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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현대의학은 어지럼증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 입력 2019.12.10 13:37
  • 기자명 출처 통증의 원리와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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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증례1)

대부분의 의사가 속고 있는 어지럼증

두 달 전 의무실 옆 사진관 사장님(M/54)이 의무실 직원들에게 식사를 한번 대접하면서 자신의 건강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7년 전 삼성서울병원에서 폐섬유화증을 진단받고 Solondoⓡ(prednisolone)를 60mg부터 시작하여 몇 개월마다 조금씩 줄여가며 2년 동안 복용을 해서 현재는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그 후로 몸무게가 20kg이나 늘어서 빠질 생각을 안 한다고 한다. 안 되겠다 싶어 최근에 천만 원짜리 자전거를 하나 구입해 운동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한 달 전 휴일에 자전거를 타던 중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속이 울렁거리더니 눈앞이 깜깜해져서 쓰러졌다고 하였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검사상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직도 심하지는 않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한다. 자기 생각에는 그날이 매우 후텁지근한 날이어서 땀이 많이 났었는데도 의욕이 앞서다 보니 2시간 동안이나 무리해서 자전거를 탄 결과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아마도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진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었나 싶다고 맞장구쳐주고 대충 넘어간 적이 있었다.

며칠 전 의무실에 들러 다시 의료 상담을 요청해 왔는데, 전에 말했던 그 어지럼증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후로도 어지럼증이 지속되어 잘 본다는 그 지역 유명 내과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며 약을 지어 주었는데 전혀 차도가 없었다고 한다.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전정기관에 관련된 검사를 모조리 다 받아 보았는데 특별한 이상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학병원의 권유에 따라 종합검진을 시행해 보았으나 여기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 지역에서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갔는데, 맥을 짚어 보더니 기가 허해서 그렇다면서 보약을 권하기에 36만 원을 주고 일단 한 달 치 보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좀 반응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의사 왈 “두 달은 먹어 봐야 알 수 있다”고 하였는데, 아직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투다.

지금도 어지럽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좀 심한 날도 있고 좀 덜한 날도 있기는 하지만,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어지럽고, 하루 24시간 중 거의 12시간은 어지러움으로 고통받는 것 같다고 한다. 눈을 감아 보라고 하고는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이 빙빙 돌지는 않는지, 몸이 붕 뜨거나 가라 앉지는 않는지를 물어보았지만, 그런 건 전혀 없다고 하였다. 안구진탕(nystogmus)을 유발시켜 보았지만 관찰되지 않았다.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포기하려던 참에 별 뜻 없이 습관적으로 질문 하나를 던졌다. 혹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로했을 때, 술 먹은 다음에, 날씨가 우중충한 날 등에 더 심해지지는 않으냐고 물었더니,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자전거 타다가 쓰러지던 날에도 전날 타지에 사는 친한 친구가 놀러와 술을 많이 마셨었고, 그날 유독 후텁지근했었는데, 저녁에 장대비가 내렸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니 그 시즌이 개인적으로 사업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었을 때여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시기였다고 하였다. 또한, 얼마 전 밤샘작업을 하며 무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다음 날 어지럼증이 유독 심하였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 간혹 눈이 아픈 적은 없었냐고 물으니 어지럼증이 좀 심하다 싶을 때 가끔 눈알이 아플 때가 있는데 대수롭지는 않다고 하였다. 혹시 머리가 아프지는 않느냐고 물었더니, 두통은 아니라 한다. 그러면 머리가 항상 무겁지는 않았냐고 물었더니, 요 근래 항상 머리가 무겁고, 잠을 많이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고 한다. 그게 어지럼증이 유발되던 시점이 아니냐고 하였더니 대충 그런 것 같다고 한다. 두통이 심하지 않으면 증상이 애매하여 단순히 머리가 무겁다고 느끼거나, 어지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환자분이 호소하는 어지럼증도 미약한 두통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 말에 동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두통보다는 어지럼증이지만, 굳이 그렇게 물어온다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한다. 두통이든 어지럼증이든 어찌했든 그 증상이 어느 쪽에 있느냐 하였더니 손바닥으로 우측 머리를 전반적으로 훑는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좌우를 구분해 가며 머리가 어지러웠던가? 가끔 생기는 안구통 또한 우측에만 있는 증상임도 확인하였다.

