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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주치의, 당신 곁에는 가정의학과가 있습니다!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

  • 입력 2019.12.12 11:48
  • 기자명 김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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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
▲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

[엠디저널]1985년은 대한민국 의료계를 장식할 매우 뜻깊은 일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23번째 전문의학 과목인 가정의학과가 탄생한 것. 물론 모든 과가 중요하지만, 가정의학과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국민의 간절한 요구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정의학과 창립 35년을 맞은 지금에 와서는 전문의 1만 명을 배출하면서, 바야흐로 ‘1 가정 1 주치의 시대’를 열면서 의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동안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국민보건환경에서부터 비만 퇴치와 금연 운동, 그리고 손 씻기와 구강 청결 사업 등 진료실 안팎으로 국민보건환경 개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그리고 이제는 가정의학과는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일차 의료 주치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미래를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일을 주도하는 진취적인 의료인의 역할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최근에 와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은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며, 가정의학과의 중요성이 주목받았다. 이에 엠디 저널은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2019년의 12월을 맞아 지금까지 가정의학과의 역할과 성과를 돌아보고, 2020년대를 맞이하는 각오와 결의를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을 통해 들었다.

가정의학과와 대한가정의학회의 태동과 대한민국 중심의학으로 발전해 온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근대 대한민국의 의료는 미국의 제도에 영향을 받아 전문의 수련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전문과목의 세분화로 의료시설이 일차 의료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사회적 여건에서 국민의 요구에 힘입어 1979년부터 가정의학 전공의를 선발해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시기는 아직 가정의학 전문의 제도가 법적으로 확립되기 전이였습니다. 이후 1980년 1월 대한가정의학회가 창립했고, 1983년 5월 대한가정의학회는 세계가정의학회(World Organization of Family Doctors, WONCA)의 서른 번째 정회원국으로 정식 가입 및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85년 2월 대통령령 제11644호로 가정의학이 전문과목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가정의학과는 이름 그대로 한 가족의 주치의로 가족의 모든 질병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건강 유지 및 건강증진을 책임지는 일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비만 퇴치와 금연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 이사장이 가정의학과를 선택한 동기는 무엇인가.

의대생 시절 ‘생명경외클럽’이라는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매주 홀로 계시는 노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찾아 진료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과에 선배가 오냐에 따라 환자들의 진단명과 처방이 달랐습니다. 일차 의료 차원에서 보면 쉬운 병인데 의견이 나뉘는 것을 보고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가톨릭의대에 가정의학과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지원을 했습니다. 물론 가정의학과 1기라는 부담과 어려움은 적지 않았습니다.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가정의학과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했고, 같은 병원에서조차 같은 식구라는 인정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여건을 딛고 지금은 일차 의료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개념은 이해가 되는데 좀 더 정확한 분류가 필요할 것 같다. 가정의학과 가정의, 그리고 일차진료와 일차진료 의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먼저 ‘가정의학’은 개인과 가족에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의학 분야입니다. 생물과학과 임상화학, 그리고 행동과학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폭넓은 전공으로 그 범위는 모든 연령, 성별, 모든 신체기관, 그리고 모든 질병을 아우릅니다. 그리고 ‘가정의’는 가정의학이라는 분야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 건강 유지 및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견해, 기술 및 지식을 가진 의사를 말합니다. 세계가정의학회는 ‘가정의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는 각 개인에게 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공할 다른 의료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차진료’는 접근이 가능하고, 포괄적이고, 조정하고, 지속적인 의료로 환자의 의료체계 진입점 역할을 하는 최초 접촉 진료를 말합니다. 또 어떤 기간을 넘어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환자를 돌보는 연속성을 가지며, 효과적인 진료를 위해 전통적인 주요 분야를 활용하는 고도로 개별화된 유형의 의료입니다. ‘일차진료 의사’는 최초 접촉에서 분류되지 않은 환자에게 확실한 진료를 제공하고, 환자 관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일반의로 일차진료의 시행방식은 주치의가 환자의 모든 의료 및 건강 관리의 요구에 대한 시작점 역할을 합니다. 일차진료는 어떤 의사라도 가능하며, 가정의학과에 특성화된 의료전달체계의 기본 형태인 일차 의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12월부터 최 이사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전문의 1만 명 시대와 2020년을 동시에 맞이한 이사장으로서 그만큼 책임감도 클 것으로 보이는데, 취임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

외형과 내실 모두를 갖춰가며, 2020년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기대감도 있지만, 지금의 의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을 맡게 되어 오히려 주변에서는 저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믿습니다. 가정의학을 선택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가정의학의 철학과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대한가정의학회와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의료계 역시 분열과 대립이 아닌 통합과 협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정의학과 전문의 1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 이 시기에 진정한 가정의학과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듣고 싶다.

