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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덤 효과Extraeffect
  • 정정만(성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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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위대한 발견은 ‘우연’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다. 통찰력이나 탐구력을 지닌 사람은 우연의 사상(事像)을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풀어가는 직관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지극히 당연한 물리 현상을 보고 만유인력(萬有引力)의 정체를 규명한 뉴톤이 그렇고 귀항하는 선체(船體)의 가시(可視)형태를 보고 구형(球形)의 지구를 유추한 발상이 그렇다. 

현대 의학의 발달사도 이 ‘우연의 사실’을 놓치지 않고 규명하는 탐구정신과 과학적 상상력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연이란 좋은 일도 있고 궂은일도 있다. 행운을 가져온 우연도 있고 재앙이나 악운의 시발이 되는 우연도 있다. 우연을 통찰, 감춰진 진리를 찾아내서 인류에게 유익한 수단으로 전용하는 자세가 삶을 윤택하게 하는 휘황한 창조 정신이다.

1982년, 프랑스 의사 로날드 비락(Ronald Virag)은 하지(下肢)혈관 수술 도중 작은 혈관 봉합을 쉽게 하기 위해 혈관 확장제, ‘파파베린(Papaverine)’을 주사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환자의 물건이 느닷없이 우뚝 일어선 것이다. 남자 물건이 특수 혈관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다. 이 사건(?) 이후 파파베린은 풀 죽은 물건을 되살리는 신통한 약물로 명성을 날렸다. 발기 부전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도 파파베린 덕분이다. 그냥 넘겨도 무방한 사실을 놓치지 않은 비락의 탐구 정신이 발기 메카니즘을 규명한 계기가 된 것이다.

파워스미스(Power Smith)라는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환자에게 프로작(Prozac)이라는 항우울제를 투약했다. 세로토닌(Serotonin) 재흡수 억제제인 프로작은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약물을 복용한 남자의 여자들이 주치의사를 찾아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별안간 근성이 질겨진 물성(物性)을 의아하게 여긴 아내들의 항변(?)이 프로작의 조루증 치료효과를 확인하는 동기가 되었다. 프로작은 식욕을 억제하여 비만 치료제로도 활약한다.

비아그라는 애당초 파이저(Feizer)사(社)가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한 약이다. 하지만 임상 실험 과정에서 물건이 일어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져 남성 세우미로 변장(變裝)했다. 피임약과 함께 제약사(製藥師)에 불멸의 명품으로 기록된 비아그라. 그러나 지금은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엠빅스 등 4촌 아우들이 연달아 태어나 세우미 5형제가 천하를 다투며 세력 확장에 여념이 없다. 이들 열강(列强)의 인기를 교활한 상술이 외면할 리 없다. 짝퉁 약이 양산되고 이들 성분을 위장한 건강식품이 쏟아져 나와 사타구니 틈새가 취약한 사내들 사이에 내밀한 되살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의외의 ‘덤 효과’는 그 회오리 바람에 실려온 것이다.

특정 질환을 표적으로 삼아 개발되어 특정 질환 치료제로 허가 받은 약물이 원래의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이다. 소위 한 종류의 약물이 여러 질병에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덤 효과’를 말한다. 세우미 5형제가 바로 다재다능한 멀티 플레이어 약물로 대두되고 있다. 물건 세우미의 역할을 뛰어 넘어 활동 범위를 다양화하고 광역화할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이미 레바티오(Revatio)라는 폐성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되었다. 또한 손, 발가락, 귀, 코의 세동맥(細動脈)이 수축되는 레이노 병(Raynaud's Disease), 울혈성 심장질환, 항암 화학 요법에 의한 심장 손상, 비행기 여행에 따라다니는 시차증후군, 야근에 의한 피로, 저산소증에 의한 산행(山行) 곤란을 경감시키는 도우미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고산(高山)은 산소가 희박하다. 산소가 부족하면 심폐 부담이 가중되어 운동 능력이 저하된다. 이들 약물은 심폐기능을 지원하여 산행 능력을 증강시키고 야근에 의한 피로를 경감시킨다.

세우미 5형제는 필요할 때만 복용한다. 1회성 온디맨드(On Demand)약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쩌다 만날지도 모를 노상(路上)횡재에 대처하려면 지갑 속의 비상약으로 상비해야 한다. 지갑 속의 비아그라는 대개 수출용, 외빈 접대용, 원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용이다. 내수(內需) 진작을 위해 사용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빈 지갑으로 모처럼 만난 행운을 거머쥘 수 없다. 이빨 빠진 맹수는 눈 앞에 있는 먹이조차 낚아 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휴대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교접 행사와 관계없이 평소 복용을 지속하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일 복용하면 생리적 고유 발기력이 회복된다는 문헌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비아그라 25mg을 매일 밤, 2주 동안 복용하여 발기 강직도와 발기 지속 시간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성 행위와 무관하게 매일 잠자기 전에 50mg의 비아그라를 1년 동안 복용함으로써 성능력이 정상화 되었다는 논문도 있다(Frank Sommer 등). 비록 비아그라에 반응하는 사람으로 제한한 연구 결과 이긴 하나 매일 밤 복용 방식의 임상 효과는 앞으로 예의주시할 만하다.

세우미 5형제는 모두 기능성 약물이다. 지갑 속에 감추어야 하는 비상 약에서 책상이나 문갑 등 열린 공간에서 떳떳하게 비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상비약으로 변신할 날을 고대한다. 지갑에서 요행을 꺼내는 옹색함 대신 자신감과 품위를 지갑에 채워 넣을 수 있는 시니어의 멋과 여유를 기대해 본다.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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