좌측의 두판상근(splenius capitis)은 아무리 세게 눌러도 아파하지 않았는데, 우측의 그곳은 매우 심한 압통을 호소하였다. 우측의 두반극근(semispinalis capitis) 또한 좌측에 비해 압통이 심하였다. 두 곳을 풀어 주었더니 그 뒤로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더 이상의 어지럼증은 없다고 하였다. 또한, 잠이 얕게 들어 쓸데없는 꿈을 자주 꾸어서인지 자고 일어나도 항상 머리가 무거웠는데, 더 이상 그런 꿈을 꾸지 않고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하다며 몇 번씩이나 고마움을 표하셨다. 하지만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은 남아있어 어제는 구토까지 하였다고 한다. 환자가 처음 호송하였던 ‘자전거를 타다가 갑자기 어지러우면서 속이 울렁거리다가 눈앞이 깜깜해져서 쓰러질 뻔한 것’은 스승님께서 소개하신 가성 위장통이 동반된 편두통의 또 다른 표현이었음을 그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실제로 환자분은 자신의 위장이 안 좋아 1년에도 2번씩 내시경을 하시는 분인데, 경미한 위염 말고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어왔을 뿐이라고 한다. 최근 어지럼증이 나타날 때쯤부터 소화 기능도 급격히 떨어져 자주 체하고 속이 더부룩하며, 쓰릴 때도 있었다고 한다. 우측 복직근의 뚜렷한 압통점이 몇 군데 확인되어 주사하였는데, 더부룩하고 울렁거리는 증상이 없어지고 속이 매우 편해졌다고 한다.

2년 전에 봉사활동을 처음 나갔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75세 약간의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의 주소는 어지럼증이었다. 일단 할머니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었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봉사해 보자는 의욕에 불타 몇 번씩이나 큰소리로 반복해 가면서까지 문진과 진찰을 해 보았지만, 딱히 의심할 만한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혹시 모르니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였더니, 그런 것은 필요 없고 약이나 달라신다. 모든 어지럼증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치료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그 원인을 찾아야 치료도 가능하다고 하였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전에 계시던 선생님이 지어 주신 약만 주면 된단다. 자세한 진찰을 통해서도 알 수 없었던 어지럼증에 도대체 무슨 약을 처방하였는지 궁금하여 차트를 살펴보았더니 그 약은 다름 아닌 Tylenol ERⓡ이었다. 이미 거의 8개월 이상 그 약을 간헐적으로 복용하고 계신 상태였다. 전에 계시던 선생님을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 공보의 선생님은 졸업하자마자 인턴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오셨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임상 경험이 있었을 리 만무했다. 이비인후과, 신경과 전문의들도 어려워하는 증상 중의 하나가 어지럼증인데 전에 있던 선생님이 제대로 알고 처방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도 할머니가 약 좀 달라고 떼를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제일 만만한 Tylenol ERⓡ을 처방한 것 같았다.

