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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우리를 지탱해 주는 힘

  • 입력 2008.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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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어렵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이 있어야 어려움도 잘 견디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젖 먹은 힘으로 버틴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서 먹은 젖힘으로 세상의 어려움을 견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젖이란 부모의 사랑을 말한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부모이다. 황영조 선수도 마지막에 죽음과 같은 고통이 있을 때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뛰었다고 한다.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은 대부분 근본적으로 부모의 사랑이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다른 것이 대신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것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노는 것, 이리저리 구경하며 걷는 것, 운동 등이 될 수도 있다. 괴롭고 힘들거나 외로울 때, 그것으로 마음을 달래고 힘을 얻는다. 그런데 지탱해주는 것이 하나도 없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얻지 못하는 경우, 그래서 무원고립(無援孤立)의 상태에 빠질 때 대부분 병이 난다. 정신병·노이로제(신경증)는 이럴 때 잘 생긴다.치료를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찾는 것이 중요해이러한 예가 될 수 있는 환자인 20대 중반의 여자가 정신집중이 안되고 힘이 빠지며, 집안일을 간단한 것도 통 못하고, 무기력하여 찾아왔다. 약 일 년 전부터 그렇다고 했다. 2남 2녀의 맏딸인 환자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 환자는 말하면서 초등학교 내내 소풍갈 때 안 울고 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자기 생각에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괜한 트집을 잡아 평소 자기를 때리고 야단쳤다. 억울하다는 생각뿐이었다. 평소 할머니, 아버지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느꼈지만 이 때 아무도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다. 즉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할머니와 사이가 굉장히 나빴던 어머니가 할머니로부터 스트레스 받은 것을 자기에게 풀었다는 생각이 지금은 들었다. 그래서 환자는 책 읽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책을 들고 있으면 만사를 잊을 수 있었고 행복했다. 그래서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렇게 책 읽는 것으로 자신을 지탱한 것이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였다.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고등학교 1학년 초반부터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이사를 하여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낯선 고등학교에 들어와 생소하고 이질감이 드는데다가, 그 고등학교가 있는 곳이 한적한 곳이라 썰렁하고 스산하여 왠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또 아는 아이들도 없고 조급한 마음이 들게 되어 책에 집중이 잘 안됐다. 그래서 책을 통해 즐거움을 얻던 것을 못하게 됐고, 게다가 집중이 잘 안되어 성적이 떨어지게 되니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그전에는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봤던 환자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잡담을 하며 대충 시간을 때웠다. 대학입시에서도 실패했고 재수, 삼수를 하였으나 계속 떨어져 본인의 표현으로는 ‘미칠 지경’이 되었다. 아무것도 자기를 지탱해 주는 것이 없었다. 마침 이 때 종교를 만났다. 기독교계통의 한 종교인데, 기독교에서 이단시하는 이 종교를 우연히 접하곤 대단한 마음의 위안을 받았으며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되찾았고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독실하게 기독교를 믿던 부모가 격렬하게 반대를 한 것이다. 종교가 큰 힘이 되었지만 가족들과 싸우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종교에 발걸음을 끊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더 허약해지고 힘이 없어졌다. 아직도 부모와 종교문제로 다투는 중이다. 이 환자가 힘이 빠지게 된 이유는 자기를 지탱해주는 종교를 부모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종교에 대한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을 때 자신의 처지나 입장에 대해 부모와 대화를 하지 못했던 것은 어릴 때부터 자기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부모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고 2때 환자가 아버지에게 정신과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 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안 갔다. 이때가 환자와 가족이 서로 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렇게 안 되자 환자로서는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혼자 해결하는 방법으로 굳어져 버렸다. 이 환자의 치료는 치료자가 환자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주고, 부모와 환자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이 환자에게 있어서 종교의 의미를 부모에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어머니와의 잘못된 관계가 문제의 핵심이고 그것이 해결되면 종교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부모의 사랑은 우리를 지켜주는 힘의 근본우리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올바르고 건강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흔들릴 수 있고, 비록 흔들리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인생이 불행할 수 있다.보통 지탱해주는 힘의 근본은 부모의 사랑이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놀고 대화하고 부모의 행동을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속에 부모의 정신세계가 자리 잡는다. 아이가 자기로서는 어려운 일을 부모가 쉽게 해내는 것을 보고, 또 부모의 지도하에 한 번 해보면서 아이는 배워 나간다. 이럴 때 아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정신세계 속에 든든하게 자리 잡는 것이다. 그래도 힘든 일이 있으면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 받을 데가 있고, 무슨 일이 닥쳐도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혼자 있었던 아이는 정신적으로 계속 혼자이고 아이인 채로 있게 된다. 즉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받고 크면서 친구, 스승, 그리고 책이나 경험을 통한 지혜가 우리 마음속에 건강하게 자리 잡아 우리를 지탱해 줄 때 건강한 한 사람의 성인이 된다.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몸에 맞는 영양분이 골고루 든 음식이 우리의 신체적 건강을 지켜주듯이, 정신적으로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취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렇게 큰 아이는 자기의 개성에 맞는 일을 찾아 능력을 계발하고 사회생활, 직장생활, 가정생활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