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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주거지 입지의 길흉, 터는 생명이다

  • 입력 2019.12.17 14:54
  • 기자명 이상권((주)라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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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의 명당입지 명명백백
▲ 한양의 명당입지 명명백백

[엠디저널]풍수는 생명을 포함한 모든 생성의 시작이 흙에서 비롯되고 땅의 생기가 만물을 성장시킨다는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물길과 지세 그리고 방위의 요소를 바탕으로 살기좋은 터전을 만드는 양택의 기본이 된다. 풍수의 본질은 산수의 정기가 사람의 길흉을 조절한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좋은 자리에 집터나 묘 자리를 잡으면 그 사람이나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전통적 사상으로 자연이 지닌 왕성한 생명력에 감응 받음으로써 삶의 건강과 행복을 꾀하는데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우리의 풍수사상은 중국으로부터 발달된 이론체계가 전래된 이래 고유의 풍속 등과 결합하여 중국과는 다르게 독자적으로 발전하였다. 통일신라시대 후반 도선선사는 본격적으로 당나라의 이론을 수용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이론을 개척하였다. 도선과 그의 제자들은 한반도는 경동지괴 지형이어서 도읍지가 동남쪽으로 치우친 경주보다는 중부지방에 있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제시하였고, 특히 도선은 비보사상을 주창하여 수동적으로 지세에 의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지세와 환경에 조화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이와같이 땅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는 풍수사상의 고유한 특성이 되어 이후 지속적으로 계속되었고 고려개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풍수지리가 조정과 민간에 널리 보급된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당시 민중들의 사고속에 깊이 뿌리내린 풍수지리설을 고려하여 한양에 도읍을 정함으로서 신흥왕조의 안정을 도모하였다.

태조 이성계가 지금의 서울인 한양성을 수도로 정하기 까지는 정도전, 무악대사, 하륜 같은 분들의 논쟁이 많았다. 무악대사는 인왕산을 주산으로 궁궐을 동향으로 짓는다면 태평천하를 얻을 것이라고 했으나 조정대신이었던 정도전은 ‘왕은 마땅히 북을 뒤로 남면을 하는 법인데 어떻게 동쪽으로 건물을 향하게 배치 할 수 있겠는가’ 라고 주장하여 결국 그의 의견대로 남향으로 궁궐을 세운 것이 경복궁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무릇 집터를 잡는데는 첫째, 지리가 좋아야 하고 둘째, 생리가 좋아야 히며 셋째, 인심이 좋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리가 좋아도 생리가 모자라면 오래 살수가 없고 생리가 좋더라도 지리가 나쁘면 이 또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지리와 생리가 함께 좋으나 인심이 나쁘면 반드시 후회 할 일이 있게 되고 가까운 곳에 산수가 없으면 정서적인 풍요를 갖지 못한다.

좋은 양택지는 그 주위를 감싸주는 사신산(동청룡, 서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국세가 크고 장원하면 국가적 차원의 수도가 들어서고 작으면 촌락지로 더 작으면 개인 주택지 등으로 이용된다.

대지위의 건물은 입지와 배치에 따라 길흉이 나타난다. 건물은 자연의 기운을 많이 받아들이도록 배치해야 하고 건물을 배치하는 방법은 각 지세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남향이나 배산임수 등 방위를 고려하여야 하며 도로, 마당, 주변건물, 내룡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보아야 한다.

배산임수는 건강하고 장수한다

풍수고전 청오경에는 기승풍산 맥우수지 (氣乘風散, 脈遇水止)라 하여 생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맥은 물을 만나면 멈춘다고 하였다. 산으로부터 용맥을 따라 내려온 지기가 집 앞에는 물이 있어야 취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북서풍이 불고 여름철에는 남동풍의 영향으로 지리적 환경에 맞게 주거형태로 만들려면 집 뒤로 산이 든든하게 받쳐주어야 거칠게 불어오는 살풍을 막아주고 집의 생기를 보호할 수 있다. 배산임수의 배치 방법은 한국의 전통 건축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뒤에는 산이 받쳐주고 앞쪽에는 넓은 들판이나 강물이 흘러가는 곳은 살기에 좋은 곳이다.

