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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낭만이 깃든 서정적인 가요 ‘기차와 소나무’

[엠디저널]이규석이 부른 ‘기차와 소나무’는 소박함과 한가로운 맛이 나는 대중가요다. 서정적인 노랫말, 기교를 부리지 않는 편한 음색이 듣기 좋다. 가사에 나오는 단어들이 추억과 낭만을 일깨운다. 노래제목이자 소재인 기차와 소나무에도 정감이 간다.

기차가 서질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 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기적소리 없는 아침이면 마주 하고 노랠 부르네
마주 보고 노랠 부르네

기차가 서질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 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기적소리 없는 아침이면 마주 하고 노랠 부르네
마주 보고 노랠 부르네

노래가 만들어진 건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가수 이규석(56)이 작사·작곡하고 부른 데뷔곡이다. 기차가 서지 않는 시골의 조그만 간이역에 서 있는 작은 소나무를 그림 그리듯 잘 나타냈다. 기차가 지날 때마다 잊어진 옛 추억을 떠올리는 한 연인의 모습도 보이는 듯하다. 지난 날 사랑에 대한 그리움,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녹아있다.

대학 다닐 때 10분쯤 ‘물 흐르듯 쉽게’ 쓴 곡

4분의 4박자, 고고풍의 이 노래는 아주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다. 이규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기차와 소나무’는 좀 과장하면 10분쯤 물 흐르듯 쉽게 쓴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나를 가수로 20여년 지탱시켜준 효자 같은 곡이자 나를 그 곡 안에 가둔 불효자이기도 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노래는 원래 대중가요로 만든 게 아니다. 이규석이 대학(중앙대)을 다닐 때 벗들이랑 동아리에서 만든 것이다. 대중가요코드가 아님에도 대중에게 인기를 끌면서 그의 간판곡이 돼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

전국엔 소나무와 꽃밭이 있는 기차정거장들이 많다. 웬만한 시골 역 열차 승강장엔 소나무가 몇 그루씩 서있다. 바다와 소나무, 한적한 역과 낭만의 기차가 어우러지는 환상의 명소들도 있다. 정동진역은 ‘기차와 소나무’ 노래가 잘 어울리는 곳으로 꼽힌다.

노래소재가 된 소나무는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애국가 가사에도 나오는 소나무는 바늘잎이 2개씩 짝지어난다. 2년이 지나면 밑 부분 잎이 떨어진다. 꽃은 5월에 피고 수꽃은 새 가지의 아래쪽에 달린다. 노란색으로 1cm 길이의 타원형이다. 암꽃은 새 가지의 끝부분에 나며 자주색이고 6mm 길이의 달걀모양이다. 열매는 다음해 9~10월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일본, 만주 모란강(牧丹江) 동북쪽부터 중국 요동반도에 이르는 곳에 자란다. 한반도에 자라는 나무들 중 가장 넓은 분포면적을 갖고 있고 개체수도 으뜸이다. 솔잎은 약재로 쓰인다. 꽃은 이질에, 송진은 고약원료로 쓴다. 송홧가루는 다식을 만들며 껍질은 송기떡을 만들어 먹는다. 건축재, 펄프용재로도 이용된다. 추석 때 먹는 송편 또한 소나무에서 비롯됐고 솔잎 술도 있다.

기차도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교통수단이다. 기차는 16세기 중반 말이 끄는 광산용수레에서 시작됐다. 증기기관차가 등장한 건 1804년. 영국 발명가 리처드 트레비식(Richard Trevithick)이 그해 증기로 달리는 기차를 처음 선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긴 철길은 1916년 놓인 시베리아횡단철도다. 9,334km로 공사기간은 25년 걸렸다. 우리나라에 기차가 처음 들어온 건 1896년(고종 33년). 제물포~노량진(33.2㎞)에 철도가 놓이면서 증기기관차가 선보였다. 이어 디젤기관차, 전기기관차가 나왔고 자기부상열차까지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를 들여온 경부고속철도 개통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속철도(KTX) 시대’가 열렸다. 1992년 서울~부산 간 경부고속철도 건설에 들어가 2004년 4월 1일 첫 개통, 지금에 이른다. 기차를 뜻하는 트레인(train)은 ‘길게 연결된 것’을 말한다. 기차와 소나무는 친환경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기차로 서울~부산을 가면 ‘소나무 11그루 심은 꼴’이란 계산도 있다.

중앙대 출신, ‘MBC 대학가요제’ 동상

‘기차와 소나무’ 노래주인공 이규석은 1963년 12월 1일 전남 영광에서 2남2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중앙대 도서관학과(현재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7년 ‘MBC 대학가요제’ 때 노래실력을 인정받았다. 학내밴드(블루드래곤)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1987년 출전, ‘객석’을 불러 동상을 받았다. 가요계에 데뷔한 건 이듬해 말. ‘기차와 소나무’로 신고했다. 록 밴드에서 시작, KBS ‘젊음의 행진’ 프로그램 MC(사회자) 등 각종 예능을 섭렵하고 솔로가수가 된 그는 신곡을 내놓으며 이름을 알렸다. 2집 음반 ‘사랑을 찾아서’(1990년), 3집 음반 ‘너 없는 세상은’(1992년) 등으로 인기가수대열에 끼었다.

그러나 그에겐 아픈 과거가 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2001년 아내와 갈라선 것이다. 그는 5년 뒤 재혼했다. 2006년 8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14살 아래인 새 아내(최진아)를 맞아 눈길을 모았다.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뒤로 한 채 이틀 뒤 KBS-2TV ‘이홍렬 홍은희의 여유만만’ 프로그램에 나가 결혼사연을 들려줬다. 4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은 가수와 팬으로 만났다. 2002년 이규석이 공연하던 경기도 미사리지역 라이브카페에서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규석 공연에 반한 최 씨가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 매일같이 카페에 드나들었다. 이규석 또한 눈에 띄는 미모의 최 씨를 본 순간 호감이 갔다. 그렇게 가까워진 둘은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 끝에 부부 연을 맺었다. 나이 차가 많고 이규석이 초혼이 아니란 점이 걸림돌이었으나 무난히 넘어갔다. 최 씨는 “처음 (이규석) 팬 입장으로 결혼한 줄 알았지 아픔이 있는 줄 몰랐다”며 “가까워지면서 이혼사실을 알게 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결혼식 때 축가 불러

이규석은 재혼 후 한동안 노래봉사에 열심이었다. 2008년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 웨딩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박근혜 전 대통령 친동생)과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 결혼식 때 축가를 불러 화제였다.

이규석은 그렇게 다시 일어섰다. 2008년 10월 초자연적 액션스릴러영화 ‘맨 데이트 : 신이 주신 임무’) 주제곡 ‘하늘에 닿기를’을 불렀다. 그해 봄엔 ‘기차와 소나무’ 댄스버전과 신곡 ‘스틸 러빙 유(Still loving you)’를 내기도 했다. 2011년엔 ‘생각이 난다(6집 음반)’를 발표하고 무대활동도 열심히 했다. 2015년엔 ‘사랑하기에’, ‘사랑의 대화’로 이름난 가수 이정석(53)과 공연을 가졌다. 그해 1월 30일~2월 8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이규석 이정석의 토크발라드’란 제목으로 6차례 무대에 섰고 4월 24일~25일 앵콜공연까지 가졌다. 이규석은 그해 봄 원음방송 프로그램 ‘노래 하나 추억 둘’의 새 DJ가 돼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올 8월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 케이월드 페스타(K-WORLD FESTA)’의 하나인 K-소울 콘서트무대에도 섰다. 

왕성상 편집국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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