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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인식 과정을 알아야 하는 이유
  •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0.10.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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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불교에서는 두 가지 실재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관습적 실재이고, 다른 하나는 궁극적 실재입니다. 손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관습적 실재란 우리가 ‘손’이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손’ 미국에서는 ‘hand’라 부르고 그렇게 인식하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그런데 손은 하나의 상태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합니다. 날이 추워지면 색이 조금 퍼렇게 되고 따뜻한 것을 만지면 붉어집니다.

궁극적 실재란 손을 이루는 궁극적인 것을 말합니다. 궁극적 실재도 조건에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영원한 것은 아니지만, 존재하는 동안은 궁극적 실재가 가진 고유한 성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고유한 성질은 변하지 않되, 이러날 조건이 되면 일어나고 사라질 조건이 되면 사라집니다. 이 궁극적 실재는 맨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사마타(삼매, 선정) 수행을 통해 지혜의 눈이 떠질 때 비로소 궁극적 실재를 볼 수 있습니다. 궁극적 실재로는 물질, 마음, 마음부수, 열반 이렇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궁극적 실재를 보게 되면 대상의 속성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손을 예로 들어 계속 말하면, 관습적 실재로 손을 인식하면 우리는 손이 내 것이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궁극적 실재를 보게 되면 손이 한시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실 손을 손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 실재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자기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손이 ‘무아’임을 깨닫는 것이지요.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합니다. 알아차리더라도 자기에게 화가 난 마음 하나만 있다고 알지, 화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서 작동하는지는 모릅니다. 이렇게 화를 관습적 실재로 보면 화가 우리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이와 달리 정신을 궁극적 실재로 보면 정신이 ‘마음’과, 마음과 늘 함께하며 마음의 기능을 담당하는 ‘마음부수’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정신 현상이 ‘화’나 ‘기쁨’ 같은 덩어리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부수로 이루어져 있고 정신 인식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음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을 보려고 주의를 기울이면, 눈으로 무엇을 볼 때 일어나는 인식과정인 ‘안문(眼門)인식과정’이 일어납니다. 안문인식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안문전향→안식→받아들임→조사→결정→등록(있기도 하고 없기도 함)→속행→존재 유지심(바왕가)→의문전향→속행→등록(있기도 하고 없기도 함).

눈으로 꽃을 보는 상황을 예로 들어 안문인식과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눈으로 꽃을 보는 그 순간 인식이 시작되면서 안문(眼門)전향이 일어납니다. 그 다음에 안식(眼識)이 일어나고, 뒤이어 받아들임, 조사, 결정, 속행이 순서대로 일어납니다. 안문전향, 안식, 받아들임, 조사, 결정, 속행은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으로, 한 마음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또 다른 마음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이 연속으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보통 오문(五門.눈,귀,코,혀,몸이라는 다섯 가지 인식의 통로)인식과정의 마음은 의문(意門)인식과정으로 연결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오문으로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 정신으로 인식하고 파악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각 단계가 모두 마음인데, 그 마음과 그에 따르는 마음부수들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정신인식과정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속행입니다. 안문전향, 안식, 받아들임, 조사, 결정, 의문전향 같은 것은 기능만 하는 마음이지만 속행에서는 유익한 마음이냐 해로운 마음이냐에 따라 차이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유익한 마음은 유익한 마음의 정신인식과정을 돌리고, 해로운 마음은 해로운 마음의 정신인식과정을 돌립니다. 또 유익한 마음에는 유익한 마음부수가, 해로운 마음에는 해로운 마음부수가 함께합니다. 또 다른 마음들은 한 번 일어났다가 사라지는데 속행은 일곱 번 일어납니다. 많이 일어나는 만큼 우리에게 주는 영향도 큽니다.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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