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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파괴적인 청소년 우울증 행동 자체보다 그 이면을 들여다 봐야

  • 입력 2019.09.23 14:47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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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요즈음 가장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의 우울증>은 과연 어떤 병일까?

이 시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뇌하수체 조직의 발육에 의한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그리고 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심하게 변해가는 신체에 못지 않게 『자아정립(Self-Identify)』을 위한 갈구하게 된다. 그렇다고 정신적 독립이 쉬운 것도 아니니, 이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자신으로부터 또는 주위로부터).

겁나는 것을 숨기려고 이들은 무모한 모험에 빠져들거나, 친구 따라서라면 지구의 끝(?)까지도 가려는 의리에 사로잡히게 된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갱단에 가입하거나 마약 소굴에 떨어질 수도 있다. 즉 <자살행위>를 하는 셈이다. 청소년 여자들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성병이나 임신으로 치닫는 것도 비슷한 <자학행위>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높은 소녀일수록 『NO!』를 할 용기를 잃는다.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것(Being Needed). 그것이 비록 한 순간의 『소모』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청소년들의 자기파괴 과정을 보면서 많은 어른들은 우울 증상 대신에 분노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온다고 느낀다; 간혹 분노가 자신의 내부로 향해져서(Self-Directed Anger) 심한 죄책감이나 자살의욕 때문에 어른들과 흡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진단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가령 쉽게 한숨 쉬고 자주 울고 방에만 처박혀 있는 경우 등> -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이런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보이고, 학업 성적이나 가정생활, 친구관계 등에 심한 변화가 오는 경우에는 <우울증>진단이나 치료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많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무언지 심기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지면』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는 수가 많아진다. 그렇잖아도 <학교 내 총기사건>이나 십대의 <마약 또는 에이즈 감염>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던 부모님들에게 이 노여움의 화살은 문제아라는 확신을 심어 줄 수밖에. 『끝없는 잔소리』, 『운전 금지』, 『전화사용 불가』 등등 부모가 강철같은 울타리를 자녀 주위에 보호막으로 치고, 감시를 하면 드디어 청소년들의 『최악의 의심(Worst Fear)』은 정답을 얻은 셈이다. 즉 나는 워낙 못나고, 독립할 능력이 없는 겁쟁이였음이 부모님의 철통같은 경계행위로 증명이 된 셈이니 말이다.

어떤 부모님들은, 가끔 자녀들이 두들겨 대는 울타리 벽에 가서 협상을 하거나 싸움을 해서라도 아이들 마음속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울타리를 넓혀주거나 담장의 높이를 줄이거나 늘인다. 이렇게 한바탕 <속마음>을 열어놓은 후에 청소년들은 그 다음의 인생을 향해서 돌진할 힘을 키운다.

청소년의 <우울증>은 집안의 병력이나 본인 과거의 정신 병력이 없는 경우에도 30~40%로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혹시 갑상선 질환이나 빈혈증 등의 육체적 문제가 있는지 가정 주치의나 소아과 의사의 진찰을 적어도 일 년에 한번은 받도록 하자. 비록 『쓰레기 같은』 못난 친구들을 사귄다고 해도, 내 자식을 받아주는 이런 친구들에게 예절을 다해서,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자. 『잘난 친구』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은 결국은 못난 친구를 사귐으로써 가장 쉽게 배울 테니까…

절대로 자녀의 친구를 험담하지 말자

어떤 이유든 간에 『나와 동류』로 믿고 있는 친구를 『쓰레기』로 부르면, 결국 내 자녀는 저절로 『쓰레기』라고 본인이 믿게 되기 쉬우니, 그러나 부모님의 칭찬을 듣는 자신의 친구가 『사실은 훨씬 나쁜 아이』임도 청소년들은 알고 있다. 단지 부모가 모든 염려를 다 해주는데 나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따름이다.

이제 많은 어른들이 드디어 『우울한 청소년』들이 주위의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들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는 이면에는 『마스크에 가려진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 있음을 알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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