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 명의의 처방전 발행

  • 입력 2019.12.18 11:00
  • 기자명 정재훈(법무법인 세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의료법 규정에 따르면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또는 처방전 등을 발행할 수가 없다. 최근 이와 관련된 행정소송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원고는 개인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인데, 휴가를 가면서 대진의를 고용하였다. 대진의가 환자 진찰을 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발행하지 않고, 원장인 원고의 명의로 발행하였다. 이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원고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또는 처방전 등을 발행할 수가 없다’는 의료법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먼저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대진의는 환자를 진찰 후 처방전을 발행하면서 원고의 아이디로 로그인되어 있는 처방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결과적으로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원고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행되었다. 당시 사용되었던 처방프로그램은 대진의가 신규 아이디와 이름, 주민등록번호 및 면허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고, 간호사에게 조치를 요구하면 수월하게 대진의 명의의 처방전 발행이 가능한 정도였다.

법원은 판단하기를,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규정하는 의료법 규정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한 경우에,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방전의 명의자로 기재된 의사에게 위 의료법 위반 책임을 묻기는 어렵고, 다만 처방전의 명의자인 의사가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행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하여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의 행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의료법 규정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대진의가 원고의 동의 없이 임의로 원고 명의의 처방전을 발행한 것이어서, 원고에게 운영자로서 관리 소홀의 부주의가 있었을 수 있으나, 처방전에 원고 명의가 사용된다는 인식을 하거나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대진의가 원고의 도움 없이 처방프로그램의 신규 아이디를 만들어 처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디를 확인하지 않았고, 간호사에게 조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점, 원고의원에 그동안 근무하였던 대진의가 60여 명이 되는데 당시에는 모두 대진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행되었던 점, 원고 명의의 처방전 발행이 원고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 검찰 수사결과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원고와 대진의 모두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점을 지적하였다.

즉, 법원이 관련 의료법 규정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함에 있어, 해당 규정은 의료인 개인에 대한 의무를 정한 규정이고, 의료기관의 소속 의료인에 대한 관리 의무를 정한 규정이 아니라는 점, 의료법상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의료기관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제재인 의료업 정지, 개설 허가의 취소, 의료기관 폐쇄처분이나 과징금 처분 등과 달리 의료인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제재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다만 처방전의 명의자도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행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하였다면 예외적으로 의료법 규정을 위배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부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