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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사학의(感染病史學醫)

  • 입력 2020.06.23 09:14
  • 수정 2020.06.23 16:47
  • 기자명 이창준(허블스페이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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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흑사병 속에 전개된 14세기 유럽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의 수준이나 예방 차원을 넘어 이전과 다른 세기가 펼쳐졌다. 137년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를 습격한 후 1349년에는 영국을 초토화, 이어 북유럽까지. 유럽인구의 3할이 사망하였으며, 지역마다 편차는 있었다. 사망자의 인구대비 사망자 비율은 약 12.5%~60% 정도의 편차를 보였다.

이 시기의 의학계의 관심은 오로지 그 해결책에 있었다. 공기를 흑사병의 전염원인으로 여겨 약초나 향료를 태워 정화하려는 시도 등이 예시이다. 또는 신의 심판으로 인해 대기가 오염되어 흑사병이 발생하였다고 강론하기도 하였다. 또는 기도해서 구제 받으려는 부류들도 생겨났다.

여기서, 당시 의학계의 과학적 접근이나 종교계의 신학적 접근 모두 공기 중에서 전염원을 찾으려했다는 것이 눈여겨 볼만하다. 이러한 축적된 경험이 현대 의학에 영향을 주어 COVID-19의 마스크 대란을 야기했을지도 모른다. 역사 그 자체가 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통해 향후를 예측할 수 있다.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사학意 속에 사학醫가 있다.

또 다른 양상이나 고금을 관통하는 것이 기도를 통해 구제를 받으려는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14세기 흑사병과 관련된 갖은 기록과 서적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하였다. 흑사병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그럼에도 2020년에도 어김없이 기도를 통해 감염병을 극복하겠다는 천태만상이 있었다. 크게는 신천지와 같은 부류가 있었고, 작게는 교회 앞 현수막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행복회로의 순수함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클럽에서 ‘신나게 노는 것으로 코로나19를 떨쳐내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이 현대인들을 14세기 미개했던 유럽의 일부 신도들, 즉 세바스티아누스나 크리스토포루스와 같은 성인들에게 기도하여 흑사병으로부터 구제 받으려는 부류들과 동일선상에 둘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COVID-19는 어떠한가, 신종(新種) 인플루엔자라 불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전염병에 대해 무지한 것은 현대인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비말감염이라는 형태까지는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격리’와 같은 미봉책을 통한 상식적 자구책을 자아낼 수 있었다. 장족의 발전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근현대에는 없었던 문제가 현대에는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자만심’이다.

감염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상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해 감염전선에 뛰어들어 전파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감염병의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교육이 필요한 시기이다. 범국가적, 범세계적 감염병은 국가적 재난 그 이상이다. 개인의 방종은 주입식 교육으로라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14세기 이후 팬데믹은 20세기 초에나 스페인 독감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이후 팬데믹급 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때문이다. 환경오염에 뒤이은 인류의 난적인 것이다. 이따금씩 찾아올 감염병 전쟁에 단기접전의 각오로 전세계인이 임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_N. Bulst, 「Der Schwarze Tod, Demographische, wirtschafrs-und kulturgeschichtliche Aspekte der peskatastrophe von 1347-1352. Bilanz der neueren Forschung.」 saeculum 30(1979), p. 54

_JWollasch, 「Hoffnungen der Menschen」 pp. 25-26

_김병용, 「중세 말엽 유럽의 흑사병과 사회적 변화」, (대구사학회, 2007), 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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