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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쇼를 하려거든 국민이 즐거운 쇼를 하라”

  • 입력 2007.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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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은 중독성이 강하다.오늘날 사람들의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것이 이동통신과 인터넷이다. 한 시기에 가장 많이 전파를 타는 광고를 보면 그 시대에 가장 번창하는 산업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물론 이동통신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문자를 보내고, MP3를 듣고, 사진을 전송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기가 어렵다. 우리는 이제 단 하루도 ‘쇼’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인간이 돼버렸다. 이동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포퓰리즘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이 포퓰리즘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정치인이나 국민 모두에게 마약과 같다.대중영합주의는 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체제하에서 경제정책 & 복지정책이 포퓰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가진 자’들을 표적으로 ‘반(反)부자’정서에 의존하는 ‘포퓰리즘’은 부실, 졸속입법을 부추긴다.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은 더욱더 극성을 부릴 것이며,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공약들이 국민들에게는 달콤할 것이다. 독버섯은 항상 화려해 보인다. 2003년 여름 폭염 때 유럽에서는 1만5천명 이상의 노인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도 정부의 무관심과 낙후된 노인보호시설 때문에 일주일 동안 1만5천명 이상의 노인이 사망했다. 설마(?)하실지 모르나 모두 사실이다.응급실 이야기(원제 Histoire d’urgences)의 저자 파트릭 펠루(Patrick Pelloux)는 이 사실을 처음 폭로해서 유명해진 응급의학 전문의다. 그는 현재 프랑스 응급실의사협회(AMUF) 회장으로 병원의 공공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펠루 자신이 근무하는 생 앙투안 종합병원은 사설 종합병원과 달리 의사와 간호사 채용, 의료시설 설립과 운영 등 모든 것을 국가가 관장하는 공공 종합병원(AP-HP)이다. 공공 종합병원은 프랑스 의료체계와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이룬다. 싼 값에 비교적 질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면 공공 병원을 먼저 찾는다. 따라서 공공 병원 응급실에는 남녀노소, 부자에서 빈자까지 모든 계층과 직종의 환자들이 모여든다. 펠루는 “‘질병은 신체와 정신의 병리현상’이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다”며, 환자들이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차원에서 다각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프랑스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완벽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펠루는 자신의 의대 동기들이 이런 의료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보니, 대부분은 공공 병원이나 사설 병원에서 진료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업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몸을 돌보지 못해 병이 들거나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환자와 의사의 불만이 사르코지를 당선시켰다.응급실 간호사들은 정부의 의료예산 감축 때문에 생긴 만성적인 병실 부족에 골머리를 앓는다. 환자의 보호자는 간호사가 공공병원에서 빈 병상을 하나 찾아내려면 얼마나 여러 곳에 연락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간호사가 환자는 돌보지 않고 전화만 하고 있다”고 항의한다. 일부에서는 “환자, 보호자, 의사, 간호사 모두의 불만이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가 당선되는데 일조했다”고 풀이한다. 지난 15년 간 프랑스에서는 전국적으로 병상 10만 개가 줄었다. 병원의 유지·보수 업무를 민간 기업에 하청주거나, 아예 병원 전체를 민영화하려는 시도도 많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개인병원들의 병실도 의료전달체계를 빌미로 차츰 없애려 하고 있다. 쇼를 하려면 국민이 즐거워하는 쇼를 하라다시 ‘쇼를 하라’고 외쳐대는 텔레비전 광고가 생각난다. 처음 그 광고가 나왔을 때부터 나는 ‘안 그래도 온 세상이 다 쇼인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소리를 들으면 누구라도 세뇌가 될 것이다. 정말 온 천지가 다 쇼 한마당 같다. 의료급여 시스템도 너무 자주 바뀌어 국민이나 의료인이나 다 같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새로이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대부분의 의사들은 진땀을 흘린다. 정권 임기 말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의료관련 법안들은 의료인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든 그 법을 집행하는 정부든 이왕 쇼를 하려면 포퓰리즘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국민들과 의료인을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쇼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