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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직장을 그만둔 주부가 앓는 우울증

  • 입력 2007.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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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요즘은 직업을 가진 여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여자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여성들이 종사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아지면서 여자들이 결혼 후에도 그대로 직업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직장에 나가지만 아이가 생기면 사정이 허락지 않는 경우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 만일 아이가 생겼을 경우 친정이든 시집이든 애를 봐줄 사람이 있거나 애보는 사람을 둘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된다면 출산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중단해야 한다.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경우 별 문제없이 집안에서 잘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의욕이 없고 우울해지고 자기의 존재가치를 못 느끼고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깊은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통해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어떤 주부는 대학졸업 후 언론기관에서 열심히 일하여 유능한 사원으로 인정을 받았다. 결혼을 해서도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애를 낳은 뒤로 시어머니가 아이를 키워주기는 하나 늦게 들어가는 것이 눈치 보이고 아이에게도 미안했다. 또 몸도 전과 달리 피곤을 느끼면서 일이 안 되고 굉장한 갈등에 빠졌다.과연 자기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대로 산다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지 회의가 들었다. 주위로부터도 예전보다 인정을 덜 받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잠이 잘 오지 않았다.그대로 회사를 다니다가는 돌지 않을까 할 정도로 심한 상태가 되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회사 다닐 때보다는 몸도 편해지고 마음도 안정을 찾긴 했으나 새로운 갈등에 빠졌다.전에 회사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던 때가 자꾸 생각나고 자기만 낙오된 것 같고 무의미하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겉으로는 ‘그래, 지금 나는 애를 잘 돌보고 남편 내조하고 집안일도 하고 참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어’하며 자부심을 가졌지만 속마음으로는 ‘나는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하는 일도 없고 자꾸 퇴보되어 가고 있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가끔 직장일 잘하면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열등감을 심하게 느꼈다. 그러면서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게 후회가 되기도 하였으나 또 한편으로 그 당시 도저히 다니기가 힘들어서 그만둔 것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의 길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그런 갈등이 있으니 다시 회사 다닐 때 힘들었던 상태와 비슷해졌다.다시 취직을 하려니 전처럼 조건이 좋은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또한 그때처럼 다시 힘들어질까 두렵기도 하였다. 그러나 계속 집에 있자니 못 견디겠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태로 막막하고 괴로웠다.또 다른 한 주부는 결혼 후 첫 아이를 낳고 기를 때까지는 그런 대로 의미도 가졌고 보람도 느꼈는데, 둘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거의 기진맥진하게 되자 ‘이렇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인가, 이제 나도 내 일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진료실에서나 주위에서 만나는 요즘 고학력의 가정주부들을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이런 갈등을 느끼고 있다. ‘내가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 보는 가정부로 취직했나, 내가 이 짓 하려고 대학까지 나왔나’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이러한 태도의 원인으로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가사 일에 대한 부정적 태도이고 또 하나는 사회 활동을 통해서만이 인정도 받고 자신의 존재가치도 느끼는 것이다.사실 가정일이란 하루 이틀 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실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일한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리스 ‘시지프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돌을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면 아래로 떨어지고 그러면 또 올리는 것과 같이 끝없이 반복되는 면이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주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심하면 집에서 아무 일도 않고 논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주위에서 주부의 역할을 중시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데도 주부 자신이 집안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사실 주부가 가정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집안이 유지가 안 된다. 가정부가 하든지 남편이 하든지 아이들이 하든지 누구든지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주부의 일은 가정의 모든 것이 있게 하는 근본이 된다. 그런 면에서 가정주부는 집안의 기둥이라고 볼 수 있다.주부가 직업이나 사회활동을 통해 자신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욕구는 결혼 전에 인정받았던 것을 주부가 된 뒤에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일어난다. 그래서 주부들은 일을 통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또한 집안일을 누구나 하는 시시하고 평범한 일로 여기고 그것으로는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대체로 이 같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주부로서 집안일에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고 의미를 못 느끼는 것이다. 주부로서의 인생 역시 충분히 의미 있고 값진 삶주부가 자기중심을 잃고 흔들린다면 이는 당사자만의 불행일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온 가정에 그 여파가 미치게 된다. 주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엇보다도 크다. 정신과적으로 아이의 성격형성은 6세 경까지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때 어머니의 역할은 자식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도 볼 수 있다. 주부가 해야 할 일은 실로 많고 가치 있다.결혼한 여자가 여건이 되어 밖에서 활동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집에 있으면 있는대로 매우 가치가 있으며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꼭 바깥에서 일을 해야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 주부의 인생은 풍부하고 의미 있으며 값진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