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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한 귀공자 모습의 15세 소년 John
  •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 승인 2020.02.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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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15세의 소년읜 준수한 귀공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오랫동안 많은 마음의 걱정을 해오셨습니다. 머리에 비해 학교성적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물론 요즘에는 대마초를 피우다가 발각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오늘 소년의 임상 증상은 예전과 아주 달랐습니다.

우선 저는 부모님께 바깥에 나가서 기다려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유태인 건축기사 아버지는 비록 소년의 어머니와는 이혼했지만 이들의 상담 시간에는 반드시 부모님이 같이 참석을 하셨습니다. 5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우울증을 이해하겠다면서 박사학위 공부를 시작한 소년의 어머니는 자신의 유전인자 영향을 심려하셨습니다.

“존, 무척 불안해 보이는데 무슨 일이지?”

“이 세상에서 꼭 죽여 버리고 싶은 놈이 한 명 있어요.”

“그게 누군데?”

“우리 반 동급생 중 하나예요.”

“그 친구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겠니?”

“한국계 학생인데 Straight A만 받고 첼로도 저보다 훨씬 잘 치고 인기도 있거든요.”

“너도 공부를 잘하고 훌륭한 음악인이잖니?”

“그래도 저는 요즘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밉고, 저 자신도 싫어요.”

“너의 어떤 점이 그렇게 싫어졌지?”

“뚱뚱하고, 여드름투성이...”

“그밖에도 수치스럽게 느끼는 게 있어?”

갑자기 소년의 감정에 심한 동요가 보였습니다.

“제가 그전에 말씀드렸던 <제시>생각이 불현 듯 떠올라서 괴로워요. 그리고 겁이 나서 친구를 못 사귀겠어요.”

<제시>라는 친구는 성격이 교활하고, Street-smart한데다가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제 환자의 부모님이 집을 비울 때마다 <제시>는 소년의 항문에 성폭행을 가했다고 합니다. 소년은 친구를 잃는 것이 무서워 <제시>의 위협대로 비밀을 지켰답니다. 결국 부모님이 발견하고 <제시>가 다른 학교로 쫓겨나감으로 사건은 일단락이 된 듯 했습니다. 문제는 성호르몬이 더욱 왕성하게 분비를 시작한 이즈음 과거의 상처가 더욱 아프게 되살아나는 것입니다. 워낙 수줍음이 많고 운동 신경이 둔했던 소년은 자신을 친구(?)로 대해준 <제시>가 너무나 고마웠다 합니다.

이혼문제로 바빴던 부모님들은 소년이 공부도 잘하고 음악에만 몰두하는 것에 안심을 하셨습니다. 어린 소년은 그 때 자신이 아주 좋은 학생이 되면 부모님이 이혼을 안 하리라 믿었습니다. 아홉 살에 저를 찾아온 소년은 주위산만증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본인이 잘 조절하고 있어서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주위산만증에는 3가지가 있는데 소년의 경우에는 ‘억제형(Inhibited type)’이라 금방 눈에 띄지 않았으니까요.

Hyperactive-impulsive type이 행동항진 증세로 부산하고 가만있지 못하여 어른들의 눈에 금방 띄는 것과는 대조적인 셈입니다. 또 하나의 유형인 Combined type도 항진증세가 있으므로 선생님들의 눈에 금방 띄게 되어 비교적 치료받으러 오는 시간이 3학년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소년의 경우 표면에 나타난 우울증을 치료하고 보니 밑에 깔려 있던 주위산만증이 나타난 셈이지요.

아버지와의 시간을 늘리자 소년은 자신감을 많이 갖고서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Stimulant 약품을 사용하면서부터 학교수업도 수월해졌습니다. 소년의 변한 증상이 심리적 타격 때문일지, 친구나 학교 문제에 의한 사회적인 것일지, 아니면 신체적 문제 때문일지, 저는 눈과 귀를 활짝 엽니다. 그리고 더 넓게 마음을 열고 소년을 바라봅니다.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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