“할머니, 그런데 이 약 드시면 어지럼증이 좋아지긴 하세요?”라고 물었더니, “그 약만 먹으면 어지럼증이 싹 가셔.” 하신다. 속으론 어이가 없었지만, 계속 실랑이를 하다간 내 머리만 복잡해질 것 같아 “전에 그 선생님 정말 명의셨나 보네요.”라고 애써 헛웃음을 지으며, 일단 나도 Tylenol ERⓡ을 처방해 드렸다. 그 후로도 Tylenol ERⓡ이 적어도 그 할머니한테만은 만병통치약인지라 계속해서 그 약을 처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Rationale 없이 아무 약이나 대충 뿌린다는 것이 의사의 양심에 걸리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환자가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약을 그 잘난 의사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하여 실제로 그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실제 약리적 효과가 있었든 아니면 심리적 위약효과(placebo effect)였든 그것은 단지 치료자 입장에서 의사들의 학문적 관심사일 뿐 실제 그로 인해 하루하루 고통받는 그 할머니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탁상공론과 같은 논란거리에 불과했다. 굳이 따진다면 그것이 그 약의 처방에 대한 정당한 이유이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약의 위약효과라는 것이 정말 내 상상 이상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허탈함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할머니의 증상은 어지럼증보다는 두통에 가까운 증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증례2)

저혈압에 의한 어지럼증을 15년 넘게 갖고 사신 아주머니

일전에 전형적인 손목터널증후군에 의한 손저림을 요측수근굴근(flexor carpi radialis)을 치료해 상당한 효과를 본 적이 있던 식당 아주머니가 어지러워 죽겠다면서 의무실을 찾아왔다. 골이 흔들리고 술 취한 사람처럼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15년 전에 와사풍(구안와사, Bell’s palsy)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그 뒤부터 어지럼증이 자주 유발된다고 하였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어지럼증이 유발되지 않았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한 달에 4~5번씩이나 어지럼증이 유발되고 평균 3일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심하게 어지러울 때마다 여러 번 CT나 MRI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다 해 보았지만, 항상 특별한 인상은 없었고, 다만 혈압이 너무 낮아서 그런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일전에도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더니 혈압이 76/50까지 내려가서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은 3~4일이면 좋아지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해 벌써 8일째에 접어들고 있어서 은근히 걱정된다고 하였다. 오늘은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도저히 식당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아 병원에 가서 CT나 찍어 보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이곳이 생각나서 혹시나 하고 들러봤다고 한다.

갑자기 일어날 때 주로 어지럼증이 생기냐고 물었는데 자세 변화와는 큰 연관성은 없어 보였다. 혈압약 등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특별한 약을 복용하고 있지도 않았다. 의무실에 오자마자 간호사가 잰 혈압은 96/62라고 하였는데 환자는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 정도 어지러움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그다지 혈압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양쪽 두판상근과 두반극근에서 유의한 통증유발점이 발견되어 0.5% lidocaine 4mL에 triamcinolone 10mg씩을 섞어 전과 똑같은 4곳에 주사를 시행하였는데, 미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어지럼증마저 완전히 가셨다며 흡족해하였다. 식당에서 가끔 그 아주머니를 뵙게 되는데, 그 뒤로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은 어지럼증이 재발되지 않았다.

이비인후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어지럼증의 진료영역에 있는 대부분 의사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까? 일단 최소한 그 원인이 중추성인지 말초성인지 구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중추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brain imaging 등을 시행해 보거나 상급병원으로 의뢰할 것이다. 적어도 중추성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양성발작성췌위성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전정신경염, 메니에르증후군, 기립성저혈압, 당뇨, 빈혈, 약물 복용력, 우울증이나 정신사회적 요인 등등 어지럼증을 흔히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나 상황을 염두에 둔 진찰과 검사를 시행해 볼 것이다. 그런데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기가 허하거나 피곤해서 그럴 수 있다.’ 내지는 ‘큰 이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좀 쉬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등의 한의사들이나 사용할 법한 표현으로 얼버무려 마무리하는 것 같다.

