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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후회와 정신건강

  • 입력 2007.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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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한 번도 후회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명상을 통해 후회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후회를 하곤 했다. 고등학교 동창들 모임에 가서 여흥 시간에 게임을 하면서 질문을 받았을 때 왜 멋있게 대답하지 못 했을까 또는 방송국과의 인터뷰 때 왜 그렇게 말하지 못 했을까 하고 후회하며 마음이 편치 못 했을 때가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살아오면서 많은 후회가 있었다. 진료실에서 보는 환자들도 후회가 많다. ‘내가 그 때 왜 이렇게 말하지 못 했을까’하고 억울해하고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고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그 한이 풀릴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환자들이 남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경우 그것이 자꾸 생각나고 그 상대되는 사람에게는 화가 나고 자신을 자책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괴롭고 주위 사람도 괴롭다. 환자들이 지난 일에 대해 후회만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후회를 하는데 우리 마음이 가 있는 한 건강하고 건설적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쓸 수 없다. 후회가 계속되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 모든 정신적 작용은 그냥 떠오르는 것필자가 후회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은 명상을 통해 생각이나 정신작용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였다. 후회를 하는 것은 생각을 통해서 또는 정신작용을 통해서 한다. 생각이나 정신작용은 같은 속성(본질)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부터 생각에 대해서 설명하면 정신작용도 그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명상을 하기 전에 생각은 내가 하는 줄 알았다. 관습적인 표현도 ‘내가 생각한다’라고 쓰고 ‘내 생각으로는’ 등등의 표현을 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각은 내가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명상센타에서 한 달간 집중적으로 명상을 해보니 생각이 그냥 떠오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생각이라는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 힘으로 어떤 특정한 생각을 해보려고도 하고, 말하면서 다음 말을 내가 선택해서 해보려고도 하고 내 나름대로의 실험들을 다 해보았다. 생각이나 정신작용에 대한 관찰은 처음 생각이 그냥 떠오른다는 사실을 안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생각을 비롯하여 모든 정신적 작용은 그냥 떠오른다는 것이다. 생각이나 다른 정신적인 작용이 순식간에 떠오르고, 지금 상황과 연관된 것이 떠오르고, 다른 곳이 아닌 내 속에서 떠오르고, 내가 생각한다는 관습적인 사실에 익숙하다보니 생각을 내가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떠오른다는 것은 어떤 것이 떠오를지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생각을 우리가 했다고 한다면 그 생각이 있기 전에 그 생각을 해야지 하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러고 난 뒤에 그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은 우리가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글을 쓰려고 하는데 볼펜이 없어 볼펜을 가지고 오면 내가 볼펜을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볼펜을 쓰려고 하는 생각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데 볼펜이 내 손에서 떨어지면 그 볼펜을 내가 어떻게 한 것은 아니다. 그처럼 생각도 내가 어떻게 해야지 하는 과정 없이 그냥 떠오른다. 그래서 무엇이 떠오르나 하고 봤더니 이전에 입력된 것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나에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떠오르기를 원치 않는 것은 입력을 시키지 말아야 되겠구나’. 그래서 나는 내 속에 입력시키는 것에 아주 신중을 기한다. 내 생각에 우리는 거대한 용량의 컴퓨터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우리에게 입력된 것은 지울 수 없다. 우리 속에 입력된 많은 것들 중 지금 상황에 관계된 것이 떠오른다. 지금 원고를 쓰고 있는 나에게 이 원고와 관계된 많은 정보가 운집되고 집결되어 지금 순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순간에 하나의 정보만 떠오른다. 그것을 키보드에 옮기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이런 의문이 떠오를 수 있다. ‘본질적으로 볼 때 100퍼센트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면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여기서 잘못하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나와 관계없다. 내 책임이 아니다. 단지 그런 현상만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조건으로 인해 그런 현상이 있다.[1R]모든 것은 후회가 아니라 고마움의 대상지금까지 살펴본 생각이나 정신작용의 본질의 측면에서 후회를 보자. 필자에게 있었던 일을 가지고 후회라는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자. 필자가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면 그것은 그 당시 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터뷰를 위해서 그 전날 내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내용을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지만 방송국에서 나온 PD가 방송에 필요한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와 관계된 정보들이 집결된 가운데 어떤 것이 나와서 인터뷰는 된 것이다. 인터뷰가 있고 난 뒤에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것은 인터뷰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인터뷰가 있고 난 뒤 후회할 때 머리 속에 든 것은 그 당시에는 와 있지 않은 정보였다. 다시 말해서 인터뷰 당시 원래 인터뷰 했던 내용과 지금 후회하는 내용 둘 다가 생각이 가능한 상태로 그 중의 어느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나은 점이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좀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이미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터뷰 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후회의 대상이 아니라 인터뷰를 통한 새로운 배움이고 경험이다. 인터뷰를 통해서 나는 발전하는 것이니 인터뷰를 했다는 것에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다음 인터뷰는 이번 인터뷰 때 느낀 것을 반영하여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고 그 경험의 바탕 위에서 우리는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은 후회의 대상이 아니라 고마움의 대상이 된다. 나의 이런 경험을 환자와 더불어 나누었다. 나에게 상담 받는 어떤 주부는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하고 그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고 힘이 빠지고 의욕이 떨어져 자신도 괴롭고 그 영향이 가족들에게도 갔는데 한 번은 상담 시간에 후회의 본질을 그분에게 일어난 일을 가지고 자세히 설명 했더니 이해를 하였다. ‘후회란 어떤 일을 했기 때문에 들 수 있는 판단으로 그것은 하나의 발전이고 고마운 것이다. 다음에 그런 일이 다시 생길 때 적용될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그분과 같이 나누어졌다. 이런 이야기가 나누어지고 난 뒤 ‘후회가 그런 내용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해한 말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그 때는 그 상황에서 내 생각으로 하는 것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회할 일이 아니고 고마운 일이다.’ 적절한 시기에 다른 환자들에게도 후회에 대해 설명하면 다른 환자들도 이분처럼 후회에 대해 이해를 하고 후회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명상을 통해 치료자가 경험한 사실이 보편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누구나 같이 경험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을 열고 노력해서 경험해보려고 노력한다면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명상을 통한 경험이 현실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을 함으로써 우리는 현실에 맞게 살아가게 되고 현실과 충돌하지 않고 편안하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