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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코와 눈으로 표출되는 악인의 모습

  • 입력 2007.09.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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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부족사회에서 코는 ‘혼(魂)이 다니는 길’로 생각해 매우 중요시 하였으며 아직도 이런 생각을 믿고 있는 증거로 영국에서는 재채기를 하면 옆에 있던 사람이‘신의 가호가 있기를!’하고 말해 재채기를 통해 지녔던 혼의 일부가 콧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를 바라는 인사로 되어있다.

이렇게 코의 기능을 중요시 하였으며 또 코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표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눈이나 입에 비하면 훨씬 떨어지기는 하나 코에도 얼굴 전체에서 보는 것과 같은 표정을 나타내는 근육이 있어 나름대로의 표정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즉 어떤 불신을 나타내거나 혐오를 느낄 때는 코에다 주름을 잡아 이맛살을 찌푸리는 것을 돕게 된다. 불만을 느낄 때는 코가 부풀어 오르고, 걱정스러울 때는 코를 씰룩거리게 되고, 이상한 냄새가 날 때는 코를 킁킁거리게 되어 코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감정표현을 하지만 대개는 다른 얼굴의 표정근육과 합동적인 움직임으로 감정표현을 보다 완전한 것으로 만든다.

코의 모양은 그 사람의 성별, 신분, 살아온 과거를 잘 나타낸다고 한다. 성별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여성의 것은 작고 연약하여 부드러움을 나타내고, 남성의 코는 크고 우람해서 강인함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또 초상화를 위시한 역사적인 회화를 볼 때 서민의 코는 작고 낮으며 상류층의 코는 우람하고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섭취된 영양과 관계된다는 것을 역설하는 이도 있다.

아직도 사람들 간에는 남성의 경우 코가 높고 크면 그 성격도 씩씩하고 슬기로우며 성기나 성기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은 남성의 경우 몸 전면의 중심선에서 앞으로 튀어나온 고기 덩어리는 2개가 있는데, 그 위의 것은 코이며 밑의 것은 남근으로서 이 둘은 상징적으로 같다고 믿는데서 나온 것이며 심지어 로마시대에 있어서는 코가 곧 그 사람의 성기와 성기능을 상징하는 것으로 콧대의 높이와 크기가 남성다움을 평하는 척도가 되었으며 낮고 빈약한 코는 천민에 속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코는 조금만 이상해도 추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 생김새는 사람의 선악의 인품을 나타내는 것으로 되어 있어 악인임을 나타내는데 코를 통해서 이를 표현한 화가들이 있다. 이제 그러한 그림을 살펴보기로 한다.

밀라노 출신의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는 폭행, 명예회손, 성추행 그리고 살인 등의 갖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신성한 교회제단의 그림을 그리는 이색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은 화가로 유명하다. 탁월한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예술가의 마음속에 사악한 범죄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실제에 있어서 이러한 상극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다. 신성한 것을 신성하게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온갖 나쁜 짓과 범행을 다 하면서 신성한 것으로 잣대를 역전시켜 들어 맞춘다는 것은 즉 상반되는 것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감각과 재능이 엄청나게 뛰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한 것인데 카라바조는 이를 당연한 것처럼 해내곤 한 것이다.

카라바조 작:'세례요한의 목을 쟁반 위에 들고 있는 살로메'(1609~1610)런던, 국립미술관

카라바조가 그린 ‘세례 요한의 목을 쟁반위에 들고 있는 살로메’(1609~10)를 보면 성인 요한을 죽이기 위해 살로메는 그의 어머니와 합세하여 그의 이복 아버지인 왕에게 온갖과 아양 교태를 다부려 드디어 성인의 목을 자르는데 성공하여 그의 목을 자른 망나니가 자른 목을 살로메에게 바치며 이것을 살로메는 쟁반으로 받고 있는 장면이다.

사람 백정이라 할 수 있는 망나니의 생김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코이다. 코 뿌리는 완전히 주저앉아 있으며 콧잔등도 낮은데다가 만곡 되었으며 왼쪽 콧마루 옆에는 군살이 불쑥 올라와 코의 상처가 아무른 것을 의미하여 과거에 수없이 있었던 격투에서 코에 여러 차례의 상처를 입었던 것을 암시하고 있다. 코끝에 이르러서는 주먹코의 형상인데 양측 콧방울은 힘차게 좌우로 뻗어나갔다. 화가는 망나니의 얼굴에서 코에 역점을 두고 그 신분에 천함과 악인임을 표현한 것을 알 수 있다.