아마도 현대의학으로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어지럼증의 많은 부분이 실제로는 두통과 비슷한 기전으로 뒷목에 위치한 근육의 과긴장에 의해 일어나는 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문헌상에서도 두통 없이 어지럼증만 나타나는 변형된 편두통에 대한 보고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은 평상시 수많은 감기 환자들을 보면서 예전부터 의아하게 느껴왔던 바이기도 하다. 감기 환자들은 동반 증상으로 두통을 함께 호소하는 경향이 많은데, 때에 따라서는 두통이 아닌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꽤 많이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자세한 문진과 진찰을 해 보았을 때, 실제로 그 환자들이 호소하는 어지럼증이라는 것은 그 실체가 모호했으며, 두통과 거의 구분이 안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 같고 일반 소염진통제에도 다소나마 반응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심한 두통과 약간의 어지럼증을 동반한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었는데, 두판상근에 주사를 하자 두통뿐 아니라 어지럼증도 함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혹시 두통이 아니냐고 되물었을 때, 대다수 환자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지럽다고 말하면서 진료실 문을 들어서는 환자들을 접했을 때,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으려고 덤벼들기에 앞서서, 환자가 표현하는 그 어지럼증이 과연 의사들의 고전적 교과서에 등장하는 현훈성 어지럼증인지 아니면 특정 단어로 표현하기 모호한 두통과 비슷한 머리의 불쾌감에 대한 환자들의 또 하나의 고유한 표현인지를 가릴 줄 아는 지혜를 지금부터라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넘어서, 머리가 무겁거나 멍하다는 사람들, 잠을 자고 일어나도 항상 개운하지 않다고 호소하는 사람들, 잠 한번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러한 증상들이 혹시 두통과 비슷한 기전에 의해 일어나는 두부의 이상 증상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다소 성급하지만, 개연성 있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앞으로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지럼증(dizziness)이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주위가 빙 도는 또는 자신이 빙 도는 느낌,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나 흔들리는 느낌, 또는 몸이 공중으로 붕 뜨거나 땅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 등이다. 더 나아가 막연히 머리가 멍하여 온몸에 힘이 빠져 기력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어지럽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연세가 많은 노인 사이에서 자주 관찰된다. 오심, 구토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흔히 동반되고, 아무 데나 드러눕고 싶을 정도의 무기력감까지 동반되는 일이 흔하다. 어지럼증은 두통과 더불어 신경과를 방문하는 환자가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이며 대부분 경과가 양호하다. 그러나 간혹 어지럼증 자체가 중요한 신경학적 질환의 한 증상일 수 있으므로 원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어지럼증 중에서도 빙글빙글 도는 느낌과 더불어 자세 불안과 안진이 동반되는 전정성 어지럼증을 특히 현훈(vertigo)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현훈이란 어지럼증의 subtype 중의 하나이지만 의학계에서조차도 그 정의를 분명하게 구분 짓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일상적으로 흔히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어지럼증의 많은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척추주위 근육 긴장에 의한 교감신경성 어지럼증에 대해서 현대의학에서는 조금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그 둘을 정확히 구분하여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추후의 본인의 수많은 경험과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 어지럼증은 경추나 상부흉추의 척추주위 근육 긴장에 의한 교감신경의 과흥분 때문이었다. 기존 의학계에서는 자세 불안이나 안진이 동반되는 어지럼증인 경우 귀에서 비롯된 어지럼증과 중추신경에서 기인하는 어지럼증을 구분하는 것만을 강조하는데, 심지어 이러한 진정성 어지럼증에도 척추주위의 근 긴장으로부터 기인된 교감신경성 어지럼증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기존의 의학계는 어지럼증을 일단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누고, 다시 그 말초성을 여러 가지 기질적이나 심리적인 원인으로만 구분하는 분류법을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일차진료 현장의 임상적 실제와 매우 동떨어진 기존의 그러한 원론적인 분류로부터 한참을 더 나아가 기능성 어지럼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임상적으로 흔히 보는 이 기능성 어지럼증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때론 안진까지 동반하며 매우 극심한 어지럼증으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급성의 형태가 그 하나이고, 잔잔하면서도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에 이르는 만성 어지럼증이 그 나머지 하나이다. 일부 기질적 원인에 의한 이차성 어지럼증을 제외하면 이 둘 대부분은 두판상근이나 추후 논하게 될 상부흉추(T1~T4) level의 다열근에 매우 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료제공 통증기능분석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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