성질을 터득하는 것이다.

막대기의 용처는 대개 후려치고, 쑤셔대고, 휘젓고, 헤집고, 받쳐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일이라도 허리 놀림을 빌리지 않으면 꿈쩍할 수 조차 없는 놈이다. 게다가 불이 붙기라도 하면 금새 타올라 일순 잿더미로 변하고 만다. 독자 행보가 어려운 물건의 지나친 가연성이 남녀 간의 틈새를 벌리는 쐐기가 된다.

양은 냄비에 담긴 물과 가마솥에 담긴 물을 동시에 비등하게 하는 방법은 가마솥단지가 걸린 아궁이부터 불을 지피는 것이다. ‘구수(口手)’는 가마솥 아궁이의 밑불에 불을 댕겨 엄청난 불덩이를 일으키는 땔감이요, 기름이다. 다재다능한 행동 방식과 출중한 촉감 덕택이다. 불씨를 안고 있는 여체의 아궁이는 눈에 띄는 유인 시설(외성기)과 매몰되어 있는 은폐 시설(내성기)이다. 음핵(Clitoris), 소음순, 스펀지 발기살(Vestibular bulb), 요도 주위살, 귀두, 요도, G점(G-Spot), 할반근막, 전뇌궁(Anterior Fornix), 골반 마루 근육 등 밀원(蜜源) 시설을 달래고 어르는 구수술기(口手術技)만이 쉽사리 끓고 식는 양은 냄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할반근막(Halban's Fascia)은 질전벽(膣前壁)과 방광 사이에 위치한 ‘에로(Ero)’ 조직이며, 질전정구는 남성의 요도해면체에 해당하는 여성의 발기 조직으로 요도의 전측면(前側面)에 인접해 있다. 구수의 주된 공략 목표는 여성의 감열 시설물이 밀집된 질전벽의 앞쪽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신혼은 평생 섹스의 자료를 확보하는 탐색 시기다. 자신의 성감에 익숙해지면서 상대방을 각성시킬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기량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성 태도는 남자에 의해 길들여진다. 그러나 남자의 성능은 여자의 성 태도에 의해 조절된다. 정신과 육체를 공유하며 ‘주문과 배달 형식’을 통해 함께 진땀 승리를 지향해야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성적 흥미를 유발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여자는 남자의 성능을 최대화하는 협조와 이해가 중요한 요체다.

물건의 힘만으로는 결코 여성을 휘어잡을 수 없다. 자상한 배려와 애정 그리고 부단한 육담(肉談)만이 가마솥과 냄비에 담긴 물을 동시에 끓일 수 있다. 남자의 물건은 판세를 주무르는 주역이 아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마무리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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