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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통한 마음의 치유Ⅱ

  • 입력 2019.12.05 11:40
  • 수정 2019.12.05 11:48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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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꿈은 ‘자유연상’을 통해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자유연상이란 꿈을 꾼 사람이 그 꿈을 생각할 때(전체 내용이나 세부적인 요소들)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정신치료의 각 유파들이 꿈을 보는 시각이나 꿈 해석에 있어서 각기 견해를 달리하지만 자유연상을 통해 분석된 꿈을 보면 꿈은 우리에게 마음속 깊은 곳의 비밀을 알려 주기도 하고, 인생에 있어서 귀중한 경고를 하기도 하며, 중대한 일인데 낮에 소홀히 하고 지나쳐버린 일이 나타나기도 하고, 걱정거리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하는 등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어떤 정신치료 책에 나와 있는 환자의 꿈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떤 환자가 유기화학 공부를 마치고 난 뒤 끔찍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은 오로지 유기화합물로 구성되었는데 화합물들은 꼬이고 찢어져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터졌을 때 부서진 분자들로부터 피가 솟아올랐습니다. 이 꿈에 그가 꿈꿀 당시에 그의 삶에 대해 느끼고 있었던 것이 정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의 삶과 내적인 경험이 해체되고 있었고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찼습니다. 이 꿈을 꾼 후에 그가 처한 곤경이 치료자로부터 이해받고 있다고 느꼈고 환자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가 치료시간에는 자신의 내부의 삶이 와해되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꿈은 환자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한 장의 그림으로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꿈은 환자의 문제를 아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또한 치료를 받아 환자 상태가 나아졌을 때 그 변화가 꿈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항상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움츠러들던 환자가 남에게 당당하고 위축되지 않는 꿈을 꾸고 나면 실제 생활에서 그렇게 됩니다. 환자의 치료효과를 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좋아졌다고 해도 꿈에서 확인이 되지 않은 경우 그 변화가 내면 깊숙이에서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치료한 한 30대 여자 환자는 정신치료 후 생긴 변화를 보여주는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생소한 동네에 갔어요. 환한 곳이었어요. 옆에 있는 젊은 남자가 나무판자를 부수고 들어가면 뭐가 있다고 해서 부수고 들어갔더니 하얀 성모 마리아 상이 있었어요. 뚱뚱한 아주머니 같은 성모 마리아였어요. 동네 사람들이 ‘저 속에서 저런 것이 있었구나’ 하면서 의아해 하는 눈치였어요.”

이 꿈에 대한 연상을 물었습니다. 환자가 별로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고 하여 내가 요즘 새롭게 보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제 생각에 이 꿈은 환자의 내면의 변화를 드러내 주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신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였는데, 그것도 바깥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자신 속에서 평범한 진리를 발견한 것을 이 꿈은 말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새롭게 보는 것이 있느냐를 통해 환자의 내면을 보게끔 했습니다. 환자 속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때 그것을 치료자가 알아차리고, 환자로 하여금 그것을 알게 하고, 그것이 환자 속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은 중요한 치료적 작업입니다. 물론 환자 속에 부정적인 변화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기에 포착하여 그것에 대해 환자와 상의해야 합니다. 제 질문에 환자는 최근에 자신에게 있었던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 환자는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먼 것 같았는데 실제 갔더니 가까웠어요. 지하철이 완성 안 되고 길이 비포장이라 엉망이어서 어떻게 가야 할까 했는데 결국 도착했어요.” 이 당시 환자는 생활에서 자기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실제 생활에서 일을 잘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이 꿈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불교신자는 평소 계율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경전을 많이 읽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던 중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 오계(五戒)를 아주 쉽게 지키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실제 생활에서 계를 지키는 것이 전처럼 힘들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선가(禪家)에서도 화두 공부가 어느 정도 되었는지 점검할 때 ‘꿈에서도 화두를 드느냐’고 물어봅니다. 이것은 꿈에서 화두를 들 정도면 무의식에서도 화두를 들고 있는 상태로 온 마음이 화두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붓다의 꿈 해석

『꿈 경』(앙굿따라 니까야 제3권 443~447쪽)에서 붓다도 깨달음을 이루기 전에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꿈을 꾸었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꿈에 대한 해석을 합니다. 이 꿈 이야기도 정신치료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꿈 해석과 다르지 않습니다. 4부 니까야를 통틀어 붓다의 꿈 이야기는 이 경이 유일합니다.

“비구들이여, 여래·아라한…정등각이 깨닫기 전, 아직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한 보살이었을 때 다섯 가지 큰 꿈을 꾸었다. 무엇이 다섯인가…이 대지는 큰 침상이었고, 산의 왕 히말라야는 베개였으며, 동쪽 바다에는 왼손을 놓았고, 서쪽 바다에는 오른손을 놓았고, 남쪽바다에는 두 발을 놓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첫 번째 큰 꿈이다…띠리야 풀이 배꼽에서 자라서 구름에 닿은 뒤에 멈추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두 번째 큰 꿈이다…검은 머리를 가진 흰 벌레가 두 발에서 위로 기어올라 양 무릎을 덮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세 번째 큰 꿈이다…각기 다른 색깔의 새 네 마리가 사방에서 와서 발아래 떨어지더니 모두 흰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네 번째 큰 꿈이다…분뇨로 된 큰 산 위에서 경행을 하였는데 분뇨에 묻지 않은 꿈을 꾸었다. 이것이 다섯 번째 큰 꿈이다….

첫 꿈을 꾸고 여래·아라한·정등각에 의해서 위없는 정등각은 성취되었다…두 번째 꿈을 꾸고 여래·아라한·정등각은 여덟 가지 구성 요소로 된 성스러운 도, 팔정도를 깨달은 뒤 모든 신과 인간들에게 잘 드러내었다…세 번째 꿈을 꾸고 흰 옷을 입은 많은 재가자들이 여래께 평생을 귀의하였다…네 번째 꿈을 꾸고 네 가지 계급의 크샤뜨리야와 바라문과 와이샤와 수드라들은 여래가 선언한 법과 율에 의지해서 집을 나와 출가한 뒤 위 없는 해탈을 실현한다…다섯 번째 꿈을 꾸고 여래는 의복과 탁발음식과 거처와 병구완을 위한 약품을 얻지만 여래는 그것에 묶이지 않고 홀리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위험을 보고 벗어남을 통찰하면서 수용한다…비구들이여, 여래·아라한·정등각이 깨닫기 전, 아직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한 보살이었을 때 이러한 다섯 가지 큰 꿈을 꾸었다.”

지금까지 꿈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두 가지 접근을 이야기했지만 꿈에 대한 실험에서 얻어진 연구결과와 정신 분석가들에 의해 임상적으로 인정된 꿈의 의미 사이의 통합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 꿈의 정체가 현재로서는 완전히 밝혀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신치료적으로 볼 때 꿈은 외부의 어떤 힘이 작용해서 꾸는 것이 아니고 꿈꾼 사람이 그 꿈의 감독이고 배우이고 엑스트라이고 각본을 쓴 사람입니다. 따라서 꿈이란 자기 상태를 그대로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꿈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속마음을 매일 매일 볼 수 있다면 자기를 닦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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