가정의학의 핵심 철학은 ‘일차 의료의 시작이자 주체’입니다. 처음 가정의학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질문에 ‘가정의는 홈닥터, 주치의’라고 명료하게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의학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극히 일부에 해당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의학이 일차 의료의 주체라고 하는 것은 가정의학이 시작된 필요성과 철학에 근거가 있습니다. 또한, 가정의학은 행동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참다운 일차 의료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최 이사장은 취임과 함께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과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최근 복지부에서 시작된 의료전달체계에 관한 입장에 여러 단체에서 각자의 의견을 내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이 의사 간 불신과 불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의견을 내는 데는 신중한 자세와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진료 정보 교류사업, 의뢰회송사업, 심층 진료시범사업 등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보강 작업이 진행되어오던 차에 갑자기 시작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많은 의견은 본 학회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는 세부 전문의가 일차진료를 담당할 만큼 너무 많다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힘든 상황이며, 점진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가정의학과 수련의 정원의 증가가 필요합니다. 또 삼차 의료기관의 문턱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입니다.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가정의학 외에는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인위적인 조정보다는 하나씩 접근해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진료 정보 교류사업, 의뢰회송사업, 심층 진료시범사업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런 사업들이 자리매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전달체계/진료망이 구축될 것입니다.

가정의학과를 비롯한 모든 의료계가 주목하는 화두는 미래과학과 4차 의료인데, 대한가정의학회는 이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2020년을 맞아 이번 집행부는 정밀의료 전문가를 이사로 선임해 가정의학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동일 집단 동일 치료법이 아닌 개인별 유전자 및 생활습관 등 개별 환자 특성에 맞춰 맞춤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임상 분야를 말합니다. 이에 비교해 맞춤형 의료(Personalized)는 이미 120년 전 William Osler경이 “어떤 종류의 질병을 환자가 가졌는지를 아는 것보다 어떤 종류의 환자가 질병에 걸리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의료와 정밀의료를 결합한 개인과 특성에 따른 개별화된 진료 제공은 가정의학과의 철학과 특성에 정확히 일치하는 분야입니다.

지난 10월 대한가정의학회는 ‘일차 의료 정책 연구소’를 열었는데, 그 역할과 기능, 그리고 그로 인한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학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정책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차 의료 정책 연구소는 향후 가정의학의 미래를 위한,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일차 의료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정직하게 잘해 온 것처럼 집단의 이익을 위한 편협된 정책 연구나 그것을 제시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가정의학 연구소가 아닌 일차 의료 정책 연구소로 명명했습니다. 아울러 국민의 관심과 더불어 국가적인 지원이 동반된다면 빠른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령화에 따른 가정의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 이사장 역시 노인의학의 권위자인데 학회 차원에서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일차 의료에서 노인 건강 관리 및 의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인의학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대한가정의학회 노인의학 위원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공의를 비롯해 개원의에 이르기까지 노인의학 세미나를 통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노인의학회를 비롯한 여러 학회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통해 노인의학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 지방 노인회와 꾸준히 교류를 가지며 지속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을 맞이해 대한가정의학회가 진행하는 사업과 활동, 그리고 최 이사장의 각오를 듣고 싶다.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가까이 가고자 합니다. 단순히 가정의학 광고가 아닌 올바른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사업을 통해 대한가정의학회의 진심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또 주치의 갖기 운동이나 학회 차원의 봉사활동도 임기 중에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주치의와 함께 하는 가족회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진정한 일차 의료를 위해 방문 진료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한가정의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또한, 가정의학은 사회적인 필요로 시작된 일차 의료 담당 의사라는 점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가족과 친구처럼 스스럼없는 친밀한 의사, 사회에 봉사하는 의사,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실력 있고 신뢰받는 가정의학과 의사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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