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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을 앓는 청년
  •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 승인 2020.12.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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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청년은 동부의 유명한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였다. 그런데 몇 달 지나면서부터 이상한 이들이 벌어졌다. 가끔 새벽 두 세시에 전화를 걸고서 엉뚱한 얘기를 했다. 가끔은 죽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심하게 술을 마셨다. 1년이 못 가서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자살 기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의 부모님은 부랴부랴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

‘주의산만’ 아동 ‘조울증’ 진행 확률 20%

그의 부모님이 들려주는 과거력은 다음과 같았다. 준수한 용모로, 영리하게 태어난 그는 집안의 귀여움을 온통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그러나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 가는 일이 많아졌다. “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하고, 말이 많은 데다가 주위 학생들을 방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2학년 때는 ‘주의산만 및 행동 항진증’(ADHD)이라는 진단을 받고 각성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았다. 그런대로 성적은 우수했지만, 그는 가끔 화를 조절하지 못해서 벌을 받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돌연한 변화가 왔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밤새도록 침실 가구들을 옮겨 놓거나, 새벽 3시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요한 것을 발명한 착상이 생겨 급히 알려야 한다면서…. 그리고는 새벽에 집을 나섰다가 사고가 났다. 응급실에 도착한 그는 속사포처럼 말을 무척 빨리하였고 이것저것 수많은 주제의 생각들이 경주하듯 튀어나왔다. (학자들이 ‘Racing Thoughts’라고 부르는 현상) 그는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 있지를 못했다. 그러나 정신은 말짱했다. 정신과 의사는 그에게 ‘조증’ 증세가 있음을 진단하였다. ‘주의산만증’ 증세를 가졌던 아이들 중 약 20%가 ‘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의 부모님은 그때 알았다. 그는 정서 안정제(Mood Stabilizer)인 리튬을 쓰면서 많이 좋아졌다. 그 후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혼자서 약물 복용을 끊었다고 한다. ‘조울증’ 환자 중에서는 이렇게 약물 복용을 중지한 후에 이 청년처럼 병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리튬 치료를 시작하고, 다른 안정제와 항우울제를 복합적으로 투약했지만 청년의 무드는 점점 나빠져만 갔다. 시도 때도 없이 밤에 집을 나갔고 술에 취한 상태로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오기도 했다. 목욕을 피하고 방안에만 들어앉아 있다. 유리창은 검은색으로 가려놓고, 창문도 열지 못하게 했다. 심한 우울 증세였다.

암 보다 치료 어려운 조울증

아무리 ‘주요 우울증’ 증세가 있지만 일생에 한 번이라도 ‘조증’ 증세가 있던 환자는 ‘조울증’ 환자이다. 이 구분을 하는 이유는 조울증 환자의 예후가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자살률은 20%가 된다. 웬만한 암도 요즈음은 이보다 치료가 양호하다.

청년의 부모님은 자꾸 나에게 묻는다. “얘가 다시 대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다행히 병이 조금 늦게 발병했으니 청년은 나름대로 인생을 잘 조절해가며 살아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25살이나 35살에 발명했더라면 조금 더 인생을 배웠을텐데…. 그렇다면 적응하는 방법도 조금 더 알았을텐데…. 17세는 아직도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가? “우선은 대학교에 다시 가야 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어떨까요? 본인도 얼마나 대학교가 아쉽겠어요? 그 대신 집 근처의 2년제 지역대학에 가거나 직업학교에 가서, 차츰 자신감을 찾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본인에게 적합한 소일거리와 직업, 친구를 우선 찾도록 격려해 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가능하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살아감으로써 자신을 돌보는 기본일도 깨우치도록 하고요.”

청년을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길은, 바로 부모님 자신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좋은 지혜를 내게 달라고 기도해 본다.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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