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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패러다임으로 오는 민화

  • 입력 2020.04.13 09:36
  • 기자명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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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민화는 새해를 맞이하는 염원 나쁜 귀신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대중의 의식과 습속에 얽힌 그림으로 집 안팎을 단장하기 위한 그림, 병풍·족자·벽화 같은 일상생활과 직결된 그림이 민화의 주류를 이루었다.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관에 따른 취향적 의미를 제작한 대중적으로 실용화되었다. 엄밀한 의미의 순수, 소박한 회화와 함께 도화서 화풍의 생활화·실용화로 구도의 관점에서 복을 받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벽사 진경(辟邪進慶)의 염원, 개인의 신앙관과 4계절의 변화에서 주는 생활 주변의 공간적 철학이 있다.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낸 전통 사회의 디자인적인 사고가 묻어 있다.

시간의 흐름을 이어내는 공간 철학

고대와 현대, 시간의 흐름을 이어 내는 공간 철학의 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생활 문화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린 생활의 정서적 향기를 화면으로 담아내어 작품이 된다.

직업 화가인 도화서(圖畫署)의 화원(畫員)이나 화가로서의 재질과 소양을 갖춘 현재의 작가군(群)을 말하는 작가의 작업이다.

무속·도교·불교·유교의 종교적 제례와 공공 기관 및 개인에게 사용된 그림은 공간을 미화하고 나아가 백성을 교화(敎化)하며, 그들의 풍속에 관계된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화서 화원이나 일류 화공(畵工, 고려 중기 때 화원을 지칭)의 수가 적었던 고대 사회에서는 도화원 소속의 아닌 화가들에 의하여 그 수요가 충족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기명도’

18세기 이전 회화작품에서 사물은 주로 그림의 부수적 요소로 여겨졌지만, 18세기 후반으로 오면서 ‘기명도’와 같이 사물이 단독 주제인 그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약할 수 있는 사물에 대한 집착, '벽(癖)'과 '치(痴)'를 중요한 문화적 소양으로 평가했던 시대적 분위기와 연관하여 설명할 수 있다.

‘기명도(器皿圖)’는 탁장(卓欌)에 실내 기물과 약간의 책이 배열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으로 여백 없는 구도와 원근법, 음영법으로 입체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권매화 작가의 ‘기명도’는 고도의 섬세함과 여성적 정서와 분위기가 풍기는 작품이다.

작가는 민화 미술 전통의 보존과 앞으로의 과제를 통한 현재를 이어오는 화풍의 모든 것을 가져오는 궁중화 전수자 이수를 통한 화업을 이어오며 다음 세대로 연결하려는 가교의 시점에서 제자를 지도하고 있다. 

자료제공 Gallery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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