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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신과 ‘환추골’
  • 문국진(의학한림원 박사)
  • 승인 2019.11.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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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사람의 등뼈는 서른두 개이고, 목뼈(頸椎骨)는 7개인데, 그중에서 맨 위에 있는 뼈를 ‘아틀라스 atlas, 환추(環椎) 또는 제일경추(第一頸椎)’라고 하는데 이 뼈가 두개골을 받들고 있는 모양이 마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신(巨神) 아틀라스(Atlas)가 어깨로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해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아틀라스는 대지의 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 태어난 야페스트가 오케아노스의 딸 ‘클리메네’와 결혼하여 ‘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의 거신을 낳았다.

▲ 작가 불명: 지구를 떠메고 있는 아틀라스 신의 조각상

아틀라스는 티탄(巨人神)족의 반란에 가담하여 올림포스의 신들과 싸웠기 때문에 제우스의 노여움을 얻어 벌을 받았는데 언제까지나 하늘을 어깨로 떠받들고서 있어야 한다는 가혹한 벌이었다. 아틀라스가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그림이 지리 교과서의 표지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런 것이 없어졌다.

이런 연유로 지도 자체를 아틀라스라고 부르게 되었고, 아프리카의 리비아에 있는 높은 산을 아틀라스산맥이라고 부르게 됐다. 대서양을 Atlantic Ocean이라 한 것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와 황금 사과를 든 헤라클레스의 부각

아틀라스의 이야기를 하려면 자연 헤라클레스와의 사이에 있었던 재미나는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그의 애인 알크메네 사이에 태어났는데 이를 미워하는 제우스의 본처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갖가지의 시험을 다 했건만 그는 견디어 냈다. 원래 헤라클레스(Herakles)란 ‘헤라에 봉사하는 자’라는 뜻이지만 이런 이름을 가진 그가 헤라에게 가장 미움을 당한 셈이다. 후에 에우리스테우스 왕의 분부로 헤라클레스는 열두 가지의 어려운 일을 해야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헤스페리데스(Hesperides)의 황금 사과를 가져오라는 명령이었다.

그 사과라는 것은 헤라가 결혼할 때에 대지의 신으로부터 결혼선물로 받은 것인데, 그녀는 그 보관을 헤스페리데스(또는 헤리페리로스, 금성의 뜻)의 아가씨들에게 맡겨, 용 백 마리가 그녀들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 헤스페리데스의 아가씨들이라는 것이 바로 아틀라스의 딸이다.

많은 모험 끝에 헤라클레스는 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에 도착했다. 오랫동안의 여행으로 지친 헤라클레스는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헤스페리데스의 아가씨들을 지키고 있는 백 마리의 용들이었다. 생각 끝에 사과를 자기에게 갖다 줄 사람은 아틀라스 이외에는 없음을 깨닫자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를 꼬여서 사과를 가져오도록 하였으며 그가 가지러 가는 동안은 자기가 대신 하늘을 떠받치고 있겠다고 약속하였다.

오랫동안 하늘을 떠받들고 있던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의 제안을 고맙게 생각하였던 것은 잠시나마 그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흔쾌히 승낙하고 사과를 가지러 갔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도 하늘을 떠받들고 있노라니 지쳐서 기진맥진해 버렸지만 얼마 후에 아틀라스가 사과를 가지고 왔을 때는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아틀라스는 아틀라스대로 오랜 세월 동안의 고역에서 벗어난 기쁨으로『사과는 내가 갖다 줄 터이니 자네는 언제까지나 그 짐을 좀 떠받들고 있게』라고 놀려주는 것이었다.

