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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medicine]신화에서 떠올리는 웃음과 미소

  • 입력 2008.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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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우리에게 미소로 손짓하곤 한다. 화창한 봄날에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힘입어 활짝 피어나는 꽃들은 확실히 봄의 미소이다. 이렇게 봄의 미소, 꽃의 미소라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꽃의 여신 ‘플로라(Flora)’다.
이러한 봄과 꽃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은 이탈리아의 화가 보티첼리(Sundro Botticelli, 1444~1510)이다. 그의 작품 ‘봄 (La Primavera, 1482)’에 나오는 식물은 무려 500여종으로 봉오리를 펼친 꽃송이만 190가지에다 식물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교배종이 무려 서른셋을 헤아린다는 것이며 이렇게 많은 봄꽃이 만발하기는 미술의 역사상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한다.
그림의 오른편에는 서풍 제피로스가 올리브 나무숲에 숨었다가 나오면서 대지의 요정 크로리스를 잡아끌어 안으려한다. 크로리스는 제피로스의 포옹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미 제피로스의 손은 그녀를 잡아당기고 있다. 그러나 봄바람 서풍에 의해 크로리스의 입에서는 꽃이 새어나오고 있다. 하는 수 없이 크로리스는 여신 플로라로 변신해 보지만 결국은 제피로스의 아내가 되고 만다.
그녀가 발을 앞으로 내딛자 자연의 잠들었든 생명이 일제히 맥박이 뛰기 시작한다. 풀숲 사이 꽃들이 향기로운 웃음을 터뜨리고 미소 짓는다.
이탈리아의 화가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 1527~93)는 그의 얼굴그림의 대부분이 옆모습으로 표현되었으나 ‘플로라(Flora, 1591)’라는 그림은 전면의 그림으로 얼굴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게 그렸다. 꽃의 여신답게 그 균형 잡힌 아름다운 모습을 여실히 나타내기 위해 얼굴을 전면으로 하고 검은색 배경에다 얼굴과 목은 흰색과 핑크색의 보다 섬세한 꽃과 꽃잎을 조화해서 마치 얼굴이 어둠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이 표현하여 ‘꽃의 여신’임을 강조 하였다. 머리에는 화관을 쓴 것으로 하기 위해 빛깔 짙은 꽃들을 많이 사용하였다. 이러한 명암의 조화로 얼굴은 마치 빛을 받은 것 같이 보이며 그녀의 미소는 확실히 봄의 미소이며 자연의 미소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웃음은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묘약
그리스 로마신화에는 웃음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주인공은 곡물과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와 그녀를 웃겨서 건강을 회복시킨 바우보(Baubo)에 관한 신화이다. 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대신(大神) 제우스의 누이이자 부인(신화에서는 근친결합으로 누이와 결혼)으로서 로마신화에서는 케레스(Ceres)라 부르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이다. 데메테르는 대지의 생산력, 특히 곡식을 생육하는 곡식의 여신이며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딸 페르세포네(Persepone)를 낳았다.
성장한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명계(冥界)의 신 하데스(Hades)는 그녀를 납치하려고 한적한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수선화를 이용하였는데, 수선화는 아름다운 십대의 미소년 나르키소스(Narkissos)가 죽어서 피어난 꽃이다. 나르키소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물에 빠져 죽어 수선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납치된 것도 모르고 여신은 딸을 찾아 온 세상을 다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으며 또 누구도 그녀에게 페르세포네의 있는 곳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또 이를 아는 목격자들도 저승의 신 하데스의 보복이 두려워 모두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데메테르는 노인으로 변장하고 이곳저곳을 계속 탐문하다가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신비의 땅 엘레우시스에 머물게 되었다. 이곳의 영주 켈레우스 부부는 데메테르를 맞이하여 극진히 대하였지만 딸을 찾지 못해 낙심에 가득 찬 그녀는 식음을 전폐하고 점점 몸이 쇠약해져갔다.