라투르 작:'여자 점쟁이'(1635~1638)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랑스의 화가 라투르(Geroges de LA Tour (1593~1652)가 그린 ‘여자 점쟁이’(1635~38)를 보면 그림 우측의 늙은 노파가 점쟁인데 말과 행동으로 점을 보러온 청년의 정신을 자기에게 집중시키게 하고 일당인 두 하수인으로 하여금 청년의 바지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치고 있으며, 다른 하수인은 청년의 금메달이 달린 금줄을 펜치로 자르고 있다. 여자 점쟁이일당의 범죄 현장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범행의 두목인 여자점쟁이가 악인임을 그녀의 코로 나타내고 있다. 그녀의 측면 얼굴에서 튀어나온 앞이마 때문에 그녀의 코 뿌리는 함몰에 가깝게 낮아 보이며 코끝은 밑을 향한 매부리코인데 코 방울은 이상 할 정도로 빈약한 것으로 그녀의 인간성이 악인임을 나타내고 있다.

보슈 작:'십자가를 멘 크리스트'(1515~1516)벨 지움, 켄트 시립미술관

네덜란드의 화가 보슈(Hieronymus Bosch 1450~1516)는 ‘십자가를 멘 크리스트’((1515~16)라는 그림에서 예수는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고행을 하고 있는데 그 주변에는 베로니카(Veronica, 수건으로 예수의 땀과 피를 닦아준 것에 예수의 성안(聖顔)이 그려지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성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예수를 못살게 하며 그 길을 재촉하는 악당들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러한 환상적인 묘사는 오늘날의 일러스트나 만화를 능가하는 표현으로 500년 전의 화가가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묘사를 하였는가하는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림을 보면 수많은 얼굴이 어두운 공간에 떠오르게 그려졌는데, 대부분이 추하고 공포를 자아내는 무서운 악마적인 얼굴들인데 단지 예수와 베로니카만이 정상인 얼굴을 하고 있어 마치 화가가 표현할 수 있는 악당의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특히 이러한 추하고 악의에 찬 얼굴과 뚜렷이 구별하기 위해 가시의 면류관을 쓴 예수의 어깨에는 무거운 십자가 대목이 걸머져 있는데 사방에서 가느다란 빛이 쪼여지고 있어 둘러싸고 있는 무리와 확실히 구별된다.

그 악당들의 얼굴에는 정상적인 코를 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코가 길고 콧등이 굽거나 찌그러진 매부리코이다. 또 짧은 코의 악당은 콧마루가 죽은 낮은 코에 코끝이 들린 들창코 아니면 매부리코에 콧방울이 좌우로 퍼져 마치 마늘과 같이 보이는 마늘 코를 하고 있다.
눈들은 한결같이 눈동자가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동자가 위로 오라가 흰자위가 좌우 및 아래가 흰 소위 삼백눈(三白眼)으로 표현 돼 악당들의 인상을 코와 눈으로 표현하고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람 얼굴의 측면에서 본 코의 모양을 ‘직선 형, 주먹 형, 오목 형, 얼굴 중앙 위에서 돌출한 형, 중앙 아래에서 돌출된 형, 매부리 형, 정사면체 형, 원승이 형, 둥근 형, 화살 형,’등의 10가지로 나누고 이것을 다시 정면에서 본 여섯 형의 변수, 즉 코끝의 넓이에 따라, 콧방울의 넓이에 따라, 콧등의 두텁기에 따라, 콧구멍의 넓이에 따라, 콧구멍의 높이에 따라, 콧구멍이 보이는 가 가려지는가에 따라 이것을 보합해서 256 형으로 분류 하였다.

화가가 표현한 악당들의 코는 한결같이 코가 짧거나 길며 코끝이 들창코 이거나 매부리코이다. 긴 코에서는 직선형이 없고 한결같이 콧등에서 구부러져있는 구분 코의 형상을 하고 있는 데 심한 것은 콧등에서 두 번 구부러져 마치 낙타 등의 모양을 한 것도 있다.

이러한 코에 눈은 소위 삼백 눈이라 해서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 눈의 밑 부분 전체가 보이거나 아니면 아래로 내려 떠 윗부분 전체가 보이는 소위 삼백 눈과 함께 사람의 사악함과 악덕함을 표현하고 있다.

문국진(고려대 명예교수.법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