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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산다는 것, 품앗이

  • 입력 2019.10.17 12:01
  • 기자명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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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60세 여성이 유방 X-ray 검사 상 치밀 유방과 유방 석회가 있어서 유방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해성산부인과에 왔다. 그런데 그녀는 한쪽이 마비가 되어서 몸이 편치 않았다. 물어보니 4년 전에 뇌출혈이 와서 거의 식물인간인 상태로 살았다고 한다. 4년간의 재활치료를 받고 퇴원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뇌출혈이 왔냐고 물어보니 고혈압이 있었는데 고혈압 약을 먹다 말다 했고, 별로 증상도 없고 불편한 것이 없어서 그냥 약을 안 먹고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집에서 혼자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한 시간 후에 남편이 발견해서 종합병원에 갔더니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할 시기는 이미 지나서 그냥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후유증으로 한쪽은 마비가 되었고, 그 재활을 하는데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녀 남편이 발견을 조금이라도 늦게 했으면 그녀는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4년 동안 남편이 옆에서 그녀의 병수발을 해 주었다. 남편은 직업군인이었는데 정년퇴직을 하고 그녀를 돌봐 주었다. 자식이 있었지만 먹고 살기 바빠서 가끔 오고 주로 남편이 돌보았다고 한다.

그녀는 전업 주부로 아들과 딸,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살았다. 자신만 희생하고 산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이 뇌출혈로 말도 거의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할 때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고 어린아이처럼 돌봐 주었다.

그녀가 정말로 어려워졌을 때 가족의 존재와 가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남편의 존재가 이렇게 고맙고 힘이 되어 줄 지 몰랐다고 한다. 서로 다투고 탓을 하면서 살다가도 정말로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것이 가족이다. 특히 어려울 때는 부부밖에 없다. 그래서 평소에 부부끼리 서로 잘 하고 살아야 한다.

내가 먼저 품앗이를 해야 나중에 내가 힘이 들 때 나의 파트너가 품앗이를 해 주지 않을까? 아무에게도 희생하지 않고, 정성을 부리지 않았다면, 내가 힘이 들거나 아플 때 누가 나를 위해서 헌신을 하겠는가?

그녀는 가정주부로서 30년간 가족을 뒷바라지 했고, 그녀가 아플 때 남편이 4년간 재활치료를 열심히 해 주어서 그녀가 말도 하게 되고, 핸드폰 사용법도 알게 되고 혼자서 병원도 오게 되었다고 한다. 뇌출혈의 급성기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핸드폰도 사용하지 못 했는데 남편의 정성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나게 했다. 그녀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가족의 고마움을 깨달으면서 살고 있었다.

왜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것이 더 좋은 건지, 그리고 왜 가족이 있어야 하는 건지, 왜 품앗이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부부로 살다보면 여러 가지 일이 있다. 좋은 일도 있겠지만 안 좋은 일도 있다.

15년 전에 어떤 여성이 이쁜이 수술을 하러 왔다. 그런데 그녀가 수술을 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그녀가 이쁜이수술을 조금 터 달라고 왔다. 왜 그러냐니까 남편이 성기에 인테리어를 했는데, 도저히 삽입이 안 된다고, 남편이 짜증을 내서 어쩔 수 없이 조금만 터 달라는 것이었다.

남편의 성기 크기가 얼마정도 되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성기 크기가 컵 받침 둘레정도만큼 컸다. 여태껏 그 정도로 크게 인테리어를 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수술 전에 남편의 성기크기를 왜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녀는 부끄러워서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1cm 정도 질 입구를 트고, 그리고 그녀는 잊어버릴만하면 가끔 질염 치료를 받으러 왔다.

그런데 그녀가 몇 년간 산부인과 진료를 안 오다가 최근에 다시 해성산부인과에 방문을 했다. 그동안 종합병원에서 자궁근종 수술을 하고 수술 후에 뇌출혈이 와서 한쪽이 마비가 되어서 절면서 들어왔다.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고 온 것이다. 남편과의 사이는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얼마 전에 빚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전혀 예상치못한 행동을 한 남편에게 원망도 하고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또한 살아있을 때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가 된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은 정력이 아주 세서 질 입구가 닳도록 열심히 성관계를 했다. 그녀는 남편이 월급봉투를 주니까 억지로 해 주었지만, 성관계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2500만원의 빚 때문에 자살을 했고, 그녀에게 의논 한마디 하지 않았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렇게 가 버린 남편에게 원망도 많았고, ‘있을 때 좀 잘해 줄걸!’하는 마음이 뼈에 사무치게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런 후회는 거의 모든 남녀가 정말로 늦게야 깨닫는 사실이다. 죽은 후에, 이미 헤어지기로 했고, 너무 멀리까지 와 버린 후에, 너무 늦은 시기에 깨닫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평생 그냥 지내다가 30년이 지난 후에야 이 사실을 깨우칠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삶이 공허할까? 그녀의 남편은 죽기 전에 자기의 부인에게 바라는 소원은 없었을까?

전생에 원수가 만나서 부부로 산다고 하지만, 부부로 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든다.

만약에 지금 갱년기쯤 되는 나이라면, 이제는 서로 각 세우고 살지 말고 먼저 주고, 먼저 양보하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하면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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