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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아동기 감정양식

  • 입력 2007.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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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정신분석학의 이론 중 매우 중요한 개념의 하나가 아동기 감정양식(Childhood Emotional Pattern)이다. 이는 어린아이 때 가장 중요한 인물과의 정서적 상호교류 양식을 의미하는데, 특히 0~6세 사이에 형성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안의 아기를 비롯하여 출생 직후부터 그를 양육하고 그 곁에 가까이 있는 인물들과 서로 정서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6~7세에 이르러 그 기초가 어느 정도 틀이 잡히고 고정이 되어 개인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감정양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아동기 동안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 감정양식은 일생동안 그 핵심이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이러한 감정양식이 바람직하고 잘 형성된 경우 정서적으로 성숙된 성인으로 훌륭히 자랄 수 있지만 만약 문제 있는 인간관계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면 이러한 감정양식은 성숙된 인간으로 크는데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정신 병리의 역동 속에서도 문제의 핵심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배척받았던 여자는 일생동안 배척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친구들이나 결혼하여 남편과 자녀들이 아무리 자기에게 헌신적이라 할지라도 틈만 나면 아동기 때 겪었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로 인한 분노를 계속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더 크고 강한 형이나 어머니, 아버지에 의해 고통 받았던 남자는 일생동안 권위적인 대상에 대해 두려움과 증오가 교차하는 감정양식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동기 때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인물에 대한 감정양식은 살아가면서 다른 개인에게 전이되어 그대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실제로 임상에서 환자를 통해 보면 성인이 되어도 아동기 감정양식이 지속되고 그로 인해 노이로제, 정신병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아동기 감정양식과 현재 문제가 연관이 되어 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사례 1. 성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는 어린 시절의 외로웠던 기억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중반의 남자인데,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회의나 모임에서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이 떨리는 문제와 대인관계에서 자기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해 위축이 잘 되는 것이 주된 문제였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야유회나 모임이 있으면 대부분을 빠졌고 불가피하게 참석을 하게 될 때에는 구석에 박혀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전문직을 맡고 부터는 회의나 모임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고 때로는 그 자리를 주도해야 할 기회가 늘면서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다른 동료들이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으나 본인은 상당히 괴로웠다. 나름대로 노력도 해보았지만 잘 극복되지 않고 타고난 천성이 그런가보다 하며 팔자 탓으로 돌리고 위축된 하루하루를 지내던 중 친구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자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자 그런 경우에 정신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알맞은 체구에 말쑥하고 점잖하고 예의바른 태도이나 어딘지 모르게 다소 위축된 그런 인상이었다. 이 환자의 첫 기억은 3~4살 때의 희미한 기억으로, 툇마루에 혼자 있는 것이었는데 그때의 느낌은 어른이 되어서 표현한 것이긴 하지만 주위에 자기를 돌볼 사람이 없는 “적막강산”같다는 느낌이었으며 외롭고도 권태로운 것이었다.두 번째 기억은 비슷한 나이 때였는데 동네 아이들이 몰려서 뭔가 구경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그것을 좀 떨어져 보고 있는, 말하자면 아이들 속에 끼지 못하고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런 기억이었다.또 세 번째는 초등학교 입학식 때였는데 왠지 어색하고 거북한 느낌이었으며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었다.자신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대부분의 환자에게서 첫 기억은 핵심문제의 근원을 드러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환자에서도 혼자이고 “적막강산”같은 외로운 느낌이 핵심 되는 감정양식이며 이 환자의 주된 문제였던, 자신감이 없고 위축이 잘 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다. 또한 환자가 말하길 초등학교 입학식 때에 느꼈던 감정을 거의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 있을 때 그 감정이 그대로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5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직장일로 바쁘고 어머니는 조용하고 이해심이 있으나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양육과 가사 일에 바쁘다보니 아이들 학교를 찾아간다든지 하는 뒷바라지는 할 수 없었고 입학식과 졸업식 때도 환자 혼자 참석해야 했다. 말하자면 환자의 뒤를 받쳐 줄 든든한 “빽”이 없었으며 이로 인해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이 되었던 것이었다.이 환자는 자신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면서부터는 왠지 위축이 될 때 위축되는 자기 자신을 자각하고 그것의 원인을 인식하면서, 그런 느낌은 어렸을 때의 느낌의 연장일 뿐 이제 자신은 어린아이가 아닌 30대 중반의 전문인으로서 그런 감정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이후 환자는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그러한 감정의 원인을 확실히 알게 되었으므로 쓸데없는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전과는 달리 자신감 있고 능동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해 나가게 되었다.건강한 아동기 감정양식은 건강사회의 기초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동기 감정양식이 건강하게 형성될 수 있을까. 인간이 태어나서 대체로 인격이 형성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그 중에서도 육아를 담당하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다. 부모는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가지고 자녀들을 양육, 교육 시키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의 성숙된 인격이 바탕이 된, 아이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보살핌이라 할 수 있다.실제로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알듯이 아이는 끊임없이 부모, 특히 엄마를 필요로 한다. 적절한 수유, 청결, 배설훈련, 다치지 않도록 보호 그리고 정서적 사랑 및 존중감 등 아이의 끊임없는 욕구에 대해 부모는 변함없는 주의와 무한한 인내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것이 바탕이 될 때, 아이는 건강한 아동기 감정양식이 형성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성격을 지니게 되며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지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