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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없는 날엔, 고추잡채

  • 입력 2020.02.18 09:12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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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겨울의 막바지,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니 몸도 으슬으슬하고 입맛도 떨어진다. 이런 때 먹기 좋은 중화요리를 꼽아보라면 단연코 ‘고추잡채’이다.

 

고추잡채는 짜장면이나 탕수육처럼 국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 못지 않은 탄탄한 매니아 층을 보유한 메뉴이다. 정식 중국어 명칭은 칭찌아오로우스(青椒肉丝), 즉 피망과 채썬 고기라는 의미다.

이름 그대로 다진 쇠고기를 볶고, 거기에 채썬 피망과 육수, 녹말, 참기름을 넣고 함께 볶는다. 덕분에 매콤하고 아삭한 피망의 향, 쫄깃하고 담백한 쇠고기의 맛, 그리고 육수에 녹아난 감칠맛과 고소함 등,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꽃빵과 함께 먹지만, 앞서 언급한 매콤하고 진한 맛 덕분에 쌀밥과 함께 먹는 것도 기막힌 조화를 자랑하므로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굉장히 잘 맞는다.

여담으로,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잡채의 일종이겠거니 생각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고추잡채의 핵심은 고추가 아닌 피망이다. 심지어 오리지널 레시피에 고추는 거의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는 중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한 오역으로 보이는데, 고추(辣椒)와 피망(青椒)의 한자가 비슷하며, 후자가 때로는 서양 품종의 고추를 의미해서 그렇다는 해석도 있다.

둘째, 고추잡채야말로 ‘잡채’라는 이름에 걸맞는 이름이다. 잡채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잡다한 야채’라 직역되는 음식이다. 바꿔 말해, 이름과 달리 면 요리인 우리나라의 잡채는 이름을 잘못 지은 셈이다.

 

여기까지,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추잡채에 관해 간략하게 알아봤다. 참고로 이 고추잡채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입맛 없는 날에 선택할 정도로 사랑받는 국민 반찬이니, 컨디션도 떨어지고 입맛도 별로인 환절기에 한번 먹어보도록 하자. 색다르면서도 친숙한 매콤함에 사라진 입맛도 어느새 돌아올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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