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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서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용 승인을 위한 법이 필요하다

항공과 의료

  • 입력 2021.02.03 10:58
  • 기자명 최인석(중국사천항공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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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항공방역은 공항방역과 항공기 방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난 MD저널 12월호에서는 한국행 항공기 탑승 전 해외 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1차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항방역을 역설했다. 이번 2021년 1월호에서는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인 항공기에서의 방역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47조에서 방역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감염병예방법 51조에서는 소독에 대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청소나 소독을 실시하거나 쥐, 위생해충 등의 구제조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소독은 방역 활동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방역 활동 중 하나에 해당한다. 방역을 항공기에 적용하면 ‘항공기 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로서 청소나 소독을 실시하는 등의 소독행위를 포함하는 행위와 승객 중 호흡기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코로나19의 확진 여부를 판별해서 승객간의 전염을 예방한다’가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 기내에서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항공기에서 코로나19가 전염될 수 있을까? 언론에서는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장소로서 밀폐된 체육시설, 다수가 이용하는 종교시설, 식당, 카페 등이 주로 거론된다. 항공기 역시 밀폐되고 협소하며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코로나19 감염이 쉽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코로나19 첫 사례보고 이후 지금까지의 감염경로 중 항공기 내 감염으로 보고된 사례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그 중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례도 있어 완전히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난 9월 네이쳐지에 따르면 3월 초 미국-홍콩간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중 한 명이 승무원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켰음을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항공당국에서는 화장실을 통한 기내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승무원들로 하여금 기저귀를 착용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하였으며 전일본공수(ANA)와 항공기 제작사 보잉에서는 기내 화장실 방역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특허출원도 진행 중이다.

다만 위 사례들이 크게 주목받을 만큼 기내 감염확률은 대체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며, 그에 관한 연구가 미국 국방부, 독일, 중국의 연구소 등에서 이루어져 발표된 바 있다. 지난 10월 워싱턴포스트의 미 국방부와 유나이티드항공의 공동 실험에 대한 보도내용에 따르면 항공기 공조시스템, 즉 천장에서 바닥으로, 그리고 앞에서 뒤로 공기가 빠르게 흐르게끔 하는 환기시스템 덕분에 기내 승객 간 감염확률은 극히 낮다고 말한다. 게다가 기내 장착된 공기필터 역시 바이러스 균을 99% 걸러내고 있으며 시스템상 매 2~3분마다 환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기내감염 가능성을 낮춰주는 요인이라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비행기의 자체 기능에 더불어 승객의 마스크 착용까지 계산한다면 그 기내 감염확률은 0%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항공분야의 의료 관련법과 제도의 미비

해외 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인 승객들만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을 하고, 항공사는 방역 규정에 근거해서 항공기에서 방역 활동을 한다면 기내 전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내에서 고열과 심한 기침을 동반한 호흡기 응급환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감과 코로나19를 식별해주는 멀티진단키트 제품(이하 ‘멀티진단키트’)도 한국에서 개발되었다. 객실승무원들이 이 멀티진단키트 제품을 사용하여 감염 의심 응급환자를 음성이라고 판정하게 되면 동승한 승객들은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된다. 만약 양성으로 판정되면 기내에서 격리를 위한 추가적인 절차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사용자에 대한 법적인 제한이 있어 항공기 내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규정상 의료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로 명시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선별진료소 등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므로 의료인을 통한 코로나19 검사 진행이 어렵지 않다. 다만 항공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는 검사가 여의치 않다. 종종 기내 환자가 발생했을 때 승객들 중 의사가 도움을 주는 일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하지만 완전 방역이라는 목표를 이루는데 모든 항공기에 의사가 탑승하기를 바라는 요행으로 항공기 방역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일반 외상이 아닌 감염병이 그 대상이므로 승객으로 탑승한 의료인에게 감염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코로나19 검사를 해 줄 것을 요청하거나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객실승무원 중 의료관리자를 지정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오랜 역사의 해상교통 관련법을 통한 벤치마킹

객실승무원 중 부분적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는 ‘의료관리자 지정’을 위해서는 해상교통인 선박에서는 유사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해상교통 분야에는 선원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로서 ‘선원법’이 존재하는데 이 법의 제85조(의료관리자)와 제86조(응급처치 담당자)에서는 선박마다 1명을 지정하여 운항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선박회사마다 내부 정책은 조금씩 다르나 보통 삼등항해사가 이를 겸직하며 환자가 발생하면 그 증상에 따라 적합한 약을 나누어주고 긴급 시에는 회사 직통라인을 통하여 소통하여 조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항이다. 실제로 이 제도는 선박회사에서는 잘 정착되어있으며 한 번 출항하면 망망대해를 몇 개월간 이동하는 상선의 경우에는 운항 중 환자가 다수 발생하므로 의료관리자 지정제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안타깝게도 항공교통 분야에는 이러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상교통에 비해 항공교통은 그 이용시간이 매우 짧으므로 승객의 건강, 보건과 관련된 규정이 다소 미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해상교통은 인류의 역사와 거의 함께 한 교통수단이므로 해상관련법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보완을 통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반면 항공기가 발명되어 운송에 도입된 것은 이제 100년 남짓하기 때문에 해상관련법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미비한 것이 사실이며 해상분야에서 다루는 부분을 항공분야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 부분 또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의료관리자 지정과 관련된 제도와 법 역시 이 중 하나일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 항공안전법도 진화해야한다

이에 필자는 ‘항공안전법’에도 항공기 탑승객 수에 비례하여 긴급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관리자(보건담당 객실승무원)를 지정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법제화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정기적으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안전에 대해서는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상교통을 책임지는 선원들에 대한 기초의료교육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항공교통 분야에도 항공안전연수원을 설립하거나 한국의료항공협회 등에 위탁하여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선 항공기에서의 방역을 위한 멀티진단키트 도입과 항공교통 의료관리자 지정제도에 관하여 해상교통분야와의 비교를 통해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하였다. 항공교통에 이어 고속버스나 철도교통에도 실정에 맞는 방역 규정을 제정하여 촘촘한 교통방역체계를 구축한다면 코로나19의 보다 빠른 종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K-교통방역플랫폼을 통하여 국격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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