아틀라스보다 약삭빠른 헤라클레스는『돌아가는 길이 험해 어차피 걱정이었데, 차라리 잘됐군, 그렇다면 이렇게 합세, 아까는 잠시만 하늘을 들고 있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대충 자세를 잡았는데 매우 불편하구먼, 자세를 제대로 취할 것이니 잠시만 들어주게』라고 말하니 인심 좋은 아틀라스는 속임수인 줄도 모르고 황금사과를 땅에다 놓고서는 대뜸『이렇게 메는 것이 가장 힘이 덜 드는 거야』 하면서 헤라클레스가 떠받들고 있던 하늘을 대신 받아서 시범을 보이는 것이었다.

땅에 놓인 황금사과를 주워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산을 내려가는 꾀 많은 헤라클레스였다.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찬스를 어처구니없이 놓쳐버린 인심 좋은 아틀라스였다. 그리스인들은 해가 질 때의 서쪽 하늘의 아름다운 광경을 좋아했고, 그것으로 추리하여 서쪽을 광명과 영광의 영토로 동경하였었다.

그래서 그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이라든가 또는 게류오네스의 아름다운 소를 치는 붉은 섬인 에류테이라든가 또는 헤스페리데스의 딸들 섬이라든가 모두 서쪽에 있는 것으로 짐작했었다.

일설에는 헤스페리데스의 딸들 사과라는 것은 그리스 사람들이 어렴풋이 들은 바 있는 스페인의 오렌지가 아니었을까 상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그리스신화가 생겨날 때는 그리스에는 사과가 나지 않았다는 고증에서 추리된 생각이며 오렌지는 황금빛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사과로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여간 경추의 제일 위에 있는 ‘환추골’, 아틀라스는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무거운 머리(두개골)를 떠받치는 운명을 면치 못하는 것이 신화의 아틀라스 신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틀라스 산에 대한 신화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전해지고 있다.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 메두사를 죽이고서 그 머리를 갖고 오다가 해가 저물어 하는 수 없이 하룻밤을 지새우고 가야 할 형편이 돼 아틀라스를 찾아가 하룻밤을 자고 가기를 청했는데, 아틀라스에게는 집히는 바가 있어 이를 거절했다. 옛날 자기에게 내려진 신탁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즉 언젠가는 제우스의 아들이 황금 사과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신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지구의와 그 받침대

페르세우스는 그 거인과는 힘을 겨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그대가 나의 우정을 그렇게 싸구려로 밖에는 쳐주지 않으니 선물이나 하나 드릴 수밖에요”라고 하며 자기 얼굴을 돌리면서 메두사 머리를 쑥 내밀었다. 그러자 아틀라스는 순식간에 돌로 변하면서 산으로 변했는데, 수염이나 머리카락은 숲이 되었고, 팔과 어깨는 절벽, 머리는 산꼭대기, 그리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몸의 각 부분은 마침내 거대한 산이 되기까지 부피가 시시각각으로 커졌으니 그게 바로 아프리카의 아틀라스산맥이라고 한다.

후세에 와서 아틀라스는 양치기 목자, 천문학자(占星師) 또는 아틀란티스(Atlantis) 대륙(바다 밑에 가라앉았다는 전설 속의 섬)의 왕자였다는 설도 있다.

사람 몸에 있어서 아틀라스(환추골)는 후두골(後頭骨)과 제2경추골 사이에서 두개골을 떠받쳐 주는데 그 모양이 고리 환산(環狀)으로 그 내부에는 골수가 있으며 추궁(椎弓, vertebral arch)과 외측괴(外側塊, lateral mass of vertebra)로 이루어지고 추체(椎體)가 없는 것이 다른 추골(椎骨)들과 다른 점이다. 사람이 목을 움직일 때 가동성이 적은 관절을 만들어 머리가 전후, 좌우 그리고 회전운동을 할 때 머리가 크게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서 머리가 먼저 땅에 닿는 경우 아틀라스가 골절되어 척추에 손상을 일으키면서 즉사하는 수가 있다.

지구의와 그 받침대를 보면 영락없는 아틀라스를 떠오르게 한다.

문국진(의학한림원 박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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