배산임수의 자연조건은 전통한옥 난방의 주재료인 땔감을 쉽게 구하고, 집 앞으로 흐르는 물은 생활용수로 이용할 뿐 아니라 농경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궁궐과 사찰은 물론 소규모 주택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건물은 배산임수 배치 방법을 적용했으며,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가장 이상적인 배치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택지에는 풍요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남향을 중시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긴 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과 조화로운 배치의 원칙을 갖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양지바른 택지는 꼭 남향만을 뜻하지 않는다. 남향이라도 앞산이 높거나 너무 가깝게 있으면 오히려 햇볕을 차단하여 음지가 될 수 있고 산을 마주 봄으로써 앞의 공간이 좁고 답답하면 양기는 차단된다.

남향을 선호하는 일반적인 인식에 낮은 곳을 뒤로 하고 높은 곳을 쳐다보는 건물은 잘못된 배치다. 주위의 불안한 환경이나 좋지 않은 기운으로 흉가라 할 수 있다. 풍수는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고 공기와 물이 순환하고 호흡하는 건물 설계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택지는 방향을 중시 할 것이 아니라 지형지세에 따라 산을 뒤로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명당택지가 길한 가상이 된다.

전저후고하면 세출영웅한다

생기(生氣)는 강물과 육지가 음과 양으로 조화를 이루는 낮은 지역에서 발생되어 바람을 타고 지상으로 옮겨진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기운은 이상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기운으로 양(陽)기운이다. 하늘, 땅, 물 같은 자연에 의해 발생하는 전저후고의 상승기운은 건강, 재물, 여성의 기운과 같은 음(陰)기운이다.

양기운의 건물과 음기운의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서 건물안에 좋은 기가 흡수되어 생기를 이룬다. 생기 있는 바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집이 생기가 불어오는 방향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물이 내려가는 낮은 쪽을 향해 집이 들어선 경우가 바로 생기를 많이 불러들이는 형태이다.

전저후고는 개방감을 확보할 뿐 아니라 건물을 도로와 정원보다 높게 배치하면 배수, 바람, 먼지, 나쁜공기의 유입을 방지해 주어 좋다.

평지에서 집이나 건물이 들어서는 택지의 주건물을 건축시 도로면보다 기단을 높게 하여야 하는데 비가 많이 올 때 물이 역류하지 않고 효율적인 배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전고후저일 경우에는 공간적인 위축감을 갖게 된다. 부속건물이 높으면 주 건물을 억누르는 형국이 되어 불합리한 조화가 되는 건축이 되는데 공기순환의 불안정으로 살풍을 받게 되어 시각의 불안정과 심리적으로 신체적 불안으로 불화를 자초하게 된다.

전착후관하면 재물이 모이고 부귀가 쌓인다

양택삼요(陽宅三要)에서 배산임수(背山臨水)는 건강장수(健康長壽)하고 전저후고(前低後高)는 세출영웅(世出英雄)하며 전착후관(前窄後寬)은 부귀여산(富貴如山)이라 하여 뒤보다 앞이 좁으면 부귀가 산처럼 쌓인다고 하였다. 전착후관의 의미를 보면 앞은 좁은 것 같으나 들어가 보면 넓은 집터를 말한다. 풍수 가상학에서는 집의 길이보다 폭이 긴 집을 길상으로 여긴다.

전착후관은 외부로부터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이 섞여 움직이므로 이러한 기운의 흐름이 갑자기 섞이는 것을 방지하고 안정감을 갖도록 한다. 공간적으로 내부의 사람이 외부인의 방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배치이기도 하고 환경적으로 공기조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앞이 좁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전착후관의 배치는 마치 어린아이의 한복에 매달아 놓은 복주머니처럼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복이 가득 들어오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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