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리가 새로운 의료체계를 선도하자

의료서비스 변화의 필요성

  • 입력 2021.01.13 17:52
  • 기자명 장석일 (가톨릭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의학박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요즘 이슈 중에 하나가 의사 국가고시와 코로나19 백신 문제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등 4대 의료정책에 반대하여 의사 국시를 거부하는 단체 행동을 벌였다. 그렇게 시작된 국가고시 문제는 정부와 의대생이 삿바싸움 하듯이 밀당한다. 정부의 의료정책이 애초 목적 자체가 국민의 건강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 아니다 보니 국민적 공감대나 관련단체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도로를 하나 건설할 때에도 30년 후의 교통량을 감안한다고 하고, 교육에 대한 계획은 100년을 내다보고 세운다고 한다. 그러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사 교육과 수련은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하고 설계되고 있을까 의심이 간다.

코로나19는 감염병이다. 감염병은 초기의 의학적 대응이 실패하면 그 대가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처럼 그 피해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가장 소중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대한민국 안에서 지금까지 1차, 2차, 3차 유행이 될 때를 보면 정부의 무책임한 부축임이 있었고 그때마다 질병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의료는 모든 복지 중에 가장 중심에 있는 사항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선심성 행정을 하기에 매력적이다. 방향성도 없고, 일관되지도 않아서 중구난방이고 어수선하다. 자꾸 정치가 개입한다. 외부환경이 그렇다면 의료계라도 목표를 바로 세우고 선도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의료계는 최고 전문가 집단이다.

건강과 생명은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이다.

의료계는 독립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고 대안을 수립해 나가자.


이제는 누더기 건강보험제도를 폐기할 때이다.

건강보험은 의료법과 함께 의료의 절대적 영역을 다룬다. 그런 건강보험제도가 과연 지속 가능할까? 1963년 입법화되면서 시작되어 1989년 도시까지 확대된 전 국민 의료보험이 구축되었다. 외형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잘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가입자인 국민도, 공급자인 의료인도 불만이 팽배하다. 국민은 낮은 보장이 입맛에 맞지 않으니 실비보험 등 사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서민은 경제적 부담이 커지니 죽을 맛이다. 의료인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져서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이 모든 문제점의 중심에는 결국 보험 재정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특성은 한마디로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이다.

한 여자가 가임기간(결국은 평생에 걸쳐)동안 아이를 낳는 숫자가 2018년 이후 1명이 되지 않는다. 올 상반기는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단순계산으로 부부 2명이 1명의 아이도 채 낳지를 않으니 세대가 지날수록 절반 이상씩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의 동력이 근본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인력이 없어지고 있으니(세수는 물론이고)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이 줄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수입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활 수준의 향상과 함께 비약적인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율은 올해 16%를 넘어섰고, 2030년 25%, 2040년에 전체 인구의 1/3이 넘는 33.9%에 이른다고 한다. 고령사회로 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인구구조의 변화에서 보듯이 노인인구의 증가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생활습관병이 늘어났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최첨단 의료장비, 선진의료시스템 도입은 국민의 의료에 대한 욕구와 관심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헬스케어 3.0시대에 질병을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기능과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지금은 헬스케어 4,0시대에 정밀의료, 예측의료, ICT와 융,복합한 의료로 데이터 중심 플랫폼을 통해 의료가 4차산업의 중심에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만성질환 증가의 주원인이 되었고, 급성기 질환보다 훨씬 많은 의료비 지출이 필요하게 되었다. 2010년 32.3%인 노인 의료비가 2019년 41.6%로 늘어났다. 인구 구성비 16%인 노인인구가 건강보험 전체진료비의 42%가 넘는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노인인구가 지금의 2배가 되는 2040년에는 노인 의료비만으로 건강보험 전체가 쓰여 진다는 결론이다.

정부의 대책은 안이하다 못해 무능하다. 재정을 지키기 위해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려고 했다. 최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위탁한 보고서에 진료비 목표관리제 도입을 제시했다. 실제 진료비가 목표진료비보다 높으면 수가를 인하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보험료 인상률대로 유지한다면 2025년에 법정 상한선인 8%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보험료 인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지금도 저수가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의료계를 정부가 나서서 파산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의 거의 90%에 가까운 수입이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이다. 술과 담배 등에서 나오는 건강증진기금을 빼면 국고 지원은 5조원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출에서 관리운영비는 1조 7000억으로 거의 건강증진기금에서 얻어지는 수입만큼을 쓰고 있다. 이처럼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공단이 재정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로지 수가를 낮춰서 재정을 지키려고만 한다.

건강보험제도!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더 이상 땜질로 버텨나갈 상황이 아니다. 의료계가 나서서 새로운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진단과 치료 중심에서 교육과 예방, 건강관리와 신체활동 지도,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지원까지 확대되고 있다.

헬스케어산업도 주도해 나가자. 이는 국가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이미 선진국들이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의료계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중심에서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결과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나가는 재원을 만들어 가자.

의료는 부가가치와 전문성이 높은 서비스 산업으로 4차 산업이 도입되면 가장 먼저 기계로 대체되어 없어질 직업군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시대에 안주하거나 뒤처지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간의 욕구는 ‘오래 사는 것’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이제는 ‘젊게 사는 것’으로 바뀌어 가듯이 앞장서서 대비하자. 국민이 원하는 의료의 사회적 책임도 회피하지 말자. 국가주도가 아닌 의료계가 선도하여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통해 국민건강시스템을 만들어 가자. 이제는 의료계가 준비하고 나서야 할 때이다. 

장석일

* 가톨릭의과대학 의학박사

* 가톨릭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외래교수(현)

*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객원교수 및 통합연구소 소장

* (재)한국여성암연구재단 이사(현) - 보건복지부

* (사)국민안전행복네트워크 이사(현) - 행정안전부

* (재)건강한여성재단 자문위원(현) - 보건복지부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초대원장 - 보건복지부 차관급 공공기관장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빅데이터 연구평가소위원회 위원장

*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및 미세먼지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