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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에게 고함
  •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 승인 2019.11.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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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寂 2, 53.0 x 45.5 cm, oil on canvas

[엠디저널]올리버 스톤 감독, 알 파치노 주연의 “Any Given Sunday”에서 팀의 감독인 알 파치노는 시합 3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팀원들을 모아두고 가슴을 울리는 연설을 한다.

“풋볼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1인치 싸움이란 것을 알게 될 거야. 그 1인치를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한다. 그 작은 1인치가 모여서 생사를 바꿀 테니까. 죽을 각오로 뛰어든 자 만이 그 1인치를 얻는다. 그것은 바로 인생. 그러나, 눈앞에 있는 6인치를 내가 억지로 시킬 순 없다.”

이는 마치 ‘꿈을 만들어 나오세요!’라고 말하며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줄 것만 같다.

빛이 적어지는 계절에 작가는 말한다. 펜과 종이를 들어라, 그리고 화지에 드로잉으로 시작하라! 그러면 준비는 된 것이다. 스스로 의지를 담아 자신의 감상을 화폭에 담아 작가의 생각을 옮겨온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격언인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말이 있다. ‘내가 바라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바라지 않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마음속의 ‘나’라는 극단의 양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흔히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이렇게 완성된 두 가지의 전혀 다른 모습 사이에 내가 있다. 작가의 젊은 초상을 들여다보았다. 작가의 화실 아침을 보았다. 평온의 그늘막이 되어 주는 그녀의 화실이다.

세상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미지의 영역으로 도전이 곧 삶의 일부라는 명제 속 작업의 과제가 어느 순간 내 앞의 괴물로 변해 있다. 또, 작가 자신의 도전이다. 위험을 안다. 그러나 한 발걸음을 앞으로 나서라고 고요함을 선사한다. 다시 일어나라는 메시지는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겸손의 가치를 알아차리라고 작가가 우리에게 외치는 듯하다.

자연의 색감에서 추상의 힘을 보다

이현아 작가는 사물을 구상성으로 보고 느꼈으나 자연에 가까운 색채를 마주하며 추상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작업에 정진할수록 구상에서 시작한 이미지, 그 작업의 동기와 의도를 추상의 표현으로 캔버스로 담아냈다.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그러하듯 수많은 예술가의 작품은 진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무궁한 창의성을 통해 예술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들의 어진 관대함을 구하는 자세가 바로 작업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말한다. “근사치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미래를 창조하는 열정으로 작가는 오늘도 작업의 공간으로 회귀(回歸)한다.

놀라운 자연이 선물하는 순간의 황홀함은 변화에 대한 감사로 이어진다. 변화하는 계절은 개화한 꽃향기의 여유로움을 허락하는 넉넉함을 내어준다.

작업을 위한 균형 잡기

어느 때는 작업의 방향을 의심하며, 내면은 공허함으로 차 있기도 하다. 껍데기만 있는 것이다. 길이 나 있는 두 가지 페르소나가 있다. 모르는 것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으며 대비되는 두 가지 모습에서 간격의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작업의 과정이다. 지금의 균형을 위한 노력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가며 작업에 몰입하게 된다. 마치 작가의 미국 유학 시절 사물을 구상성으로 바라보았지만 자연의 색감을 연구하며 추상의 힘을 발견했던 것처럼….

젊은 전도유망한 작가를 만나며 문득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잎새의 가랑비에 코트 깃이 젖은 시간처럼 조금씩 작업에 적용된다는 것을 안다. 기록이 우리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 수 있나? 왜 기록하는가? 언제부터 기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이달에 만난 작가와의 대담에서 생각의 키워드를 글로 적는다.

1인치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그 땀의 흔적이 1년은 필요하다. 삶을 통째로 바꾸기 위해서 얼마의 분량이 필요할지 가늠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때가 자주 온다. 0.01mm 전진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화선지 한 장의 두께가 약 0.01mm이다. 작은 변화를 이끌기 위해 작업의 연속을 이루어 낸다.

예술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싶다고 되뇌는 그대, 당장의 눈앞의 한 장을 빼곡히 채워 나가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기대한다. 과거의 ‘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듯,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들어갈 것임을 기억하며 한 장의 크로키 노트를 치열하게 채워본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의 질문에 답을 적어 내기 시작할 때이다. 우리에게는 1인치마저 과분하다. 0.01mm 이동을 위해 부스러지려는 내 안의 블루를 모아 한 장의, 옛 시절 어느 화가가 구하려 애쓴 화선지로 재구성해야 한다.

▲ 이현아 (Lee Hyun-ah) - School of Visual Arts, Bachelor of Fine Arts (미국, 뉴욕)/ 분당 아티스트 회원 / 현대미술 창작 협회 회원

에디터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 / 편집위원)
자료제공 Gallery Blue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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