곡물과 대지의 여신이 이렇게 병들자 인류가 농사를 지은 이래 최악의 흉년이 들었다. 농부들은 공연한 노력을 할 뿐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굶어 죽게 되고 올림포스를 향한 제물도 모두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보다 못한 이 영주 댁의 하녀 바우보는 그녀에게 정성을 다해 보양하였지만 소용이 없고 점점 몸은 탈진되어 극도로 쇠약해졌다. 바우보는 생각다 못해 묘안으로 그녀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어찌나 열심히 몸을 흔들고 움직였던지 아랫도리가 벗겨지는 것도 모르고 춤을 추자 음문이 노출되면서 열렸다 닫혔다하면서 음문이 마치 웃는 것 같은 움직임을 하자 이를 본 여신은 웃음을 떠드리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후로는 식사를 하게 되고 원기를 회복하였다는 것이다. 즉 웃음은 이렇듯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묘약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후로는 이러한 춤을 바우보 댄스(Baubo dance)라 하며 마치 지금의 벨리 댄스(belly dance)와 유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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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생명, 그리고 만남의 기쁨을 나타내는 미소
한편 제우스는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면서도 동생인 하데스를 결혼시키려고 모른 체 했다. 그러나 인류가 기근으로 허덕이며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신들에게 받치는 곡물마저 동이 나 신들의 왕인 자신조차도 구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겠다는 것을 알아 차렸으며 또 한편으로는 데메테르의 요청이 강력하여 하는 수 없이 자기의 전령인 헤르메스(Hermes)를 명계로 보냈다.
하데스에게 보내 상황을 설명하고 페르세포네를 포기하도록 종용하였다. 하는 수 없이 페르세포네를 포기해야 했던 하데스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다. 지옥의 음식을 한 입이라도 먹으면 지옥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법칙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페르세포네에게 석류 하나를 내밀면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했다. 페르세포네는 기쁜 나머지 무심코 먹어서는 안 될 석류 한 알을 먹었다. 석류를 한 알이라도 먹었기 때문에 이로써 페르세포네는 명계의 신 하데스의 아내가 된 것이다.
그러나 페르세포네를 찾아달라는 데메테르의 요청이 너무나 강경하였기 때문에 제우스는 일 년 중 4분의 3은 지상에서 어머니와 지내고, 나머지 4분의 1은 지하에서 지낼 수 있도록 중재 안을 내 놓았다. 다행히 그것은 하데스나 데메테르에게도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해서 페르세포네가 명계에 있는 동안 곡식이 자라지 않고 초목도 잎사귀가 모두 떨어지고 페르세포네가 돌아오면 여신은 다시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고 은총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의 내용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은 영국의 화가 레이턴 (Lord Frederick Leighton 1830-96)의 ‘페르세포네의 귀환’(1891)이다. 그림을 보면 동굴로부터 한 소녀가 남자에게 이끌려 떠오르고 있는데 이 여인이 페르세포네이고, 하늘을 배경으로 동굴 입구에 서 있는 여인이 데메테르이다. 만면의 미소를 지우며 팔을 활짝 벌리면서 그녀의 딸을 맞이하고 있다. 페르세포네와 함께 떠오른 남자는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이다.
그림에서 페르세포네는 피부가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해 시체를 연상하게하며 힘없이 휘날리는 옷은 상복처럼 보인다. 그녀는 지금 막 죽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이다. 그녀를 맞이하는 데메테르는 옷을 봄바람에 힘차게 펄럭이며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데메테르의 옷이 생명과 약동을 상징하는 붉은 색인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그녀 발 옆에는 붉은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반면에 동굴 쪽으로는 침침한 녹색의 식물이 있는 것은 생명과 죽음, 봄과 겨울의 대비를 명료하게 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도 봄의 미소와 더불어 사람들이 만났을 때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미소가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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